이번 합의로 동희오토 지회는 현대기아자본의 사용자성을 직, 간접적으로 증명해 냈으며, 앞으로의 조합 활동에 대한 법적, 대중적 명분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직접고용을 담아내지 못한 합의서는, 앞으로의 현장 조합 활동에서의 또 다른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교섭 결과에 따라 지회 조합원 9명 전원은 2012년까지 순차적으로 복직의 순서를 밟게 됐다. 이와 함께 지회와 사측은 △일시금 각 1천만 원 지급 △복직 대상자 고용보장 노력 △고소고발 등 취하 △금속노조 조합 활동 인정 △원청사인 동희오토(주)의 합의사항 적극지원 등에 잠정 합의했다.
조인식에는 구자오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이백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들, 그리고 사측 대표로 조순구 선장기업 사장과 황필규 대명기업 사장, 김갑식 (주)호성 사장이 참석했다. 동희오토(주)의 경우, 문종성 관리담당실장의 위임 하에 조순구 사장이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백윤 지회장은 “진짜 사용주 현대기아자본의 사용자성 인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최종 목표지만, 그 전단계로서 현장 조직이 단결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든 셈”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이어서 구자오 수석부위원장은 “합의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항상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면서 “사측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합의서의 내용과 의미에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을 내려서는 안 되며, 합의서에 준해 신의성실 원칙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순구 사장은 “합의 내용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재동 투쟁, 정몽구 진짜사장 증명했다
조인식이 끝난 뒤, 이백윤 지회장은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니, 하청 업체에서 교섭 요청이 들어왔다”면서 “결국 진짜 사용자가 현대기아차 자본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가 100일이 넘도록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농성을 지속하며 요구해 왔던 것은 정몽구와의 직접교섭이었다. 농성 기간 동안 현대기아차는 단 한차례의 입장 발표도 하지 않았으나, 농성장에서의 현대기아차와 지회와의 싸움은 격렬했다.
현대기아차는 사용자성을 부정했지만, 이들은 용역 직원을 동원해 농성을 가로막았다. 조합원들과 사측 직원, 그리고 용역직원들은 본사 앞 농성장을 비롯해 1인 시위, 현수막 등을 놓고 수시로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이번 교섭에서 하청업체는 사측 요구안으로 농성장 철수를 요구했다. 이백윤 지회장은 “교섭 당시, 사측은 원청 사용자성 투쟁을 중단할 것과, 농성장 철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결국 현대기아차는 눈엣가시였던 동희오토 농성을 하청업체로부터 해결한 모양새다.
또한 이번 조합원 전원 복직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투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백윤 지회장은 “5년간 해고된 110여 명의 노동자 중 단 한명도 복직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함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번 복직으로 현장 노동자들에게 단결하면 희망이 있다는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희오토 투쟁, 2라운드 돌입...‘가야할 길 멀다’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투쟁 사업장들이 줄줄이 교섭을 이뤄내고 있다. 지난 1일 기륭분회의 조인식을 시작으로 동희오토가 그 뒤를 이었으며, KEC역시 본교섭에 돌입한 상태다. 때문에 연이은 교섭 타결은 G20정상회의에 맞춰 투쟁사업장들의 대정부투쟁 전환 계획을 정부가 일찍이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백윤 지회장 역시 “G20 국면을 맞아, 정부가 투쟁현안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장기 농성이 이어지며 현대기아차 역시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이백윤 지회장은 “동희오토 뿐 아니라 사회적 파급력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와 정당들이 여론화 하는 것이 사측에는 가장 큰 압력이 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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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희오토의 경우,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은 이뤄냈지만 직접고용은 보장받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앞으로의 투쟁은 직접고용과 현대기아차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백윤 지회장은 앞으로의 투쟁계획으로 해고자 중심의 투쟁과, 현장 조직으로부터의 투쟁을 꼽았다. 그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조직해 기아자동차 정규직화를 통한 고용보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4일, 농성장을 철수 한 뒤 현장 투쟁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다. 2005년부터 사측으로부터 탄압에 시달려왔던 조합 활동 역시 이번 합의서를 통해 보장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조합 활동에 대한 사측의 개입과 탄압의 여지는 다분하다. 합의서에는 ‘동희오토(주) 사내 협력업체는 관련 노동법에 근거하여 금속노조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한다’고 적시돼 있다. 모호한 조합활동의 범위는 기존의 폭이 좁은 비정규직 노조활동을 더욱 옥죄일 수 있다.
현재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총 17개의 하청업체로 나뉘어져 있다. 지회는 이들은 묶어 직접고용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현재 표면적인 근로계약관계에 따라 이들의 교섭상대는 각 하청업체일 뿐이다. 이청우 조합원은 “아마 사측은 식당이나 출입구 등 공공 장소에서의 노조 활동에 대해 원청시설물 관리권을 제시하며 막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업체 안에서만 조합 활동이 인정되는 이상, 앞으로의 투쟁은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높고 벌이는 다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자들의 조직화 역시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2005년 지회가 결성된 후 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업체폐업과 재계약 거부로 해고됐다. 2008년 반짝 분위기를 탔던 지회 활동역시 후반에는 2명의 조합원으로 버티기도 했다. 4번의 업체폐업과 10여 차례의 징계와 해고로 많은 노동자들이 물갈이 됐다. 현재는 9명의 조합원들이 지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청우 조합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회를 아는 사람들이 상당수 회사를 그만둔 상태”라며 “현장복직을 하게 되면, 2/3이 모르는 노동자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의 노조활동 저지가 본격화되면, 현장 노동자들의 조직화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조합원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업체폐업과 재계약 거부 등의 조치로 조합원들의 고용은 여전히 불안정할 것으로 보인다. 간접고용 투쟁이 더욱 절실해지는 만큼, 단기계약직인 현장 노동자들의 고용 역시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2005년부터 사측은 조합활동을 가로막기위해 업체폐업과 재계약 해지 등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한 바 있다.
이청우 조합원은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보장이 이뤄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원이 확대 될 경우 사측은 업체폐업이나 계약해지 등의 칼날을 언제든 들이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고용을 보장받지 못한 채 합의서에 서명한 만큼, 이들은 앞으로 간접고용에 따른 문제로 조합 활동의 적신호를 맞이할 수 있다.
한편 지회는 농성장 철수 후, 현장에서의 다양한 투쟁계획을 논의 중이다. 이백윤 지회장은 “현장 노동자 조직을 통해 임단협 추진을 비롯한 불법파견과 입금체불 등에 대해 지회가 앞장서서 투쟁할 것”이라며 “또한 지역적 연대를 통해 서산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지속적인 운동을 기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