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여성 자활 막는 ‘신상 요구’

“성매매, 성폭력 피해여성에게 신상정보는 삶의 문제”

10여 년 동안 성매매 집결지에서 생활해온 H는 어느 날 성매매 생활을 청산하고 자활지원을 받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H는 지원기관의 존재를 알고도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지원기관에 방문하여 자신의 실명을 밝힐 수 있었다. 성매매 업소 업주로부터 여성단체의 지원을 받으면 정부기관에 신상정보가 보고된다고 수도 없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H는 개인정보를 정부기관 등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야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직업훈련지원을 받고자 보호시설을 이용하려고 했을 때 그는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보호시설에서 입소동의서를 통해 신상정보가 지자체에 보고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상정보는 지자체를 통해 사회복지통합전산망(사통망)에 입력, 집적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민 끝에 H는 결국 지원 받기를 포기했다.


지난 2010년 1월 전자정부 로드맵 추진 과제의 일환으로 구축된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행복e음’은 ‘지원혜택’을 받는 과정에서 여성폭력 피해자, 성매매 피해자 등 시설 이용자의 지원 내역 등 이용자 정보를 집적하게끔 하고 있다.

이에 인권희망 강강술래, 자활지원센터 등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피해자 지원단체들로 구성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11일 여성가족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개인정보요구를 전제로 한 지원 방침은 가해자와 착취자로부터의 위협에서 탈출한 피해 여성에게 안전과 보호가 아닌 또 다른 불안과 위협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는 선택이 아닌 강요가 되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지원을 회피하게 할 뿐”이라며 “‘정부의 복지 지원’과 피해자의 ‘정보 인권’이 교환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이날 집회에서 “여성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버젓이 존재하고 착취자와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매도하는 우리사회 분위기 안에서 피해자에게 신상정보는 프라이버시권 보장 이전에 삶의 권리를 보장받는 문제”로 “여성폭력 피해자들은 개인정보가 정부의 서버에 남는 것 등 어떤 식의 정보집적도 원치 않는다”고 강조하고 여성가족부에 “피해자의 신변 보호와 인권에 기반한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각 피해자 지원시설에 복지자원의 효율적 제공을 이유로 정부가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인 행복e음을 구축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국가보조금 지원 여부’를 놓고 행복e음 사용을 강행하는 것은 지원 단체에 대한 행정 편의적 발상에 의거한 단체 길들이기에 다름 아니며 이는 단체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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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인권 ,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 행복e음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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