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정규직 지부 대의원 비상간담회에 참관한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시트1부 조합원들은 '요구안을 둘러싼 혼란에 대한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선전물을 대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시트1부 조합원들에게 "참관은 허용하겠다. 조용히 경청했으면 좋겠다"며 발언권은 주지 않았다. 또 외부인들은 참관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상무집행위원들을 시켜 출입문을 봉쇄했다.
"주말에 침탈당하지 않도록 책임지겠다"
대의원들은 "16일부터 지금까지 용역깡패들, 타공장 관리자들이 현장을 장악하고 있다. 당장 이 시간 이후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주말에 침탈이 예상된다. 울산공장 현장조직위원들, 전체 대의원들 결집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토요일, 일요일 어떤 경우라도 1공장 비정규직들이 침탈당하지 않도록 책임지겠다"며 "나를 포함해서 상집 동지들 59명을 비상대기시킬 것이다. 1공장 대의원들과 함께 고생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휴일은 엄호 지지 수준을 격상해서 대응할 것이다. 설마 지부장까지 끌어내겠는가?"라고 답했다.
이어 "다음주부터는 직접 현장에 뛰 들겠다. 노조 내부 문제도, 사측 폭력 문제도 제대로 바로 잡아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지부는 비상간담회가 끝난 뒤 운영위를 소집해 각 사업부 대의원 5명씩 순환농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불파투쟁이냐? 동성기업이냐?"
이경훈 지부장은 "(어제 배포한 이상수 지회장 명의의) 호소문은 다 거짓말이다. 아무리 노조를 해도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시트 26명 고용승계 충족시키면 불파 문제는 하나 하나 천천히 풀어가자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동성기업 문제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빌미에 불과했다. 특별교섭을 놓고 지부에게 교섭창구 열어달라고 한다. 그러나 주체는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3지회다. 조직체계상 명확하고 간명한 것이다. 17일 지회 쟁대위 결정사항을 가져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엄길정 대의원은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특별교섭 요구안을 쟁취하기 위해 쟁의행위를 가결시켰다. 지부는 지회가 말을 바꿨다고 하는데 요구가 변경된 것이 아니다. 동성기업 해결을 위해 쟁의행위를 결의하지 않았고 동성기업 문제로 점거농성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비정규지회는 특별교섭 요구안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발 라인 잡는 것은 하지 마라"
한 대의원이 "관리자들과 몸싸움하다보면 몸도 뻐근하고 마음도 많이 아프다. 대의원들이 다치고 있다. 신분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하자 이경훈 지부장은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 지지하기로 했다. 폭력이 있을 경우에는 신분보장 충분하게 된다. 그런데 제발 라인 잡는 것은 하지 마라. 그 파장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라인이 자동으로 멈추는 것은 사측의 몫이다. 앞으로 신분보장 요청이 있을 것이다. 참고하라"고 말했다.
"용역깡패와 용역경비의 차이는 뭐냐?"
한 대의원이 "3공장에 용역깡패들이 진 치고 있고 샤워장에서 등에 호랑이 문신 드러내놓고 샤워하고 있다. 버스 10대 대기시켜 놓고 있다. 3공장에 있는 버스 10대 철수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경훈 지부장은 "용역깡패들에 대해 회사에 확인하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샤워장 문신, 성기 내놓고 있으면 잡아오라.(대의원들 일동 웃음) 용역깡패인지 채증해달라"며 "신성한 일터에 깡패들어오면 맞장 떠 죽여야지요. 하지만 용역경비와 용역깡패 구분해서 이야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경훈 지부장의 입장이 지부의 입장은 아니다"
이날 비상간담회 와중에 사쪽 관리자들 1000여명이 1공장 점거농성장에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공장 대의원들과 지부 상집은 서둘러 농성장으로 출발했다.
발언권도 얻지 못하고 참관했던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대의원들은 우리 투쟁을 엄호, 지지하기 위해서 제안하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경훈 지부장은 명확한 입장을 말하지 않고 피하고 있어서 답답하다"며 "많은 대의원들이 우리 투쟁을 지지, 엄호하기 위해 발언도 하고 투쟁도 하고 있다. 이경훈 지부장의 입장이 지부의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울산=합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