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병드는 체육진흥공단 발권 노동자...96.4%가 질환 시달려

골병에 스트레스까지...“고객의 성희롱이 ‘고객만족’입니까?”

국가 공인의 도박장인 경륜, 경정장에도 노동자들은 있다. 특히 이 곳에서 발권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비정규직들은 근골격계 질환과 함께,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발권을 주 업무로 하는 이들의 노동이 그리 고되지 않을 거라 생각할지 모른다. 한 조합원은, 경륜단장과의 개별면담에서 그가 발매원들에게 “개나 소나 다 하는 발매가 별 볼일 있어?”라고 이야기 했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그 만큼 단순노동에 대한 가치는 우리사회에서 극도로 평가절하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은 노동자들에게 근골격계 질환과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시키고 있다. 심한 노동강도와 열악한 근무환경, 근무 과정에서의 욕설과 성추행 등은 그들에게 직업병을 안겼다. 경륜, 경정 발권 노동자들의 96.4%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는 그 심각성을 증명하고 있다.

발권 노동자 96.4% 근골격계 질환, 그 중 73.3% 치료 요망

3일 오후, 민주노총 교육원에서는 공공운수노조(준)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지부 주최의 여성노동권 포럼이 열렸다. 국민체육공단의 경륜 경정장에서 발매노동자로 일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스트레스 등의 심각성을 밝히는 자리였다.


근골격계 질환의 심각성은 정부조차 실감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03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들의 수치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산재 사망이 아닌 이상, 산재 사고는 얼마든지 사업장 안에서 은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철홍 인천대학교 노동과학연구소 교수는 자체적으로 수도권 12개 지점 195명의 발매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과 스트레스에 관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개 부위 이상 통증을 호소하는 비율은 96.4%로 집계 됐다. 3개 부위 이상도 76.4%에 달했다.

특히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90.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목(74.4%) 부위였고, 그 뒤를 이어 손목과 손가락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70.8%)도 상당했다. 김철홍 교수는 “다양한 산업별로 근골격계 질환자의 비율을 살펴봤을 때, 발권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비율은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법원속기원(97.4%)과 비슷한 96.4%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특히 발권 노동자 10명중 7명, 73.3%는 의학적 검진을 요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발권노동자들의 유소견자율은 국내 산업계 평균 40~5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고된 노동과 생체에 맞지 않는 근무 환경 때문이었다. 응답자 중 77.6%가 전반적인 노동 강도에 대해 ‘힘듦’ 또는 ‘매우힘듦’이라고 털어놓았으며, 66.5%는 3년 전 보다 노동강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단은 지속적으로 발권 노동자들의 인력 감축을 실시해 왔으며, 7년 만에 30%의 인력 감축에 성공했다. 노동자들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무인 발매기가 자리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불편하고 익숙지 않는 무인발매기는 발매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을 덜어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발매 노동자들이 발매와 환급을 처리하는 건수는 하루 1000건을 훨씬 웃돈다. 88.4%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1000건이 훨씬 넘는 발매와 환급 노동에 시달린다. 특히 신체를 고려하지 않는 현장은 근골격계 질환을 더욱 키우고 있었다. 노동자 중 72.7%가 높은 작업대의 불편함을 토로했으며, 77.7%가 너무 먼 창구와의 거리를 지적했다.

고객의 성희롱은 회사의 ‘고객만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온갖 욕설, 성희롱, 성추행에 속수무책인 사업장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경륜 경정 발매 노동자들은 그 믿어지지 않는 현실을 산다. 스트레스도 극심할 수밖에 없다.

김성금 국민체육공단비정규지부 사무국장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는 여성으로서 겪어서는 안 될 너무 많은 사건들을 지나왔다. 그는 “고객이 종이에 남성 성기를 그려 창구에 집어 넣고 가기도 하고, 한 고객은 어제 받은 환급금이 적다고 큰 소리로 욕설과 함께 니 년의 목을 따버리겠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김 사무국장은 “발권이 마감돼, 발권을 받지 못한 고객은 ‘이 돼지 같은 년 때문에 표를 못샀다’며 인신공격을 당하기도 했다”며 “여자 손을 만져야 오늘 돈을 딴다며 노골적으로 손을 만지겠다고 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6.4%가 고객으로부터 인격모독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고객으로부터의 성희롱 역시 71.4%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94.9%에 달하는 응답자들은 고객으로부터의 위협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회사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82.3%의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의 조치를 못했다고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회사는 오히려 고객들 앞에 나가 인사를 하라고 시킨다”며 “우리가 인사를 하면 고객들은 우리를 점수로 평가하고, 외모에 대해 평가를 하며 인격을 모독한다. 하지만 회사는 ‘고객 만족’이라며 계속 이런 것들을 우리에게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철홍 교수는 “발권 노동자들은 국내평균 50.59점의 스트레스 지수보다 30%가 높은 64.27점의 스트레스 지수를 보이고 있다”며 “작업장의 구조개선, 노동강도, 스트레드 상담 등의 신속한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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