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분야’재협상...과연 자동차로 끝날까?
이미 양국은 11월 1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전에 FTA재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해온 상태라, 협상은 9일 중으로 완전 타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 8일, 한미 통상장관 협의와 관계장관 회의에서 자동차 분야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양국은 미국차에 대해 환경규제 완화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간 판매대수 1천대 미만의 차량에 한해서만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었던 한국 정부는, 결국 판매대수 1만대 이하로 기준을 완화할 것을 요구하는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간 판매대수 3천대 이하의 미국산 자동차들은 2015년부터 적용될 연비기준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또한 10인승 이하의 미국차에 대해서는 국내 환경기준이 면제되며, 판매량 6천 500대 미만의 미국차에 대해서는 한국의 안전관련 자기인증 범위를 연간 판매대수 1만대로 허용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한EU FTA에서 ‘관세환급’이 포함된 것을 두고, 미국 측은 지속적으로 이를 요구해 왔다. 결국 한국은 제 3국에서 수입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환급 상한을 한 EU FTA 내용과 동일하게 5%로 제안하는데 합의했다.
또한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에 대해서도, 현재 10년간 25%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원칙에서, 미국 측의 요구대로 관세철폐시한 연장이나 관세철폐환원조치를 적용키로 했다.
또한 이번 재협상은 자동차로 한정됐지만, 미국 측은 소고기 협상에 대해 결코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여론을 감안해 별도의 테이블을 꾸려 소고기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재협상으로 환경기준 등에 대한 추가 계약서가 작성될 시, 이후 미국 측이 끊임없이 부속 협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나프타(NAFTA)로 인한 멕시코 경제파탄 역시 한미 FTA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미FTA 전면 무효화를 선언하는 것 역시, 나프타보다 수위가 높은 미국식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파국을 우려해서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0일, 외교통상부 앞 기자회견에서 “나프타 이후 맥시코는 대미수출이 300%가 늘었지만, 수출을 주도하는 것은 15개의 대기업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실업률의 급상승으로 맥시코 인구의 15%가 미국으로 건너가 불법노동자로 전락했으며, 모든 국민을 패자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노동자도, 미국노동자도 ‘NO FTA!'
이번 한미FTA 재협상이 미국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자, 야당을 비롯한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은 ‘불평등 망국협정’, ‘퍼주기 외교’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민주노총 뿐 아니라, 미국노총 역시 한미 FTA가 미국 노동계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고 나선 상태다.
10일 오전,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평등 망국 협정인 한미FTA 폐기를 요구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과 미국노총(AFL-CIO)측 인사가 각각 참석해 FTA로 인한 양국의 경제 파탄을 우려했다. 이미 양 노총은 지난 9월, 한미FTA의 문제점을 비판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미FTA는 제조업과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축소시키며, 특히 공공부문을 민간사업으로 이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노동자, 농민, 서민에 대한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번 한미FTA 재협상이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합의된다 하더라도, 아직 비준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캐서린 파인 골드 미국노총 국제실장 역시 한미FTA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한미FTA는 기업의 권리를 노동자, 서민, 소비자의 권리보다 더 크게 보장하는 것”이라며 “또한 이는 양국의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며, 특히 한국의 600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 생존권에 약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캐서린 국제실장은 양국 노총간의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한미FTA를 두고, 한미 양국 노동자는 강력한 연대를 할 것”이라고 밝히며, “그것은 기업가 보다는 노동자 서민을 위한 세계 시스템, 즉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