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여성위원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를 비롯해 15대 단체가 참여하는 ‘G20대응여성행동’은 10일 오후 서울국제민중회의가 열리는 예수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빈곤 차별 대책 없는 G20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여성행동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반복되는 경제위기로 인해 ‘빈곤의 여성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나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책임당사자인 G20 정상들은 이에 대한 책임과 문제해결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며 “빈곤과 차별 해소를 위한 G20정상회의의 책임 있는 논의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강실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여성이 금융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위기로 각국이 긴축정책을 쓰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여성 정규직들이 간접고용노동자로,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또 신자유주의의 확산은 군국주의와 전쟁을 불러와 이로 인해 여성들이 피해보고 있다”며 “G20정상회의가 올바른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 한다면 여성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서울 회의가 시작되기 두 달 전, 한국여성단체들이 여성문제를 G20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건의문을 정부에 냈으나 한국 정부로부터 이번 회의는 경제문제라 여성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무식한 답변을 들었다”며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긴축정책으로 사회복지비용이 줄면서 여성의 돌봄노동이 증가하고 위기비용이 여성에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제문제를 얘기할 때 버블경제만이 아니라 실물경제, 즉 여성들의 무급 돌봄노동, 그림자경제까지 포함해서 GDP 새롭게 써야 한다. 여성의 시각에서 경제지표를 새로 만들어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벨 오 아시아여성노동자단체 전 대표도 참석해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현황을 전했다. 그는 “국제자본이 통제가 용이하고 조직화 능력이 부족한 젊은 여성들을 고용해 10년~15년 일하고 나면 언제든 버리거나 교체할 수 있는 노동자 취급을 하는 등 6, 70년대 한국이나 대만에서 벌어졌던 일이 지금은 동남아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다”며 “G20이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마벨 오 아시아여성노동자단체 전 대표 |
여성 농민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구점숙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신자유주의 농업 정책이 여성농민들로 하여금 더 많은 수탈과 억압에 처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규모화 정책을 취하며 필연적으로 농가부채가 발생했고, 이제 기업화 정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농기업이 농업의 주체가 되면서 농민의 경험과 판단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다”고 농민들의 소외를 전했다. 이어 그는 “여성농민들은 신자유주의와 단지 몇 개국이 세계경제 결정하는 G20정상회의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G20대응여성행동은 이 같은 여성들의 요구를 담아 “금융위기는 여성의 위기, 빈곤 차별 대책 없는 G20 반대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G20정상회의는 지금 당장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적 세계 경제체제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며, G20대응여성행동에서 여성들이 지혜를 모아 마련한 대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고용 복지, 빈곤 개발, 농업, 평화 인권, 성인지적 협력체계 등 다섯 개 분야에서 아홉 가지 요구사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좋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 △여성의 무보수 돌봄노동 증가시키는 복지비용 축소 반대 △금융거래세 도입과 금융거래세의 70%를 여성을 포함한 금융소외계층의 빈곤퇴치와 역량강화에 할당 △G20 개발 이슈에 성평등 목표 포함과 유엔 새천년개발목표와의 연계△신자유주의 농업 정책 폐기 △전쟁을 중단과 평화 안보 과정에 여성참여 확대 △세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입국 불허한 한국 정부 규탄 △성평등 실무그룹 설치 △경제위기 피해 조사 및 예방 자료 생산 등이다.
▲ G20대응여성행동 회원들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민중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며 면봉으로 막힌 귀를 뚫어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