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죽음으로 몬 악마들, 우리가 복수해줄게”

“‘악마리스트’ 공개하고 전면재수사 해야”...여성, 연예, 정치계 한목소리

여성의 인권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던 여성의 날을 앞두고, 장자연 씨가 31명에게 100여 차례 넘게 성접대를 했다는 사실이 담긴 자필편지가 한 언론사를 통해 공개되면서 여성들의 분노가 뜨겁다.

6일 SBS뉴스는 고 장자연 씨가 한 지인에게 지속적으로 보낸 자필편지를 입수했다며 약 50여 통, 230쪽 분량의 문건과 그 내용을 공개했다. 편지에는 장자연 씨가 31명에게 100번 넘게 성 접대에 끌려 나갔으며 접대 장소와 대상자 명단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장 씨는 편지에서 접대에 나온 남성을 ‘악마’라고 표현하고 ‘복수해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전국여성연대는 고 장자연 씨의 2주기이자 3.8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경찰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성상납 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 장자연 씨의 명복을 빌며 2년 만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와 함께 성상납 리스트 공개,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은희 민주노동당 여성국장은 “2년 전 장자연 씨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힘 있는 남성 권력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었다”며 “그 진실을 명백히 밝혀내야 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다. 더 이상 연예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연예인을 꿈꾸는 여성들이 죽음에 몰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수경 전국여성연대 정책위원장도 “여성의 인권을 상징하는 장미꽃을 전하는 날, 여성의 인권이 철저하게 짓밟힌 사건을 직면하게 돼 참담하다”며 “여전히 사회 지도층의 여성 비하, 성희롱 사건이 매일 일어나다시피 하고 있는, 여성인권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 기회에 반드시 뿌리뽑힐 수 있도록 여성계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와 성상납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성계뿐 아니라 연예, 정치 등 분야를 막론하고 거세게 일고 있다.

배우 김여진 씨는 7일 아침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금도 어딘가 같은 괴로움을 겪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며 기자들에게 “고 장자연씨의 죽음에 관한 모든 의혹을 밝혀주세요. 부탁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유력한 가해자의 실명을 거론했다는 이유로 조선일보로부터 소송을 당했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글을 남겼다. 그는 장자연 씨를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실체를 드러낸 사람”이라 거론하며 “감추어진 것은 드러나기를, 숨겨진 것은 밝혀지기를, 맺힌 한은 풀려지기를 바란다”라고 썼다.

누리꾼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 게시판에서는 성상납 명단 공개와 재수사를 청원하는 서명이 등장했으며 관련 보도를 했던 SBS에 31명의 명단 공개를 압박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SBS는 오늘 장자연 사건 관련한 후속보도를 할 예정이다.

고 장자연 씨는 지난 2009년 3월 7일, 경기도 성남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유서를 통해 연예활동을 하며 ‘고위층 성상납’을 강제당한 사실을 폭로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그 뒤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벌였으나 검찰은 강요죄 공범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장씨 유족들이 고소한 <조선일보> 고위임원, 기업인, 드라마 감독 등 유력인사들을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으며, 사건은 지난해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인 김모씨와 매니저 유모씨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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