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여성연맹에 따르면 “지난 5월 9호선 한 역에서, 청소반장이 누워서 쉬고 있는 여성 미화원의 허벅지를 만지는 성희롱을 저질렀고, 피해 여성노동자의 항의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청소용역업체 ‘A사’는 9호선 운영회사에서 근무하는 피해자의 가족까지 나서서 항의한 뒤 6월이 돼서야 마지못해 청소반장을 권고사직 시켰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해자인 청소반장은 7월 1일 또 다른 청소용역업체인 ‘B사’가 주관하는 9호선 다른역으로 이전해 현재까지 야간반 반장으로 버젓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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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노조(민주노총 여성연맹 9호선지부)에서는 지난 8월부터 집회 등을 통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처벌 없이 가해자가 일하고 있는 것을 문제제기하고, 청소용역업체인 B사에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B사 측은 성희롱이 “남의 회사(A사)에서 있던 일”이라고 이를 묵살하고 있으며, 오히려 “노조가 지난 8월 성희롱 반장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여성연맹 9호선 지부장 Y 씨를 고소했다.
지부장을 고소한 곳은 B사 뿐만이 아니다. 최근 민주노총을 탈퇴한 ‘9호선노동조합’ 위원장과 심지어 성희롱 가해자인 청소반장도 지부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지부장은 “오늘 오후 2시에도 서부경찰서에서 성희롱 가해자와 대질심문이 있다. 세 건이나 고소를 당해서 수시로 경찰서에 불려 다니고 있는데 잠을 못 잘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이 심하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도 “그래도 내 다음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면 성희롱 고소사건의 무죄를 밝혀서 당당하게 나설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노총 여성연맹과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는 16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호선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가해자를 고용했던 청소용역업체 두 회사를 9호선과 재계약하지 못하도록 서울시가 제한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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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성희롱 당한 피해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가해자는 여전히 다니면서 오히려 성희롱에 문제제기한 노조 지부장을 고소하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특히 고용불안정에 시달리는 사청여성노동자나 비정규직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여전히 성희롱에 노출되면서도 감내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이런 전반적인 성희롱 실태를 조사해서 가장 악질적인 사업장에 대한 처벌과 대책마련과 함께 이런 사업장에 대해서는 도급계약을 하지 않도록 노동부, 서울시에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배숙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은 “1999년 직장 내 성희롱을 법제화한 것은 성희롱이 피해자, 가해자의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가 인권을 침해받지 않고 건강한 노동할 수 있도록 회사가 책임지고 보호해달라는 취지로 회사는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서 권고사직 했으니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으며 “용역업체를 관리감독 해야 하는 서울시도 전체 여성노동자의 인권을 위해서 용역업체 선정기준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의회에서는 9호선은 공기업이 아니라 민자라고 하면서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는데 9호선 운영의 80%는 서울시 예산, 즉 우리 세금”으로 “9호선이 서울시 예산을 사용한다면 차기 입찰에서는 서울시가 이처럼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업체에 대해 입찰자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9호선과 B사의 계약기간은 2011년 1월 21일까지이다. 이들은 “내년 1월 21일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집회에 갔다고 정리해고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러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에 서울시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민자로 운영되는 지하철 9호선이 다른 공기업에서 운영되는 1~8호선 지하철보다 청소용역 입찰계약이 저가 계약으로 체결되어 저임금, 인원 부족, 장시간 노동 등 여성노동자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기업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