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최고위원인 정두언 의원이 장하준 교수 초청 강연을 주선해 화제다. 정 의원이 심지어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온 우리 자신을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는 말까지 한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트위터리안들은 ‘그나마 말이 통하는 보수’ ‘개념 보수’라는 반응을 보이며 정두언의 뒤늦은 ‘깨우침’을 격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 의원의 깨우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 의원은 불과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28일 오전, 현안인 한미FTA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덕분에 그의 신자유주의 비판이 진정성 있는 발언이 맞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주최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정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천장에 비가 새는데 천장을 고칠 생각은 않고 계속 날씨 탓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불편한 진실을 외면만은 할 수 없다”며 “이제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온 우리 자신을 심각하게 되돌아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믿고 따라온 길을 되돌아보며 ‘오메, 이 길이 아니었나벼!’라고 하는 건 불편한 일이지만,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일본의 자민당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의 의미에 대해 정 의원은 28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신자유주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도 신자유주의를 폐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를 계속 해야 되는지, 무비판적으로 왔던 길을 한번 되돌아보면서 점검하고 성찰해 보자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양극화 심화, 고용불안의 악화, 금융위기, 외환위기의 상시화의 원인을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도 마냥 민영화와 규제완화만 할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실질적으로 각종 규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작아져야만 하는지도 점검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야할 새로운 길은 분명히 신자유주의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한미FTA라는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의 신자유주의 비판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 의원은 돌연 “저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 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지금 우리나라 내수시장은 한계에 봉착해 있어 시장을 넓히고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FTA가 불가피하다. 그 부분에 대해선 장하준 교수와 견해를 달리한다”고 말했다.
앞서 27일 장하준 교수는 ‘새로운 자본주의와 한국경제의 미래’ 강연회에서 선진국과 FTA를 맺는 것에 대해 “수준 차이가 나는 나라와 FTA를 맺으면 시장확대로 단기적 이익은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뒤떨어진 나라가 앞선 나라를 따라잡는 데 장애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