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작년 11월,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MOU체결을 시작으로 외환은행 노동자들은 론스타 먹튀 이후, 또 거리로 나가게 됐다. 먹튀자본에 대한 뚜렷한 수사와 해결 없이 다시 불법 인수합병이 이루어진다면, 그 여파로 금융시장이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한국노총 금융노조와 외환은행지부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중단을 위한 총파업을 포함한 2단계 전면 투쟁 돌입을 선포했다.
금융위, 3월중 ‘인수 결정’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끝낼 듯
노동계, “절차 무시한 정부와 하나금융의 공작”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과 관련,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2일과 16일에 걸쳐 승인심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3월 중순쯤이면 인수 승인에 대한 확정이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최대 주주인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심사 역시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도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인수 승인 여부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처리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의혹은 짙어진 지 오래이며, 인수 승인 절차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분의 10%를 초과하는 대주주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6개월마다 적격성 심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론스타 만큼은 항상 예외가 돼 왔다.
결국 지난 2007년, 감사원까지 나서서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문제 삼자 금융위는 그제서야 심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금융위는 “심사 중이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회피로 일관해 왔다. 때문에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무엇보다 하나금융 인수 심사에 앞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공정한 결과가 우선적으로 도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절차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언론 및 보도를 통해 ‘심사에 필요한 자료들이 즉각 제출되고 있어, 통상적인 2~3개월의 승인심사 보다 빠른, 3월 말 까지는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발 빠른 승인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하나금융이 론스타와의 계약 때문에 3월 안에는 정부승인이 나야 한다며 금융당국에 대한 협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한국노총과 금융노조의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과, 유상증자 등을 통한 하나금융 조달자금의 실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 지금보다 더 규모가 작고 사안이 단순한 M&A에서도 공정위 심사에 4개월이 소요된다”며 “따라서 3개월 내 승인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현재 금융위원장인 김석동 위원장과 론스타와의 의혹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금융정책 1국장을 지내며, 금감위에 승인을 올린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1국장 시기, 청와대에서 열린 ‘10인 비밀회의’에서 “론스타로부터 (매각승인) 도장 값을 받아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은 그가 또 한 번의 론스타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과, 부적격 인수 심사를 진두지휘 할 것이라는 우려를 놓지 않고 있다.
“부적격 인수, 금융산업의 부실화와 공멸화로 이어질 것”
무엇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5조원의 인수대금 중 절반이 넘는 외부자금이 빚 또는 펀드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방법이 내부조달 45%(2조 2,059억 원), 유상증자 30%(1조 4,601억 원), 회사채 25%(1조 2,000억 원)라고 밝혔다. 인수 과정에서 회사는 1조가 넘는 순수 부채를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또한 유상증자분 중 45%, 전체 조달금액 중 13%가 헤지펀드에 포함된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외환은행의 자산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한 다음, 외환은행은 그 빚을 갚느라 껍데기만 남게 되는 가장 악질적인 ‘차입매수’와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출처: 한국노총] |
하나금융 내부조달 자금조차 문제가 되고 있다. 하나금융의 자회사이자 순익 7,168억원을 내고 있는 하나은행에서 1조 9,342억을, 옵션쇼크로 760억 원의 손실을 냈던 하나대투증권에서 2,717억 원의 배당을 빼 냈기 때문이다. 23일 오전,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외환은행지부 결의대회에서 김근용 외환은행지부 부장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에 대한 재무상태를 배제한 하나금융의 인수 계획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막중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와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인수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김승유 회장의 정치력에 따른 것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노조는 “김승유 회장이 대통령과의 친분이 있다는 것은 금융가의 상식에 속하며, 김승유 회장의 외환은행 인수는 현 정권 금융장악 시나리오의 완결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실사도 없이 본 계약을 체결하고, 해외 밀실협상 뒤 사후 통보를 하는 등 특혜 의혹을 키워왔다. 또한 자금계획 없이 인가신청을 하는 금융지주사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또한 졸속 처리될 것이라는 우려를 받고 있다. 결국 하나금융의 인수 과정의 문제나 부적격 심사의 회피 등 금융당국의 안전불감증은, 이제 제 2의 금융위기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산업의 위기, 결국 노동자 국민에게 피해
“총파업 포함한 2차 총력투쟁 결의할 것”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다음 해인 2004년 외환카드와 외환은행과의 합병 과정에서 현재 싸우고 있는 8명을 포함해 수백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결국 론스타가 ‘먹튀 투기자본’으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투기자본 규제에 대한 전 세계적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에서도 이들 노동자들의 복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17일, 사무금융연맹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외환은행 본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이유 역시 해고자 원직복직, 관련자 처벌, 론스타 먹튀 계약 파기, 하나금융 인수 반려 등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투기자본의 먹튀와 부적절한 대형 M&A에 따른 기업 경영 악화,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은 결국 금융산업 노동자들과 국민의 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때문에 한국노총 금융노조와 외환은행지부는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투쟁을 결의하며 하나금융의 인수를 막아내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김근용 부장은 “지금까지 100만인 서명운동을 두 차례 달성하고, 전국 300여 곳에서의 거리선전전, 그리고 17개의 관공서 앞에서 1인 시위, 4개월간 금융위원회 앞 집회를 진행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 더욱 수위를 높여, 투쟁의 성패가 판가름 날 한 달의 시간동안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또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전 조직을 동원해서 부당인수 문제점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15만 전국 금융노동자가 함께 이에 싸워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지부는 금융위원회 앞 집회를 포함한, 금융노조 및 시민단체 등이 결합하는 촛불집회 등을 진행하고, 한국노총은 오는 24일 대의원대회에서 외환은행 관련 ‘강력투쟁’ 결의문을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에 대한 정부 승인이 강행될 경우, 한국노총 및 금융노조, 시민단체 등 이 땅의 양심세력과 연대하여 총파업을 포함한 2단계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