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직업안정법 개정안 상정 않기로 합의

민주당 야권연대에 미칠 영향 깨닫고 개정안 폐기 노력

25일 오전 국회 여야 환경노동위 간사협의에서 직업안정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실과 홍영표 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여야 환노위 간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민주당이 강력한 의지를 보여 환노위 소위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애초 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이인영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정부가 발의한 직업안정법 개정안 자체를 폐기하자고 당론으로 요구했었다. 홍영표 의원 등도 이날 이 법안에 대한 상정 반대 성명 등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민주노총,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은 이 법안 우선상정에 합의했던 민주당에 야권 연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해 왔다.

환노위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직업안정법 개정안 우선 상정을 뒤집으면서 이 법안이 18대 국회에서 상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민주당이 사실상 MB악법 수준으로 규정한데다 비정규직 확산법안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정동영, 최고위서 야권연대 위해 노동계 불신 해소 요구

이에 앞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강하게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 폐기를 당론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이 같은 주장은 전날 영등포 민주당사에 항의방문 온 금속노조 소속 비정규직 대표단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민주당 환노위 차원의 대응을 넘어 최고위원회에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한 것은 이 법안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판단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동영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우리 당의 강령과 당헌이 명시하는 복지와 직업안정법 개정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국민무시 국민기만을 일삼는 정부여당과의 약속보다 국민과의 약속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며 “당은 직업안정법 개정안 처리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을 당론으로 확인해야한다. 민주당이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 선언해야 정권교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나라당과의 합의를 파기해 욕을 먹더라도 직업안정법 개정안에 대한 확실한 태도를 보여 주는 게 더 실익이 많다는 의미다.

이렇게 정 의원이 정권교체의 길까지 언급하고 나선 것은 직업안정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가 민주당과의 사안별 연대조차 등을 돌릴 수 있고 야권 연대에도 끼칠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24일 민주당사 항의방문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당의 비정규직 문제의 진정성에 강한 불신을 보였다. 직업안정법 개정안 때문에 그 동안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매개로 민주노총과 만들어 놓은 신뢰가 물거품이 될 상황이 된 것이다. 이미 민주노총으로부터 전북버스 파업 문제 해결을 놓고도 불신을 받아온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 시키는 법안 상정을 합의한 후폭풍이 결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항의방문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말을 전하며 “문제는 노동계가 노동문제에 있어서 민주당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며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당으로서 이번 직업안정법 상정 합의는 이를 전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뼈아프게 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어 “노동자들의 요구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다.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우리가 얘기하는 가치 동맹을 믿을 수가 없다는 지적”이라고 당론 채택을 촉구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 법안을 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개정안을 인신매매법이라고 부르고 사람장사를 법제화하는 법이라고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정부는 이 법을 고용서비스 활성화법이라고 붙여놨지만 파견 활성화법이다. 파견, 용역, 노무관리 등 온갖 간접고용의 합법화, 양성화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량 양산을 예고하는 법”이라며 “민주당은 이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직업안정법은 상정 자체가 철회되어야 하고 법자체를 폐기처분해야한다”며 “파견 직업소개 용역 이 세 가지를 모두 사실상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그런 합법화의 길을 텄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노동질서를 크게 교란하고 산업질서 전반에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법의 폐기처분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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