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연평도 포격 등의 한반도 긴장상태가 발생했을 경우, 정부가 직접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인터넷 검열’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한겨레 신문>는 22일, 정부가 ‘긴장상황’때 인터넷 글을 무단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후 ‘사회 교란 목적’이란 잣대로 검열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정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조차 생략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검열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미 인터넷자율정책기구 및 포털업체 관계자들과 매뉴얼에 대한 협의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긴장상황이 발생하면 포털업체들로 하여금 게시판이나 카페, 블로그에 올려진 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부기관이 허위라고 신고한 글은 방통심의위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 관계자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사태 때 ‘예비군 동원령 발령’이란 허위 내용의 유언비어가 인터넷 게시판과 이동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퍼져 사회불안을 증폭시킨 것과 같은 상황 발생 때 즉각 대응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는 것”이라며 “긴장상황 때 정부기관이 명백한 허위라고 신고한 글에 대해서만 심의 없이 삭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발했다. 방통위는 이미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사회교란 목적으로 인터넷에 유포되는 명백한 허위사실과 유언비어에 대한 민간의 자율심의를 강화하겠다”라고 예고한 바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사전 검열 추진은,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긴장상황’이나 ‘사회 교란 목적’역시 확실한 기준이 없어, 악용 소지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넷)는 22일, 논평을 발표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진보넷은 논평을 통해 “그간 정부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사건 등 한반도에 긴장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인터넷을 통한 시민들의 의사 표현을 과도하게 통제해 왔다”면서 “이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때 반드시 법적 근거를 가져야 한다고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역시 논평을 발표하고 정부가 ‘사이버 긴급조치’를 발동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 역시 지난 촛불 항쟁 때와 같이 정권에 불리한 상황을 국가적 위기라며 인터넷 검열을 자행하는 등 국민의 의사표현을 심각하게 제한해 왔다”며 “이번 이명박 정권의 인터넷 글 무단삭제 방안은 한마디로 ‘사이버 긴급조치’라 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인터넷 글 무단삭제 방안 즉시 철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