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1일 서울지방검찰청은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박 모 조합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 조합원이 서울동작경찰서 김 모 형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공소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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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4월14일 금속노조는 14일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성추행을 자행한 동작경찰서를 인권위에 고발했다. 인권위 진정서 접수에 앞서 기륭전자 분회 조합원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
기소 당일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등 언론은 '민주노총 조합원 허위사실 유포, 경찰이 성추행 알고보니 거짓말'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은 “기소된 날 당사자가 기소 사실을 통보도 받기 전에 이미 언론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조작했다고 보도했다”며 “당사자도 모르는 공소 내용으로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기사 내용이 김 형사의 일방적인 주장만 담고 있고 경찰이 인정한 사실 조차 왜곡하고 있다는 것.
지난 해 4월6일 기륭전자분회 조합원이 회사 앞에서 출근집회를 진행하는 도중 대표이사와 사측 관리자에 의한 폭행이 벌어졌고 분회와 사측이 쌍방을 고소했다. 경찰서로 이동한 뒤 상황을 촬영하고 있던 박 조합원과 사측 관리자 사이에 마찰이 발생했고 박 조합원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서 안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박 조합원이 볼일을 보기 위해 형사계 안 화장실에 들어갔고 이때 김 모 형사가 노크도 없이 화장실 문을 여는 성추행이 벌어졌다. 당시 피해자는 수치심을 느끼고 경련을 일으켜 실신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화장실 문 열었다” 인정해놓고 이제와서 허위사실 운운
사건 발생 이후 분회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해 7월30일 민원처리결과 회신 공문을 통해 “여자분이 사용 중인 화장실 문을 잡아 당기는 등 경솔한 행동으로 인하여 관련자분께 불편을 드린 점 인정되어 담당 경찰관에게 경고 조치 하였음”을 알렸다.
이는 경찰관이 여성이 들어가 있는 화장실 문을 강제로 열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여성의 몸을 시각적으로 보았다는 것까지 추정되는 대목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위 공문에서 ‘성추행 사실은 발견할 수 없었으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여성의 의사에 반하여 여성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엿보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성폭력’에 해당한다는 것이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의 설명이다.
이어 권 법률원장은 “여성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경찰관에게는 경고라는 형식적 징계에 그치고 이를 사회적으로 제기한 여성 노동자를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것은 국가의 권한 남용”이라고 이번 기소의 부당함을 꼬집었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4월14일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동작경찰서의 성추행 사실에 대해 진정서를 접수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30일 이 사건에 대해 기각결정을 했으나, 그 이유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1항 제3호 이미 피해회복이 이루어지는 등으로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고 밝혔다. 정유림 노조 여성부장은 “인권위의 결정은 김 형사의 성추행 사실에 대해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서울지방경찰청의 ‘경고’ 조치를 피해회복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피고인은 조사를 받게 되자 불만을 품고 비방할 목적으로 성추행 당했다는 허위 사실을 제보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열려있는 화장실 출입문을 통해 피고인에게 화장실에서 나오라는 말을 하였을 뿐 화장실 문을 강제로 열어 알몸을 쳐다보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한 사실이 없다”고 김 모 형사의 주장에 근거해 박 조합원을 기소했다. 심지어 검찰은 당일 박 조합원이 경련을 일으켜 병원에 후송된 사실에 대해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 때문이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기소 사실에 대해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경찰이 기본적인 인권의식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오히려 이런 행태에 문제제기한 사람을 기소하는 건 말도 안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도 “성폭력 행위는 쌍방의 주장이 엇갈리고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가해자의 진술만을 채택해 공소장을 작성한 것은 수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검찰의 공소 사실을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여성단체와 인권단체 등과 같이 오는 18일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소 철회와 해당 경찰관에 대한 중징계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제휴=금속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