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오토는 농성풀지 않아 승리했습니다”

[기고] “농성 푸는 건 죽어도 안됩니다”...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은 초기에 사측을 압도하는 뛰어난 결단력과 응집력을 발휘했습니다. 정말 이번 투쟁은 ‘되는’ 싸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교섭’에 대한 여러 문제가 투쟁의 쟁점으로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우리 투쟁의 성과이지만, 우리들 내부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의 투쟁과정을 동지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투쟁의 성격은 많이 다를수 있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7월 12일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습니다. 현대·기아차 자본과 경찰들의 대응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70여명의 용역깡패들이 저희 해고자 7명을 시도 때도 없이 침탈하고, 경찰에 연행된 것만 무려 세 차례가 넘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승리했습니다. 동지들은 저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유리한 조건에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사측의 얕은 속셈, ‘농성을 푸는 것은 죽어도 안된다’

올 여름, 그렇게나 비가 많이 왔고 물대포 공격에 몸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손발이 불어터지고, 용역깡패들과의 육탄전에 몇시간 잠도 못 잤지만 이겨냈습니다. 합의 후에 현대차 본사 관리자가 “이사람들 정말 사생결단했다.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더군요. 싸움의 과정에서는 이런 기세와 단호함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이 내부를 강화하고 연대를 불러오는 힘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7월 말 정도에 사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교섭을 타진해왔습니다. 간단하게는 ‘농성을 풀면 복직에 대한 교섭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섭을 한번도 진행해보지 못했던 저희들은 순간 흔들렸습니다. 해고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저희들 입장에서는 소수라도 ‘복직’되는 것 자체가 큰 성과였습니다. 더구나 저희들은 애초에 7월 말까지 ‘1차 농성’을 한다는 것이 내부적 계획이었습니다. 교섭국면으로 전환을 해서 여름휴가를 넘기고, 이후 투쟁을 모색하자는 것이 주요하게 고려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농성을 풀지 않고, 지속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차피 저희들 문제는 동희오토가 아닌 현대기아차에서 ‘결단’을 해야만 풀릴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현대기아차를 압박하는 유일한 무기인 양재동 본사 앞 농성을 풀 수는 없었습니다. 만약, 그때 농성을 풀고 교섭으로 전환을 했다면 아무런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전쟁터에서 적을 압박할 수 있는 ‘무기’를 손에서 놓는다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합니다. 실제적 성과가 없이, 점거농성을 푸는 것은 절대로 안됩니다.

내부를 교란시키는 교섭국면, ‘원칙적인 대응이 최선의 길이다’

저희들의 이런 단호한 대응이 오히려 교섭국면을 열어 주었습니다. 농성을 완강하게 유지하면서 8월 초, 하청업체 사장과의 교섭이 이루어졌습니다. 교섭 결과 아무런 안이 없었고, 오히려 농성장을 침탈하는 도발을 자행해왔습니다. 저희들은 사측의 도발에는 더욱 거세게 대응하는 배짱과 깡다구가 큰 장점이라고 자부합니다. 오히려 이런 국면에서 저희들은 농성투쟁을 더욱 확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교섭국면 자체가 내부를 교란시키고 있었습니다. 사측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누구 누구는 죽어도 복직시킬수 없다’고 흘렸습니다. 공식적으로 사측은 아무런 안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저희들 자체가 사측의 유언비어로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조합원들은 당연히 전원 복직을 요구하면서 농성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측이 ‘일부’복직에 대한 안을 흘리면서, 저희들 내부에서 마지노선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저희들의 주요 요구안이었던, ‘금속노조 인정, 원직복직’을 단호하게 밀고 가기가 어려운 조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요구안에 대한 ‘수정’을 고민하는 순간, 투쟁의 주도권은 사측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교섭이라는 것 자체가 이런 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희 지회 내부에서 복직 인원에 대한 마지노선을 토론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토론들은 저희 지회 조합원들에게는 힘빠지는 과정이었음이 명백합니다. 그렇지만 그럴 때일수록 투쟁을 이어나가고, 확대하겠다는 결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협상력을 높이는 것도 결국, ‘투쟁’입니다. 교섭이 투쟁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쟁을 키워내는 촉매재가 되도록 사활을 걸고 배치해야 합니다. 이런 자세와 태도가 사측을 압도하게 되고 결국 승리할수있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일시적 ‘하강’국면, ‘완강한 투쟁으로 새로운 국면을 열어내자’

저희들은 8월 8일 여름휴가 마지막 날, 200여명의 용역깡패와 사측 관리자들에게 농성장이 털리고 말았습니다. 농성장이 털리고 나서는 본사 앞 1인시위조차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양재동 본사 앞을 내주지 않겠다고 작심한듯 용역들을 풀어서 철옹성처럼 지켰습니다. 그리고 현대·기아차 자본은 알바생들 10여명을 고용해서 양재동 본사 주변 모두에 집회신고를 내버립니다. 꼼짝도 할 수 없는, 정말 위기였습니다.

그때 저희들은 ‘집회신고’ 투쟁으로 돌파해냈습니다. 서초경찰서 앞에 60명의 동지들과 집회신고를 쟁취하기 위해서 밤새 문화제를 하면서 ‘난장’을 벌인 것입니다. 서초경찰서는 손에 집회신고를 든 60여명의 동지들로 시장판이 되어버렸고, 결국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사 바로 옆에 안정적인 농성거점을 허용해주고, 본사 앞도 월 5회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합의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연대대오와 함께 ‘공동 농성단’을 꾸려서 투쟁을 더욱 확대합니다.

처음 7명의 조합원들로 시작된 본사 앞 농성!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은 이제는 몇십명의 동지들이 함께 농성을 하고, 몇백의 동지들이 저녁 문화제를 진행하는 투쟁의 ‘구심’이 되었습니다. 그런 투쟁의 힘으로 ‘9명 전원 복직, 동희오토의 고용보장 확약’을 쟁취할수 있었습니다. 투쟁의 과정에서 언제나 기세있게 몰아칠 수만은 없습니다. 이런 큰 투쟁에서는 일시적인 하강국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시기일수록 패배감과 조급함은 절대로 안됩니다. 여유있게 투쟁을 확대하는, 그래서 국면을 전환시키는 계기로 활용합시다. 언제나 사측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반드시 반전의 기회는 옵니다.

100전 100승의 열쇠, ‘완강한 거점농성과 투쟁의 확대’

비정규직 투쟁은 안정된 노동조합의 일반적인 투쟁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투쟁의 시작과 마무리를 전혀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준비되지 않는 싸움을 시작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놈의 비정규직들은 투쟁을 하는 것도 서럽습니다. 지난 투쟁의 과정에서 우리 비정규직 동지들의 가열찬 투쟁과 눈물나는 패배의 객관적 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지들! 명심합시다. 이미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은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것은 동지들이 아니라, 현대차 자본입니다. 정몽구입니다. 투쟁이 확대되고 커질수록, 그리고 자본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지금! 시간은 저희들의 편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힘들어할 때, 자본은 죽음을 생각합니다. 지금은 완강하게 버티는 것, 그리고 단호한 결단으로 투쟁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흔들리지 맙시다. 그리고 기필코 승리합시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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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파업 , 현대차 , 동희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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