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탄압에 목숨끊은 신협노조 지부장...장례도 못치러

양갑세 정릉신협노조 지부장의 죽음...책임자들은 모두 증발

작년 12월 29일, 양갑세 정릉신협지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내 김채환 씨와 세 살 된 아들, 두 달된 딸을 남겨둔 채였다.

이 사건에 대해 노조와 유족 측은 정릉신협 지모 전 이사장을 비롯한 사측의 협박과 표적감사가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 양갑세 지부장은 당시 이사장이 예산안을 통과시킨 임시조합원총회의 문제 등을 지적하고 나섰으며, 이후 양 지부장에 대한 끈질긴 감사가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주례 섰던 이사장, 우리 남편을 죽였어요”

“저는 남편의 회사 일에 대해 잘 몰랐어요. 아이들도 너무 어리고, 저도 아이들 키우느라 힘드니까 남편이 회사에서 있었던 힘든 일을 잘 얘기하지 않았거든요. 노조 지부장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세상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아마 징역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고, 산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을 빼앗길 것 같다고, 집에 빨간 딱지가 붙을지도 모른다며 초조해하고 불안해했어요. 그래서 왜 그런지 물어보니, 회사에서 표적 감사를 하고 있고, 모함 받고 있다고 얘기하더라구요.”

김채환 씨는 남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잘 알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어야 했다. 이제 남편이 단순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안 그녀는, 세 살이 된 아들과, 친정아버지와 함께 신협중앙회 앞에서 남편의 명예 회복을 위해 일인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다.

“10년 동안 정릉 신협에서 성실하게 일했던 사람이에요. 정말 성실해서 동네 사람들도 다 칭찬했던 사람이구요. 가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들딸도 건강한데 그 사람이 왜 2달된 딸을 두고 왜 목숨을 끊어야만 했을까요. 크리스마스전후로 표적 감사를 당하면서, 3사람 몫의 일을 혼자서 다 감당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특히 김채환 씨는 회사 측의 태도에 많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남편이 죽은 후, 표적감사를 진행하며 그를 협박해 왔던 이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김채환 씨 역시 그동안 ‘남편이 존경하던 분’으로 알고 있던 이사장이 남편을 죽음으로 이르게 하고, 사과 한 마디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실망스럽다.

“당시 이사장은 지난 2002년에도 이사장을 지냈던 사람이에요. 남편은 그를 존경해왔고, 우리 결혼식 때 주례도 부탁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 남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요. 이사장과 경영진은 남편이 사망한 후, 남편의 죽음과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유인물을 정릉 시장과 성당 등에 뿌리고 다니기도 했어요. 장례식장에서는 이름만 적고 가버리고, 영결식에서는 참가자들 사진을 찍기도 했고요. 유가족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이 이런 일을 해요. 이사장을 사퇴한 뒤에는 도망 다니고 있어요. 어제 아침과 저녁에도 이사장 집에 찾아갔지만, 이미 도망갔고, 핸드폰도 받지 않아요. 그렇게 당당하면, 왜 도망을 다니겠어요.”

故 양갑세 지부장, 누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노조와 유가족은 양갑세 지부장의 죽음이 ‘타살’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조 탄압과 더불어, 지부장 개인에게까지 협박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3월, 정릉신협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모 씨는 전 이사장은 이미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한 차례 이사장을 지낸 인물이었다. 그가 또 다시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 직원들은 큰 반대를 하지 않았다. 2006년 민주노총 전국사무연대노조 소속 정릉신협지부가 결성된 이후, 노조는 회사의 탄압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회사는 전 직원 임금 삭감, 구조조정 등으로 노조를 공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딸도 노조 활동을 했었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강조하는 신임 이사장을 조합원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장은 조합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는 2010년 7월 지부장으로 당선된 고 양갑세 지부장을 압박하며, 임금삭감과 기존의 단체협약에서의 복지 사항 삭제 등을 요구했다. 결국 노사는 2010년 11월 16일, 2009년도 임금을 직급에 따라 최고 -15%까지 삭감하는 안에 합의했다. 노조는 2008년 12월 30일, 사측의 단협 해지통지 이후 단협 체결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단협 체결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또한 이사장은 작년 11월, 신협 출자조합원 임시총회에서 45억 상당의 신협 건물 신축 등 신협이전 예산을 총회에서 가결시켰다. 하지만 이날 총회에서는 미국에 유학중인 이사장의 며느리가 출자조합원으로 둔갑해 참석하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 총회 성사 인원 역시 미달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안건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갑세 지부장은 ‘총회에 하자가 있어 11월의 임시총회 결정사항은 무효’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 탄압에 앞장섰다 대기발령을 받은 최모 전 상무의 업무 복귀 반대와, 신규직원 해고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때 부터 사측은 ‘표적감사’라는 칼을 양갑세 지부장에게 겨누기 시작했다.

