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비정규직 문제 대화요청에 ‘묵묵부답’

“혜택만 받고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다”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의 고공농성이 15일에 째에 접어든 가운데 지역 인사들까지 중재에 나섰으나 GM대우가 사태 해결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아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역사회의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변변한 방한 용품 하나 없이 15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사태 악화를 염려한 인천지역의 정당과 학계, 종교계 인사들이 직접 나서서 GM대우 측에 대화를 촉구하고 있으나 정작 GM대우 측은 꿈쩍도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인천지역 인사 GM대우에 대화 촉구, “무시하면 불매 운동 전개할 것”

지난 9일 학계, 종교계, 정치계를 비롯, 인천 지역 인사 44명이 모여 ‘GM대우자동차비정규직투쟁승리를위한 인천지역대책위원회’(대책위)를 꾸렸다. 대책위는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안전과 평화로운 사태 해결을 위해 민주당 문병호 인천시당 위원장, 장동훈 신부 등이 포함된 대표단을 구성해 지난 10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GM대우차 측에 면담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GM대우는 이에 대한 답장 서신도 보내지 않았다.

GM대우는 금속노동조합이 공식 요청한 교섭도 거부했다. 8일 금속노조는 박유기 위원장 명의로 GM대우 사측에 “점거 농성 장기화 방지와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라며 교섭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사측은 “당사와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아니한 근로자에 관한 사항으로서 당사가 교섭에 임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15일 부평 GM대우차 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공농성자들은 영하의 날씨와 온갖 악조건 속에서 15일째 사투를 벌이고 있는 데 반해 GM대우차 아카몬 사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GM대우차는 당장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GM대우자동차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지난 날 기업 회생 과정에서 법인세 감면, 특소세 납부 유예, 대우자동차 사기 운동 등 인천지역이 아낌없이 지원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글로벌 리더를 자처하는 GM대우자동차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실로 막중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조속히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문병호 민주당 인천시당 위원장은 “두 분의 고공농성과 이들을 지원하는 움직임은 이 시대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1차, 2차, 3차 구조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이익을 빼앗는 구조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GM대우차는 일단 대화에 응하고 대책위의 안을 들어본 다음 머리 맞대고 진지한 대화 통해 문제해결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회사가 각기각층의 양심세력 무시하는 처사를 강력 규탄하며 민주당도 이 대열에 함께하고 있다. 아카몬 사장과 대우차 임원들은 우리의 대화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진권 목사는 “조금 있으면 아카몬 사장이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한 달이나 미국으로 휴가를 간다고 하는데 그 분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제대로 생각한다면 떠나기 전에 고공농성을 하며 하늘을 향해 온몸으로 간절히 기도하는 두 분과, 같은 염원을 가지고 싸우는 해고자들의 문제 실마리를 풀어놓고 떠나야 한다”며 “대화가 빨리 재개되기를 사장과 많은 대우측 분들에게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러한 지역사회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GM대우자동차가 대화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폭력을 수반한 반사회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대책위원회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그 책임을 물을 것”이며 그 일환으로 “마이크 아카몬 사장의 인천명예시민 박탈 운동, GM대우자동차 불매 운동 등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대책위는 사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비업체 직원들의 방해로 끝내 전달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부평경찰서 정보과장은 “애초에 홍보팀장이 나와서 서한을 받기로 했으나 지금은 경찰 쪽 전화를 아무도 받지 않는다. 우리도 연락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책위 측은 사측이 받지 않은 항의서한을 그 자리에서 태워 버렸다. 30여 분간 지속된 이 과정을 지켜본 한 연대단체 회원은 “항의서한도 안 받는 게 미국식 매너냐”고 비꼬았다.

  대책위 측은 사측이 받지 않은 항의서한을 그 자리에서 태워 버렸다. 30여 분간 지속된 이 과정을 지켜본 한 연대단체 회원은 “항의서한도 안 받는 게 미국식 매너냐”고 비꼬았다.

GM대우가 지역민들의 요구에 이처럼 무대응으로 일관함에 따라 대책위 측도 점차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통해 지역사회 여론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고공농성 해결을 촉구하며 14일부터 이틀간 집단 단식농성을 진행한 대책위는 16일 부평역에서 부평공장 정문까지 ‘성실 교섭 촉구와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삼보일배’를 진행할 계획이다. 16일 오후에는 인천지역 종교인들도 결합한다.

박유기 금속위원장, “GM대우 투쟁, 전면적 투쟁 되도록 만들겠다”

한편 2시 반부터는 대우자동차판매 앞에서 GM대우 비정규직지회 투쟁 승리를 위한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250여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연대단체 회원들은 집회를 마치고 대우차 정문 앞까지 행진, 4시 반 정문 앞에서 정리집회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GM대우 사측과의 교섭창구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회사 측과의 교섭창구 만들어 보겠다. 그리고 GM대우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을 지역에 국한된 투쟁이 아니라 전국적, 전면적 투쟁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노동자들이 일자리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고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850만이 비정규직, 2등 국민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국민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5만 달러가 되면 뭐하냐. 이런 세상을 바꾸는 길은 노동자들이 싸우는 길밖에 없다”며 “이 탐욕스럽고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 비정규직 투쟁에 진보신당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고공농성 중인 황호인 조합원도 “추운 날씨에 여기까지 와줘서 감사하다”고 정문 아치 위에서 인사를 건넸다. 황 조합원은 이어 “올해 가기 전에 끝장 보자고 여기 올라왔지만 내년까지 투쟁이 이어진다 할지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아산, 전주, 울산에서 벌어진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그리고 우리들의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동지들이 힘차게 지지하고 엄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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