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의 이름으로 모이자

[기획연재] 여성노동자의 현실(3)

고용 불안, 여성의 권리마저 박탈하는 사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하루하루 급박하게 점거농성을 벌여가고 있는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의 투쟁 소식은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관리자들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부당해고까지 당한 여성조합원의 상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사측 용역에게 끌려가고 맞아가며 투쟁해왔는 데도 말이다.

어디 제조업뿐이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여성노동자, 지하철 청소용역업체 소속 여성노동자, 유통부문 협력업체 소속 여성노동자 등 하도급, 용역, 파견... 이름은 달라도 비정규직 고용관계, 즉 고용을 빌미로 한 권력관계에 놓인 여성노동자들은 성폭력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지며 살아가고 있다.

6년에 가까운 투쟁 그리고 승리 사업장으로 기억되는 기륭분회는 ‘여성’‘비정규직’노동자가 어떻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지를 보여줬다. 김소연 분회장이 말하길 본인처럼 언제 결혼할지 모르는 미혼여성이라는 이유로 6개월, 결혼해서 언제 임신할지 모르는 신혼 여성은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미혼여성이 결혼을 하고, 누군가 임신을 한다면 바로 계약해지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어림도 없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제아무리 정부에서 출산을 장려한다한들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또 이 때문에 이유로 출산, 육아에 대한 권리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성들도 대학 진학 많이 하고, 여성 공무원, 선생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선전에 ‘이제 여성들이 살기 좋아졌다’고 동조하는 조합원도 많다.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이고, 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이라는 수치를 아는 조합원도 많지 않지만, 이러한 현실이 노동조합에게 어떠한 실천과제도 주지 않은 채 글 속에서만 맴돌고 있다.

경제위기 시대 생계를 ‘보조’하기 위해 노동하는(여성들에게 ‘보조’할만한 임금밖에 주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생계를 ‘보조’하게 되는) 여성노동자들이 왜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지, 따라서 비정규직 투쟁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것(우리가 기륭, KEC, 재능 투쟁사업장을 ‘여성’노동자로 따로 호명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러한 사업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는 여성의 눈으로 분석하고 여성노동자의 요구로 알려야 한다)을 알려내고, 법도 아니고 순응하는 것도 아닌 노동조합, 현장의 힘이 해답이라는 알려내는 작업을 민주노총이 해야 한다.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 ‘청소/간병노동자에게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를’ 캠페인, 최저임금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여성연맹, 공공 서경지부 청소노동자의 투쟁은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하고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면서 노동조합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노동자 중에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바꾸는 투쟁, 여성노동자가 박탈당한 권리를 만들어가는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여성노동자가 주인되는 민주노총을 만들자

파업 중에 집에 잠깐씩 들러 쉬기는커녕 반찬을 만들어놓고 밀린 빨래를 하면서 500일 넘는 파업했던 홈플러스 비정규직 여성조합원들, 해고되어 복직 투쟁을 하면서도 혹여라도 남편이 반대할까 가족들에게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집과 농성장을 왔다갔다하며 투쟁했던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조합원들, 농성장 지켜가며 이틀씩 휴가내가면서 김장하느라 투쟁하느라 쉴 날 없이 투쟁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직지부 해고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경제위기 시대 가족의 생존에 필수적인 노동을 하면서도 집안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여성노동자들의 취업의 조건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여성들이 맞벌이를 하더라도 가사노동이 분담되지는 않고 있는 현실에서 보듯이), 여성노동자들이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하면서 잠시라도 집안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심지어 가족들의 반대에 직면하기도 하는 것이 여성조합원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가족들을 설득하면서 집안일을 해가면서 힘겹게 여성조합원들은 투쟁하고 있다. 가족이 알아서 아픈 사람도 돌보고, 아이도 키우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내, 며느리, 엄마인 여성들은 노동조합 활동조차 제약받는다.

여성에게 전가되는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사회가 책임지라는 오래된 요구야말로 민주노총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러한 투쟁을 방기한다면 여성조합원 개개인의 결단을 강요하거나 여성조합원을 방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투쟁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부여하고, 여성노동자 투쟁의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노동자가 주인되는 민주노총을 만들어가야 한다. 서울여성조합원대회는 여성이 민주노총의 조합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떠한 투쟁이 필요한지 지혜와 힘을 모으는 자리가 될 것이다. 여성노동자의 힘으로, 여성노동자가 민주노총의 주인이 되는 투쟁을 전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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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여성 , 여성노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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