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다수의 사업자가 선정되자 선정된 당사자들도 “종편사업자로 낙점된 것은 좋지만 네 개는 너무 많다”는 식의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우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노골적 특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3일 동아일보는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의 시론을 통해 “정책당국 역시 사업자 승인으로 모든 짐을 벗었다고 판다하면 오산”이라며 “종편이 시장에 안착해 애초의 목표를 구현하기까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정부가 ‘종편’ 신설한 본뜻 어긋나지 않으려면”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더 구체적인 목소리를 냈다.
▲ 1월 3일자 조선일보 사설 |
조선일보는 “지상파 3사가 광고시장의 77.7%를 차지하고 있는 지상파의 광고 기득권 체제 속에서 4개나 되는 종편이 조속히 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종편 자본금 하한선을 창립 20년 된 SBS 자본금의 세 배 넘는 3000억 원으로 요구해 출범 전부터 커다란 자본 부담을 지게 해놓고 이렇게 하는 건 온당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종편 설립 취지를 살려 나가려면 종편의 자립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종편의 채널 위치 배정방식과 광고 확대정책 내용을 다시 고민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민기 숭실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시청자와 국민을 위해서 종편이 있는 거지 종편을 위해서 시청자와 국민이 있는 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응대했다.
김 교수는 3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종편 선정 사업자들이 광고 수입을 위해 각종 광고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사업자들이 전문의약품 광고라든지 의료산업, 즉 병원광고나, 변호사, 법조인들 광고, 또는 그동안 광고 금지품목으로 묶였던 도박, 경마 광고들을 하게 해달라고 할 텐데, 그것은 그동안 시청자를 위해 규제했던 것”이라며 “종편을 위해서 시청자들을 희생시키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금 상황을 “2000년의 미디어생태계, 예컨대 188개 채널이 경쟁하는 레드오션에서 4개의 상어떼가 출몰을 한 것”이라고 비유하고 이 같은 극심한 경쟁이 몰고 올 부작용들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격심한 경쟁이 물고 뜯고, 광고산업을 흔드는 경쟁이 벌어지게 되면 우선 제일 타격을 볼 것이 군소PP(Program Provider)들이고, 지상파 중에서도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들은 종편들이 만들어내는 킬러콘텐츠라고 하는 조금 좋은 프로그램들에 영향을 받을 것”이며 “그 다음에 종교방송, 지역방송들이 타격을 받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이제 신문이라든지 잡지, 옥외, 이런 쪽의 다른 매체들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종편사업자들 간의 통폐합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광고비는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경쟁함에 따라 다른 매체들의 수입이 적어지고, 결국 인건비나 제작여건 쪽에서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지만 “언론 산업의 특성상 아무리 어려워도 다른 매체들을 피폐화 시키면서까지 아마 종편들은 통폐합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홍 IMI(인터넷 미디어 인베스트먼트) 대표도 ‘PBS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4개의 종편사업자가 선정됨에 따라 “공익적 방송과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은 더욱 광고를 유치하기 어려워져 국민들은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은 약화되고 상업적이고 친정부, 보수성향 일변도의 방송을 접하게 될 개연성이 커졌다”고 우려했지만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와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한 수평적인 정보와 뉴스의 전달과 공유가 가능해짐으로써 종편사업을 통한 정치적 목적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스마트기기가 보급으로 각 개인이 미디어이고, 콘텐츠 생산자, 그리고 동시에 소비자가 되고 있고, 이러한 정보흐름이 가속화될수록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있다”며 “종편사업은 실패한 사업의 전형적인 모델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종편사업자들은 광고 수익 외에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것”이고 “또한 종편에 참여하지 않은 신문사들의 광고 중 상당 부분이 종편과 해당 신문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짐으로써 신문업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므로 나머지 신문사들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되었다”며 “미디어 빅뱅이 아니라 미디어 대혼란의 시기”이자 “창조를 위한 혼란이 아닌 혼란을 위한 혼란이 시작되었다”고 혹평했다.
한편 종편 사업자 발표가 있던 지난 31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편성채널사업자 선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출처: 미디어행동] |
이들은 방통위가 종편 사업자로 선정한 “조선, 중앙, 동아는 수구족벌 찌라시이고, 매일경제는 자본가의 목소리만 찍어내는 반사회적 매체로 언론의 순기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염두에 두지 않아왔다”며 “이런 자격 없는 사업자들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사업자로 나선다면 우리 사회 공론장과 여론은 소수의 수구족벌세력과 자본가들이 판치는 기가 막힌 사태가 벌어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최시중, 송도균, 형태근 방통위원들이 남은 임기 동안 종편에 대한 “의무재전송 지위 부여, 중간광고 허용, 황금채널 제공, 편성과 심의 안배, 세재 혜택 등을 손에 잡히는 대로 추진하고, 종편이 일정한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본 방송프로그램 허용 등의 조치를 타진하고, 종편에 광고 물량을 쥐어주기 위해 ‘병의원 등 의료기관 및 전문의약품’ 광고까지 허용할 태세”라며 “입법부와 사법부가 정상 기능을 하는 첫째 날 최시중, 송도균, 형태근은 감옥에 갈 것”이라고 확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