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를 맡은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위키리크스 사건을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다른 제공자에 의해 얻은 정보에 대해서는 보도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대한 법조계의 해석”이라며 “일부러 정보를 빼내지도 않았고 타정부를 위해 일하지도 않은 줄리안 어샌지에게 간첩죄를 적용한 것은 수정헌법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이는 명백한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의 자유는 특별한 권한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 태생적으로 얻게 되는 자유”이며 “정보를 입수하고 공개할 권한은 국제협약인 세계인권선언에서도 규정하는 내용으로 이번 줄리안 어샌지의 정보 공개는 세계시민으로서의 행위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아 행사하는 것인 만큼 위키리크스가 취득한 정보가 미국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고발하는 내용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밝힐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정부가 잘못된 행위를 하는 것을 국민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주인인 국민에게 잘못이 밝혀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 않고 종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정보를 가지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시키는 모든 단체를 언론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모든 행위를 억압하는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심대한 탄압이자 반민주적 행위”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일깨웠다.
토론자로 자리한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위키리크스와 미 정부의 대립을 “시민권과 국가권력 간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정보는 이라크전에 참가했던 일병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비밀자료로서 가치가 없고 미 정부의 정권안전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사적기록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미 정부가 이렇게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미국의 치부를 드러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공개한, ‘옷 벗긴’ 행위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일 뿐 간첩죄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위키리크스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 쓴 뉴욕타임즈 같은 거대언론에 대해서는 미 정부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는 것.
전 사무국장은 이어 위키리크스 사건이 “정보를 이용해서 권력을 행사하려는 세력과 그 정보를 나누려는 세력의 충돌, 즉 시민권과 국가권력 간의 싸움이고 전 세계적으로 시민권력과 미국권력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은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그 속성상 정보를 통제하고 감추려고 하기 때문에 이 행태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보공개센터가 최근 겪은 사례를 전했다.
“우리 정보공개센터에서 서울시에 ‘각 언론사에 제공한 광고단가를 공개하라’고 끊임없이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서울시가 답변서를 보내 왔다. 거기에는 우리 센터가 ‘받은 자료를 온갖 언론에 서울시를 비난하는 자료로 사용하는, 권리를 남용하는 센터’라고 써 있더라. 이 역시 정보공개청구권을 통해 ‘니들이 만든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는 시민권과 그런 우리를 비난하는 국가권력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위키리크스가 그동안 경제가 은폐해 왔던 정치성을 부활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정보들에 대해 미 정부가 국익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는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미국의 ‘국익’이라 불리는 건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며 “위키리크스의 공개는 미국이 ‘국가를 해체하는’ 국익 추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고 말했다.
경제, 언론, 문화적 상황에서 끊임없이 은폐되고 소용없는 것처럼 간주되어 왔던 정치가 실상은 이런 것들과 관련 없지 않고 오히려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렸으며, 기업 중심의 경제·시장 이름으로 행해지는 독과점 강화 등 경제논리로 민주주의를 대체하려 했던 전지구적인 상황에 위키리크스가 타격을 가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또 “이 과정에서 시민이라 불리는, 존재하는 시민들이 시장의 논리, 국가의 논리, 외교의 논리를 벗어나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라고 불리는 권력이 하는 일은 자신들이 대중의 목소리를 수렴해서 마치 대변하는 것처럼 얘기함으로써 대중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일인데 위키리크스는 그렇지 않았다”며 “이러한 위키리크스에 대한 탄압은 시민의 정치라 불릴 수 있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탄압하고자 하는 의지가 기본적으로 국가권력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인터넷이 공론의 장 역할을 하고 있어 개별주체들이 언론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는 한국에서 위키리크스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쥐 하나 그렸다고 탄압하지만 그만큼 이 정부는 두려운 게 아닐까. 한국이라는 곳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역동적인 곳이다. 우리에게 민주주의 원칙들의 구현이라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위키리크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