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진흥공단 여성 비정규직, 성희롱·해고로 두번 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향한 해고, ‘단식’으로 끝장을 봐야 하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지만, 여전히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노동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또는 여성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그들을 향하는 억압은 오늘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3월 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준)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지부 해고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겠노라 선언했다. 이미 120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그들에게 공단은 지속적으로 탄압으로만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성폭력, 성희롱이 일상이 돼 버린 사람들

공단이 경륜경정 여성 발매원들에 대한 탄압을 시작한 시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조가 건설됐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26일, 노조가 공공노조에 가입한 이후인 같은 해 12월 30일, 공단은 노조 지도부를 포함한 8명을 해고했다.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특히 이들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여성의 기본권조차 지켜줄 수 없다는 공단의 선포와 다름없었다. 이들이 노조를 결성한 이유는 특이하게도 ‘인사’를 줄여달라는 요구였기 때문이다.

“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인사 때문이었어요. 당시 2007년에는 하루 18개의 경주가 있었거든요. 원래는 아침저녁으로 두 번 고객들한테 인사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경주를 시작할 때와 끝날 때마다 인사를 하라는 거예요. 돈을 잃은 사람들 앞에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니, 사람들은 ‘장난하냐’는 반응이죠. 욕설도 심했어요. 특히 우리가 돈을 받아 계산을 할 때, 굉장히 예민해야 하거든요. 계산이 틀리거나 손님이 돈을 덜 주고 시치미를 떼면 그 돈을 다 우리가 채워 넣어야 해요. 그래서 인사를 줄여달라고 노조를 만든 건데, 공단은 이 조차 들어줄 수 없다며 해고를 하기 시작한거죠.”

2003년에 공단에서 일을 시작한 김성금 비정규지부 사무국장은 성희롱과 욕설, 성폭력의 적나라한 경험을 겪어왔다. 유리로 쌓인 발매처에 앉아 업무를 보는 이들 여성 노동자들은 수시로 성폭력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공단은 이들을 보호하기위한 최소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노조는 성희롱과 욕설, 성폭력을 행하는 손님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공단은 지속적으로 이를 외면해 왔다.

“별의별 욕을 다 들어봤어요. 외모에 대한 비하부터 성적인 발언까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꺼예요.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발매를 하면 손님들이 손을 덥석덥석 잡아요. 유리벽 안에서는 그렇게 성희롱을 당하고, 화장실을 가거나 간식을 사러 유리 밖을 벗어나면 성폭력은 더욱 적극적으로 일어나죠. 손님 대부분이 남자잖아요. 지나다니면 엉덩이를 만지고 다리를 만지고... 그래서 상습적인 고객에 대해 격리 조치를 취해달라고 직원들에게 부탁을 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로 그러냐고 심드렁한 반응이예요.

소란이 나면 사무직 직원들은 사무실로 내빼요. 제재 조치하는 사람은 결국 여성노동자들이나 질서유지원, 관리원 들 뿐인데 이들 모두 비정규직이잖아요. 손님을 제재하다가 다치게라도 하는 날이면 다 저희들 책임이예요. 회사에서는 책임 안지죠. 그래서 질서유지원들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해요. 결국 우리가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일로 남죠.”


최저임금, 고노동,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이들 역시 최저임금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식대에 차비까지 합해도 주5일 근무자는 100여만 원, 주 3일 근무자는 60여만 원의 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특히 공단은 지속적으로 인력을 줄여갔기 때문에,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노동강도는 점점 올라만 간다. 김성금 사무국장은 “2006년 약 1000명이었던 노동자들이 현재는 30%가 줄었다”라며 “회사는 대신 무인발매기를 400대 이상 들여놓았지만, 사람들은 불편함 때문에 무인발매기를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노동강도는 더 세질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무인발매기의 도입은 발매원들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했으며, 1인당 10만원의 구매상한액을 지키기 힘든 무인발매기는 사행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노조는 “일간 15경주의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발매원들의 휴게시간이 확보가 되지 않았다”며 “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2010년 국감에서 문제가 되기 전까지 단 30분의 점심시간도 보장이 되지 않아 매표소에 서서 식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을 하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상황도 있다. 돈을 많이 잃은 사람이 소요사태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성금 사무국장은 “돈을 잃은 사람이 소란을 일으키거나 소요사태의 조짐이 있으면 몇 시간동안 퇴근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며 “행여 밖으로 나갔다가 위협적인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럴 때마다 우리는 너무 무섭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고 토로했다.

여성 비정규직을 향한 해고, ‘단식’으로 끝장을 봐야 하나

성희롱, 욕설,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경륜경정 발매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이 같은 환경을 개선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공단은 지도부를 향해 해고의 칼날을 들이댔으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2007년에 있었던 8명의 해고는 2008년에 들어 9명에 대한 해고로 이어졌다. 2007년 해고자들은 2009년 말, 중노위의 부당 징계 판정으로 복직을 했지만 공단은 행정법원에 상고하여 이들을 다시 해고했다.



또한 공단은 당시 내부에 존재했던 정규직노조와 한국노총 일반노조를 들며, 복수노조법에 위배된다고 비정규직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계속적으로 교섭을 회피해오던 공단은 2009년 12월, 대법원의 교섭상대 인정 판정 이후, 교섭에 참여했지만 여전히 성실교섭은 뒷전이었다. 노조는 “어용노조의 합의 내용을 강요하며 교섭에 대한 성실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또한 2007년 해고됐다 복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재해고 이후 복직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정택 국민체육진흥공당 이사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는 비정규직 발매원들과 얘기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해고된 15명의 조합원들은 120일 동안 공단 앞 도로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농성 과정에서도 일상적인 폭력은 계속됐다. 노조는 “공단은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농성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폭력으로 여성 발매원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심지어 한체대 소속 어린 학생들을 용역으로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도록 사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무기한 단식농성이었다. 릴레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김위자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지부 부지부장은 “이사장은 우리가 관을 짜고 나자빠져야 이 싸움을 끝내려나보다”라며 “그것으로 사태가 해결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다음 동지들이 이 단식농성을 이어 가지 않도록, 단식의 선두에서 끝까지 가보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단은 “공단은 부당하게 해고된 비정규직 발매노동자들을 즉각 원직복직시키고 노조와의 교섭에 응해야 한다”며 “이곳은 우리가 일 해야 할 직장이고 졸아가야 할 일터이기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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