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남성 활동가가 여성 활동가 폭행

민주노총 규율위원회 ‘해고’ 권고...성폭력이 근저에 깔려

민주노총 공공노조 충북지부 남성 간부 유00(이하 가해자)씨가 보건의료노조 충북지부 여성 간부(이하 피해자)의 머리에 된장찌개를 끼얹는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충북본부 임원 선거를 마치고 관계자들이 청주 시내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에 발생했다. 유씨와 피해자가 논쟁하는 가운데, 유씨는 피해자에게 된장찌개를 머리에 끼얹은 뒤 얼굴과 몸에 반찬그릇을 던졌다.

피해자와 피해자가 소속된 보건의료노조는 가해자가 속한 조직에 공식 항의했으며, 민주노총 규율위원회에 사건을 제소했다. 민주노총 규율위원회는 “폭행사건으로 피해자는 인간적인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음은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으며, 출근조차 할 수 없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관련해 가해자 소속된 상급단체인 공공서비스노조는 12월 7일 “우발적 사건이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정상적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입힘과 더불어 지역 연대의 기풍을 훼손하고, 조직의 명예를 손상했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며 △정권 및 정직 3개월 징계 △피해자의 의견에 따라 이후 중앙집행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직기간 만료와 더불어 인사이동 △징계 사실을 가해자에 공지하고 공개 사과를 포함한 후속조치 시행 등을 결정했다.

반면 민주노총 규율위원회는 징계 수위를 높여 가해자를 ‘해고’하라고 산하 연맹인 공공서비스노조에 권고했다.

현재 민주노총 체계상 연맹 소속 간부 징계는 해당 연맹의 권한이지만, 논의 끝에 공공서비스노조는 “규율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징계 결정단위인 중앙집행위원회가 가장 빨리 개최되는 2011년 1월 6일 재심하기로 결정하고, 규율위원회에 통보”하기로 했다.

‘폭행이 주된 행위지만 성폭력이 사건의 근저에’

민주노총 규율위원회는 가해자 ‘해고’를 권고한 이유에 대해 “‘폭행’이 주된 행위지만 ‘성폭력’이 사건의 근저에 있음을 확정하여 규율위원회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규율위원회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사건에서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의 근저에는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에 대한 성적 수치심과 폭력성이 동반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가해자에 대해 성인지적 관점과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교양이 수반되어야 함에도 이를 간과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폭력사건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사건의 해결과 이후 대책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고 전했다.

관련해 조성범(전교조) 규율위원장은 “공공서비스노조의 징계가 가볍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여성, 가해자가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여성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사건 발생 즉시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서 피해자의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되었다.

규율위원회는 “가해자의 심각한 폭력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는 이후 같은 지역에서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기를 일관되게 요구했음에도 공공노조 차원에서 사건 발생 즉시 최우선적으로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피해자 보호조치로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완벽한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를 소홀히 했다. 또한 가해자의 지위를 통한 활동만 정지했을 뿐 일상적 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다녀야 하는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징계 결정에 피해자와 소속조직 역시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피해자와 유씨가 같은 사무실을 쓰기도 하며, 격리를 요청했다. 최선의 조치이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용서할 수 없는 일이며, 다시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충북본부의 행동도 문제가 되어 민주노총 규율위원회는 충북본부를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충북본부의 ‘요청’에 따라 가해자가 현재 진행중인 ‘충북 희망원’ 사업장에 대한 투쟁에 한하여 당분간 활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발단이다. 민주노총 규율위원회는 “희망원 투쟁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민주노총 충북본부 상집 구성원은 3개월(2011년 2월말) 이내에 유관기관을 통해 기본적인 인권 교육 및 성인지적 관점에 관한 교육을 이수할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규율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성폭력’과 ‘폭행’ 모두 혼재해서 처리됐다’며 관련한 규정을 내년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수정 보완해 개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개념 및 용어 사용의 문제, 2차 가해에 대한 광범위한 규정, 결정문 작성에서의 정확성 등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조성범 규율위원장은 “규율위원회는 모든 징계 사안을 다 다룰 수 있다. 폭행, 성폭력, 조합원간의 문제, 조합원과 비조합원간의 문제 등 다양하게 존재해 각각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 규율위원회 규정이 포괄적이며, 해당 연맹에서 징계권이 있는데 규율위원회도 징계할 수 있도록 열어뒀기 때문에 충돌되는 지점이 있어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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