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현대차 본사 앞 노숙투쟁

"다시 싸울 수 있다는 희망, 현장조합원들에 주고 싶다"

현대차비정규직 아산, 울산, 전주지회 조합원 300여명은 26일 저녁 현대 기아차 양재동 본사 앞에서 이틀 째 노숙투쟁을 벌이고 27일에는 비가 오는 가운데 지하철 대시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양재동 본사 노숙투쟁, 콘크리트 바닥 한기에 비바람까지 들이쳐

새벽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도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을 끝까지 지켰다. 보온 덮개를 콘크리트 바닥에 깔아도 한기가 등쪽으로 올라오고 봄이 오기 직전 서울의 밤바람은 코끝을 시리게 했다. 자동차 경적소리는 사르르 오는 잠을 잠시 멈춰 세웠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잠을 못이루는 것은 추위도 자동차 경적 소리 때문도 아니다. 징계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현장에 남아 있는 조합원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지회는 "어떻게든 정몽구의 멱살을 잡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항의라도 전달하고, 아직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투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의 투쟁이 정당함을, 다시 한 번 전국적 연대투쟁의 봄바람을 몰고 현장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서울로 왔다"고 밝혔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A조합원은 "업체에서 조합원 한 명이라도 상경하면 업체 사장들이 올라와서 동태를 살피고 있다. 들리는 말로는 울산 내려가면 따 자른다고 한다"며 "조합원들 살리려면 힘 있게 다시 현장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현장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서울로 왔다. 다시 싸울 수 있다는 희망을 현장조합원들에게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B조합원은 "우리의 실질적인 사장인 정몽구를 보러 서울 왔다. 본사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이렇게 하면 될까? 무슨 방법이 없을까? 정몽구 멱살을 잡고 욕도 원 없이 해주고 싶다"며 "내 곁에 동지가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 동지애를 돈독히 해 울산 내려가면 더 열심히 단합된 모습으로 조합원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결의를 밝혔다.

C조합원은 "울산 내려가면 현장 조직화 신경쓰고 계획적인 투쟁 했으면 좋겠다"며 "현대차는 징계자들 현장 출입을 봉쇄해 조합원들을 만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출근투쟁, 중식선전전 등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우리가 힘이 없으면 박살나겠지만 그래도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않는 투쟁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계획적인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떻게 다시 현장을 조직하고 2차파업을 조직할 수 있을까? 이 고민 저 고민 몸을 뒤척이던 몸짓들이 하나 둘 잦아 들 무렵,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렇게 하늘도 무심할까? 선잠 깬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비를 맞으며 침낭을 개고 보온덮개를 걷어 하나로마트 지하주차장으로 옮겼다. 어느덧 새벽 3시, 새벽은 멀기만 한데 잠이 오지 않는다. 서럽고 눈물 나고 힘든 시간이 침낭처럼 그들을 덮고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다닥다닥 붙은 몸으로, 그 몸의 따듯한 체온으로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공동의 꿈을 꾼다. '출입증 반납하고 사원증 받아 출근하자'

현대차 본사 앞 출근투쟁과 시민선전전

[출처: 울산노동뉴스]

오전 7시에 일어난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300여명의 조합원들은 비옷을 챙겨 입고 현대차 본사 앞에서 출근투쟁을 벌였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이진환 대의원은 "오늘 울산으로 내려가는 동지들, 현장에서 힘차게 투쟁했으면 좋겠다"며 "상경투쟁을 통해 이 싸움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가자"고 호소했다.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 김대연 현장위원은 "우리 투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걱정했다"며 "하지만 울산, 전주, 아산에서 우리 투쟁 승리하기 위해 올라온 동지들이 자랑스럽다. 양재동 상경투쟁은 연대를 강화해 서로에게 힘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길 때까지 무한 투쟁을 조직하고 현장을 조직해 2차 투쟁 승리하자"고 말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출근투쟁을 마친 현대차 아산, 전주,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다시 지역으로 내려갔다. 서울에 남은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아침밥을 먹고 10개 조로 나눠 지하철 시민선전전에 나섰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누구는 정규직이고 다른 누구는 비정규직인 현실, 바로 현대차를 비롯한 제조업에서 암암리에 사용되고 있는 불법파견이다. 작년 7월 대법원은 현대차가 제조업에서 금지돼 있는 파견을 통해 불법으로 노동자를 써 왔고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파견 비정규직 허용 업종을 전면 확대하고 기간제 비정규직도 2년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꾸려 한다. 노동자의 안정적 일자리를 위해 존재하는 직업안정법은 고용서비스활성화법으로 바꿔 불법파견을 대놓고 허용하려 한다"며 "이대로라면 더이상 정규직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직업소개소, 직업훈련소 등의 인력중개업체가 중간에 다 떼먹고 노동자는 저임금에 허덕일 것이 뻔하다"고 비판했다.

지하철 시민선전전을 마친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비가 계속 올 경우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 대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2차파업 승리를 위한 투쟁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출처: 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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