노조는 “이사장은 학연, 지연 등을 통해 6개월에 걸친 강도 높은 기획, 표적 감사를 진행하여 노조 핵심인 김봉윤 전 지부장과 양갑세 지부장 제거를 통한 노조와해 공작을 주도했다”며 “감사 결과 양갑세 지부장의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감사를 마쳤음에도, 자체 감사를 2차례나 더 진행하는 등 계속해서 압박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

양갑세 지부장의 죽음 이후, 이사장을 포함한 사측은 책임을 인정하는 듯 했다. 지난 1월 4일 열린 교섭에서, 이사장은 감사 지시와, 감사 과정의 문제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사장이 감사를 지시한 것을 실토했고, 김모 감사가 양갑세 지부장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그를 범죄인 취급하고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는 등 매우 심하게 감사를 진행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7일 열린 교섭에서 사측은 태도를 뒤바꿨다. 양갑세 지부장의 죽음과 회사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며, 지역에 유인물을 배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맞서 사무연대노조는 지난 1월 31일부터 40일째 정릉 신협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해 오고 있다. 1월 5일부터는 매주 수요일마다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회사의 책임 인정과 책임자 처벌, 유족 보상 등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노조와 유가족들의 ‘책임자 처벌’요구는, 책임자들의 증발과 함께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될 상황에 놓였다. 지난 21일, 이사장이 자진사퇴한 이후 7명 중 5명의 이사와 감사가 사퇴 또는 자격상실로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 측의 책임자들이 모두 떠남으로써, 책임을 져야 할 곳도, 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사라지게 됐다.

때문에 사무연대노조는 9일, 신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 앞 ‘신협중앙회 규탄 결의대회’에서 이 같은 상황에 울분을 토했다. 정릉신협의 책임자들은 이미 자리를 떠났고, 양갑세 지부장 감사에 공모했던 신협중앙회는 이 사건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호정 사무연대노조 위원장은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이 사퇴한 상황에서,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특히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단협조항을 없애라며 노사관계에 개입한 신협중앙회역시 이 사건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또한 “오는 15일, 49재 이전까지 신협중앙회는 사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결의대회 직후, 김호정 위원장을 비롯한 출자조합원 2명은 신협중앙회에 항의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호정 위원장은 임시이사 선임 후, 임시이사와 유족과의 합의를 통한 적정한 보상을 요구했으며, 회사는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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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안당해본 사람들은 모릅니다. 저들이 얼마나 악랄한지..

  • 해볼만

    신협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 말이 없습니다. 윤리와 도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신협이라는 직장에서 이렇게 터무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게 정말 어이가 없군요... 부디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며 고인이 되신 양갑세님의 명복을 빕니다.

  • 허영구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인과 아이들이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투쟁을 지원하고 연대합시다.

  • 참세상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선 신협의 이사장들은...모두 반성해야 할듯싶습니다...진정으로 신협을 위해서 이사장이 되었는지요...또한 정릉신협의 이사장과 임원들....사퇴했다고...다끝난걸까요...
    평생 마음의 죄를 짓고 살아갈거 같습니다...
    부인과 아이들이 얼른 힘을내서 ....다시 일어설수 있도록 간절히 바랍니다...힘내세요...

  • 김상민

    전 신협이사장 지윤식에게 정릉성당내 신자들과 주위사람들에게 고인을 비방한 공개 사과를 요구합니다. 정릉성당을 다니는 미망인의 친구에 따르면 지윤식 씨가 성당내 신자들에게 고인을 "우울증환자, 나쁜 사람, 정신병자" 등 악담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고인 양갑세 씨와 함께 정릉성당을 다녔던 사람중에는 고인을 오해하고 게신 분들이 더러있다고하네요. 그 공은 지윤식 씨가 많은 데요. 그렇게 고인을 비방할 수록 본인에게 침을 뱉는다는 걸 모르나요? 아마 본인 자식들도 인터넷도 하고 트위터도 해서 분위기를 알텐데요. 많이 부끄러운줄 아세요!

  • 미망인

    지윤식.. 죽일 놈..

  • 인은원

    정릉신협에서 실무책임자로 16년간 근무 하였고 명예롭게 정년퇴직한 사람으로서 우리 신협이 서로 사랑하여야 하는 신협정신을 잊어버리고 이렇게 황량한 세상으로 변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두번째 이사장 출마를 앞두고 도와달라는 문자를 받고 지윤식씨에게 연하 메모를 통해서 허욕을 부리지 말라고 충고를 하였었는데 결국엔 사고가 났더군요.능력도. 자질도.신협에 대한 진실한 애착도 없으면서 명예욕에만 취하여 허욕을 부린 결과입니다. 착한 양갑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