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탈세’위해 한국 노동자들은 ‘임금동결’

노조와 대책위, 10일 오전 한국이콴트글로벌원(주) 검찰에 고발

다국적기업인 한국이콴트글로벌원(주)이 탈세와 국부유출 등의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희망연대노조 한국이콴트글로벌원지부’와 ‘한국이콴트글로벌원 탈세 및 국부유출 의혹 진상규명과 파업사태 해결촉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등은 10일 오전, 한국이콴트글로벌원 회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국이콴트글로벌원(주)는 ‘프랑스텔레콤’의 자회사인 ‘아콴트글로벌네트웍스’의 한국지사로, 대한항공을 비롯한 삼성, LG, 한국타이어, 하이닉스 등 다수의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2006년, 국세청 조사를 통해 문제를 지적받고 1억 3천만 원 가량의 법인세를 추징당한 바 있다.

[출처: 한국이콴트글로벌원 탈세 및 국부유출 의혹 진상규명과 파업사태 해결촉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흑자’가 ‘적자’로 둔갑, 이전가격은 조세회피처인 ‘아일랜드’로

탈세 혐의가 있거나, 의혹을 제기 받고 있는 대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 있는 지사나 지점, 계열사들 간의 거래가격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탈세를 행하고 있다. 한국이콴트글로벌원 역시 이와 다르지 않게, 해외에 있는 계열사나 지사 등 특수 관계사들과의 거래가격을 조작함으로써 수년 간 탈세와 국부 유출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회계 처리 과정에서 이전가격을 조작함으로써 한국에서의 재무 상태는 의도적으로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조세회피처로 이익을 집중시켜왔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한국이콴트글로벌원의 경우, 매달 회계처리를 마감한 후 적당한 금액의 이전가격을 별도로 책정해 회계장부 상의 손익구조를 적자 상태로 만들어 왔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의 경우, 회사는 매출총액 240억, 이전가격을 제외한 매출원가는 114억으로, 이전가격 책정 이전의 영업수익은 126억이라는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전가격으로 161억원을 책정해, 이를 포함했을 때 35억이라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대책위는 “이렇게 책정된 이전가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세회피지역인 아일랜드로 송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고 한국에서의 영업활동을 해 왔으며,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작년 12월 29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회사 측에 공문을 발송해 공식적인 해명과 관련 정보 공개를 요청했으나, 회사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심지어 공식,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회사 임원이 ‘신고 할 테면 하라. 위법사항이 있으면 처벌받으면 될 것 아닌가’라며 막무가내식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남덕우 사장은 대책위의 면담 요청 또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 이익은 유출, 노동자는 ‘임금동결’...노조 탄압까지

특히 회사는 이 같은 탈세를 위해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을 강요하고, 회사에 문제제기하는 노조를 탄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합원들의 임금은 5년간 동결조치 돼 왔다. 회사 측은 매년 임금인상을 인상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는 “실제로는 전체 직원의 20~30%정도만 선별해서 임금 인상을 적용해 온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작년 3월, 직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임금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임금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한국 현지의 실적이 좋지 않아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이를 거부했다. 때문에 노조는 회계장부를 조작해 의도적으로 장부상의 적자를 만들어놓고,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돈을 해외로 빼돌리며 권리를 묵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노조 결성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노조를 탄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노조 결성 초기, 남덕우 사장은 ‘노조 하는 놈들은 애비 애미도 없다’라고 발언하는 등 노조에 대한 거부 반응과 전근대적 노사관을 표출해 왔다”며 “파업기간 중에도 ‘파업할테면 해봐라. 갈 데까지 가보자. 자본철수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노사는 2010년 4월부터 교섭을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단협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는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지난 12월부터 파업에 돌입했으나, 사측은 지노위의 조정기간동안 일부 조합원의 업무 복귀를 막기 위해 2월 5일, 직장폐쇄를 단행하기도 했다. 노조는 “남덕우 사장은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지도 않는다”며 “또한 파업 기간 동안 장애처리 지연 등의 서비스 품질 저하에 항의하는 고객사의 전화 자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조는 △노동조합 인정 및 최초 단협 체결 △임금인상 △복지개선 △인사권 남용 규제 △회계 조작을 통한 탈세와 국부유출 의혹 해명 및, 관련자료 공개 등을 요구하며 56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이콴트글로벌원은 지금이라도 관련 사실에 대해 해명하고 파업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모든 역량을 동원해 한국이콴트글로벌원 노동자들과 연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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