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0 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11월 7일, 민주노총은 G20에 대항하는 투쟁을 진행하며 정부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사진:김용욱 기자] |
G20 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11월 7일, 민주노총은 G20에 대항하는 투쟁을 진행하며 정부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금속노조역시 11월 총파업을 결의하며 정부를 압박하는 대규모 투쟁을 시사하고 있어, G20을 앞둔 대규모 대정부투쟁이 예고된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4만 여 명의 노동자,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여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노동기본권 사수, 노동법 재개정’과 ‘비정규직문제 해결, G20 규탄’을 외치며 대회를 진행하던 참가자들은, 거리행진을 막는 경찰과 대치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비정규 투쟁 전면에 내걸었다
“저는 오늘의 대회사를 통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제정당 및 시민사회진영에게 가칭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노동관련법 전면 재개정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건설할 것을 제안합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대회 대회사에서 이 같이 밝히며, 비정규직 투쟁을 민주노총 투쟁의 전면에 내걸었다. 김 위원장은 “범국본은 우리사회의 내용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평등을 쟁취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이 투쟁은 87년의 투쟁을 뛰어넘는, 범국민 운동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비정규직 확대로 인한 비정규 투쟁이 확산되면서, 노동계에서는 정규직 투쟁과 비정규직 투쟁을 포괄할 수 있는 단일 운동을 위한 고심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동희오토, 기륭전자 등의 비정규 노동자들의 장기 투쟁사업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비정규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사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노동자대회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정리 집회 자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다 같이 전태일이 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괄하여 함께 하는 투쟁을 전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선 어머니 역시 “전체 노동자가 하나 되지 못하고 밀리기 때문에 아직도 분신을 하고, 인권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노동자들이 하나가 되면 못할 것이 없다. 우리 하나가 돼 승리하는 투쟁을 하자”고 말했다.
6년간의 투쟁, 150일의 노숙농성 끝에 전원 복직을 이루어낸 동희오토 역시 이 사회의 간접고용과 비정규직 문제를 꼬집었다. 최진일 동희오토 사무장은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 철폐는 반드시 투쟁의 머리띠를 견고히 묶었을 때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지난 8년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았습니다. 3년은 파견노동자로, 2년은 사내하청노동자로, 그리고 나머지 3년은 해고자로 살아왔습니다. 가는 곳마다 최저임금이 기다리고, 비정규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노예의 머리에 찍혀있는 낙인처럼,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비정규직으로서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4글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인큐베이터안에서 갓난아이가 죽어나가는 것을 조퇴하지 못한 채 지켜볼 수 없었던 우리 공장 노동자는 단지 차별의 문제에만 놓여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 문제였습니다.
제가 지난 3년간 해고자로, 머리에 찍힌 낙인을 가릴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투쟁의 머리띠를 묶었을 때였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낙인이 언제 사라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희 조합원들은 또다시 절망의 공장으로 걸어 들어가려 합니다. 그 속에서 동지를 만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전태일을 만나고 싶습니다”
▲ 최진일 동희오토 사무장 |
“왜 우리는 아직도 분신을 해야하나”
지난 10월 30일,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KEC 투쟁 과정에서 분신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타임오프를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사측에 성실 교섭을 요구하는 과정이었다. 14일간 공장 점거농성을 끝으로 KEC지회는 농성을 해제했으나 여전히 교섭 과정은 난항을 겪고있다. 지난 6일에는 홍정권 KEC수석부지회장 등 4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전태일 열사가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른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분신을 선택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자를 분신으로까지 몰고 간 사측과 정부의 KEC 대응 방침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번 노동자대회에서도 KEC지회의 투쟁은 많은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었다. 이광석 전국농민회 의장은 “전태일 40주년을 맞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타임오프를 빌미로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결국 일방적 희생량은 파업노동자며, 그들은 벼랑 끝으로 몰려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강실 대표 역시 “우리는 지금 90만 명의 민주노총과 여성, 농민, 빈민 등의 연대세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지금까지 분신하는 노동자가 나타나야 하나”면서 “더 이상 우리가 물러설 곳이 없는 만큼, 이들을 분신으로 몰고 간 정권과 자본에 대항하여 더 큰 단결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EC지회는 더욱 견고한 투쟁의 의지를 다지며 지지를 받아냈다. 11월 총파업을 결의한 금속노조와 함께 강도 높은 투쟁을 화답하겠다는 입장이다. 양태근 KEC지회장 직무대행은 “금속 총파업에 맞춰, KEC는 최고의 선봉에서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정부에 강력한 경고 던졌다
한편 노동자대회 본대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서 보신각까지의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행진은 경찰 병력에 가로막히며 대치상황이 연출됐다.
오후 5시 30분, 행진을 위해 집결한 대오는 서울광장 4거리를 봉쇄한 병력과 맞닥뜨렸다. 참가자들은 경찰에 맞서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경제위기 책임전가 G20에 반대한다’, ‘천만 노동자 총단결로 민주노조 사수하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병력과 참가자들은 대치와 몸싸움을 반복하며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인권위 앞 도로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액을 발포하면서 심한 몸싸움이 발생한 것. 그 과정에서 참가자 한명은 경찰의 방패에 맞아 손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약 40여분간의 갈등 끝에 6시 30분, 플라자호텔 앞에서 정리 집회를 열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서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평화로운 노동자 집회까지 경찰 병력이 가로막아 폭력을 불러일으키면서 국격을 말할 자격이 있나”면서 “민주노총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자랑스런 투쟁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대회를 비롯해, 민주노총의 대정부 압박 투쟁은 G20을 전후해 더욱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오는 10일, G20 규탄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며, G20 정상회의 당일인 11일에는 G20대응민중행동이 주최하는 ‘G20 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의 날’ 집회와 행진에 결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