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청소노동자 입건...“더러운 세상, 우리가 청소한다”

청소노동자도 “진짜사장 나와라”...권리 찾기 나서

서울지역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집단교섭에 나섰다. 하청업체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들의 고용환경을 좌지우지하는 대학을 향해 ‘진짜 사장’이라며 교섭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비정규직의 ‘진짜 사장 찾기’에 청소노동자도 나선 것이다.


해운대 청소노동자 입건...“우리가 바꿔내야 겠다”

지난달 1일 발생한 해운대 화재사건으로 인한 청소노동자 3명의 불구속 입건은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약자를 향한 무자비한 범죄 덧씌우기라는 비난이었다. 3일 오전, 민주노총에 모인 청소노동자들 역시 이번 사건에 분개했다. 화재의 원인은 제대로 휴게공간을 갖추지 못한 근로 환경에 있다는 것이다.

윤명순 공공노조 서경지부 부지부장은 “준공검사도 받고, 진화장비도 있는 제대로 된 휴게실이 마련되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라며 “사법처리의 대상은 죄를 만든 이 사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청소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없어 화장실에서 밥을 먹거나, 계단 밑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만약 휴게공간이 있다 해도 비좁고 간이용으로 만들어진 곳이 대부분이라, 항상 화재 등의 위험에 노출 돼 있다. 공공노조의 ‘밥 한끼의 권리’캠페인을 진행하며 일부 대학에서는 휴게공간을 만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에게 그럴듯한 휴게공간은 언감생심이다.

하청업체에 고용돼 있는 청소노동자들은 고용조건을 포괄하는 근로계약서를 하청업체와 체결한다. 때문에 이들의 휴게공간 요구는 하청업체나, 현장에서나 무시당하기 일쑤다.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양측의 주장에,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허공의 메아리가 된다.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은 “정부도, 사용자도 우리들의 말에 답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서야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지역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이 자리에서 “청소노동자를 사법처리 대상으로 만드는 이 세상을 청소만 할 것이 아니라, 바꿔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일환으로 청소노동자들이 선택한 것은 ‘집단교섭’이었다. 하청도, 사용자도 미루기만 하는 그들의 요구를 이제는 한데 모여서 얘기하자는 것이다.

힘 없는 우리, ‘집단교섭’으로 권리 찾겠다

현재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주요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은 사업장과 용역회사를 뛰어넘는 보편적 노동기준을 만들기 위해 ‘집단 임금단체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하반기 임단협에서 고려대, 고려대병원, 연세대,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과, 관련된 9개 용역업체들의 집단 교섭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 22일 첫 교섭이 열렸으며, 사측과 노조는 집단교섭 기본 합의서에 서명한 상태다. 처음 실시하는 집단교섭인 만큼 진통도 겪었다. 권태훈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교섭방식과 교섭 시기, 대표위원 선정에 합의하는 데만 4시간이 넘게 걸릴 만큼 진통을 겪기는 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측에서 제시하는 3대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압박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청소노동자들의 집단교섭 3대 요구안은 △시급 5,180원의 생활임금 보장 △식대, 휴게공간, 샤워실 등의 고용환경 보장 △진짜 사용자 대학총장이 나서서 임금과 고용을 책임질 것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들은 진짜 사용자인 대학 측에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직접적인 책임과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각 원청 사용자와의 첫 번째 면담을 마친 상태다. 박명석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부장은 “1차 면담 과정에서 대학 당국은 ‘직접적 노사관계를 맺고 있는 용역회사를 두고 여기는 왜 왔냐’라며 예상대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언제나 그랬듯 ‘청소노동자 임금을 올려주면, 학생들의 등록금도 올라간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노사 모두 교섭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는 원청 사용자와 교섭을 통해 임금,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들은 향후 각 대학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3일 오후2시, 노조대표자들과 9개 용역업체 대표들은 제 2차 집단교섭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 대표자들은 청소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요구안을 전달했다. 또한 이 같은 집단교섭을 시작으로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오는 11월 중순, 조합원 투쟁결의대회 등을 개최하며 사측을 압박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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