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산 2차파업 잠정중단, 현장투쟁 전환

공장 안팎 투쟁 병행...‘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계속된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비정규직노조)가 9일 오후6시 조합원총회를 열고 △총회를 기점으로 2차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한다 △대량징계로 파업대오가 각각 현장 안과 밖으로 나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현장투쟁과 장외투쟁을 병행한다 △향후 3지회(현대차 아산, 울산, 전주 비정규직노조) 공동투쟁을 복원함과 동시에 4대 교섭의제와 8대 요구 쟁취를 위한 총력투쟁을 결의한다고 결정했다.

사내하청지회는 투쟁방향 제안 배경에 대해 ‘징계에 대한 두려움, 사측의 내부 분열공작과 갈라치기, 아산 지회만의 고립된 투쟁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조합원들은 2차 파업을 힘있게 사수’했고, ‘2차파업은 사측에게 징계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분노를 표현하고 해고, 정직에도 불구하고 정규직화 싸움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성과를 남겼다.’고 평했다.

하지만 ‘1차파업에 비한다면 파업참가율이 약 70~80%에 불과하고 사측의 노조 탈퇴공작에 따른 조합원 탈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지회 조직력의 한계를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현장복귀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에 불과하며 ‘다시 3개 지회의 공동투쟁을 위해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 요구를 쟁취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으며, 비정규직 3개 지회의 공동 투쟁을 다시 강조했다.


유인물 돌리는 것도 안 돼?
사측 탄압 심각... 노조 조직력 맞물려
파업참가자 전원 대량 징계...4일파업에서 공장 안팎 투쟁으로


사측이 대량 징계를 통해 파업참가자들의 공장 출입을 막는 등 노조 탄압의 강도를 높이자 사내하청지회는 1~3개월 감봉자들을 중심으로 현장투쟁, 정직자-해고자 들을 중심으로 한 공장밖 투쟁으로 나눈 것으로 보인다. 정직자들의 공장 출근이 시작됨과 동시에 점차 현장투쟁력을 강화하면서 노동자간의 갈등을 막아내고, 조직력을 복원한다는 것이다.

하청업체는 3일 불법 파견 하청노동자 정규직화를 위해 1차파업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을 사실상 전원 징계했다. 노조 간부를 중심을 한 해고 13명, 1~3개월 정직자 106명, 1~3개월 감봉자 150여명이다.

징계통보와 동시에 노조는 4일간 전면파업, 부분파업을 하며 ‘부당 징계’에 맞서 싸웠다. 출근투쟁을 하며 공장 진입을 시도하고, 선전전을 하며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정규직이라고 시민들에게 알렸다.

더불어 사측의 탄압도 강도가 높아졌다. 지회에 의하면 사측은 징계 외에도 유인물 배포 금지, 공장내 선전전 금지 등 최소한의 노조 활동조차 막았다. 금속노조가 일괄적으로 징계위원회 재심을 신청했지만, 사측은 ‘재심 신청은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또,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징계를 풀어줄테니 노조를 탈퇴하라는 사측의 압박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지회에 모아졌다. 현장으로 복귀한 감봉자 중 노조 탈퇴서를 제출한 사람이 오늘(9일)까지 8명이고, 지회는 탈퇴자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사측의 탄압과 동시에 노조 조직력의 문제에 직면한 사내하청지회는 어제(8일) 야간근무부터 잔업거부 투쟁을 병행하며 감봉자들을 중심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돌아가면서 경찰서 앞에서 현대차 아산공장앞 집회신고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천막농성, 출근투쟁, 지역선전전, 양재동 현대차 본사앞 집회 등을 이후 가져갈 계획이다.

또, 투쟁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비정규직 3개 지회뿐만 아니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정규직노조) 각각의 투쟁계획들이 차이가 나고, 사측의 탄압에 비정규직 3개 지회가 각개격파 하는 양상으로 간 것도 주요 요인이다. 노동계의 핵심 사안인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금속노조의 투쟁계획으로 단일하게 모아지지 않았고, 1차파업 이후 산별노조로 뭉치는 눈에 띄는 실천도 없었다.

이 가운데 내일(10일) 오전10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3개 지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5주체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관심이 쏠린다. 송성훈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장은 회의에 대해 “교섭 관련 얘기가 될 것 같다. 3개 지회가 원-하청 공동 투쟁을 제안할 것이다”고 전했다.

2차징계에 “차라리 해고해라”...“다같이 양재동 가자”
“비정규직 3개 지회 공동투쟁에 승부수 던져야”


총회때 조합원들은 날카로운 문제제기를 하며 토론을 통해 투쟁의지를 모아갔다.

일부 조합원들은 대규모 징계에 맞선 이번 4일파업으로 2차징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구체적인 대응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집행부에 주문했다. 이에 집행부가 2차징계시 당연히 투쟁하지만, 사측이 노조 탈퇴를 위한 ‘엄포용’으로 2차징계를 거론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자 ‘안일한 판단’이라는 지적 나오기도 했다.

현장투쟁의 일선에 있었던 파업참가자들이 공장밖으로 내몰리자 공장내 투쟁 지도력를 만드는 문제도 중요해졌다. 현재 노조 집행부뿐만 아니라 대의원, 현장위원 등 노조 간부들은 중징계로 모두 출입을 거부당했다. 사측이 이를 노려 조합원들을 회유, 협박해 비정규직의 투쟁력을 무력화시키기고 있다고 조합원들은 말했다. 이번 투쟁방향에 비추어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장밖과 공장안의 소통과 이를 통해 현장 투쟁력을 높여내는 게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또, 이번 대량 징계 국면에서 ‘한 판 붙는’ 물리력을 동원한 노조의 실천이 미흡했다는 아쉬움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불어 해고자, 징계자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투쟁계획이 필요하며, 이 계획은 ‘출근투쟁, 선전전’을 넘어 ‘양재동 현대차 본사 농성’ 등 현대차 사측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계획이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자의 의견을 밝히고, 서로를 격려하며 다시 싸움을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총회 말미 조합원들의 발언에 몇 번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 대의원은 “이 투쟁은 나의 싸움이다. 눈앞에 있는 당장의 어려움이 중요한 게 아니라 멀리보자. 우리는 이미 정규직이고,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확신을 가져야 한다. 2차징계를 안일하게 대응해서도 안 되지만, 2차징계 하면 답 없다. 2차징계를 맞자는 각오로 투쟁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공장 안팎에서 투쟁해야 한다. 공장안이나 밖이나 한마음 한 뜻으로 싸워야 한다. 현장 기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전했다.

한 조합원은 “감봉3개월 받았다. 회사는 파업으로 4일 무단결근 했다고 2차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나는 정당한 파업을 했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했다. 그래서 해고 한다면 해고해라. 안에서 일하는 것 보다 차라리 낫다. 바지 사장에게 겁먹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도 “불안한 마음은 누구나 다 있다. 사측 관리자도 있다. 차라리 전체가 다 해고되면 양재동으로 가자. 아직 감봉자가 있으니까 현장투쟁과 장외투쟁을 병행하는데, 차라리 2차징계로 전체가 다 해고되면 전국으로 돌아다니면서 투쟁할 수 있다. 앞일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 같이 가자.”고 말했다.

송성훈 사내하청지회장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싸웠기 때문에 이제는 장기전에 대비하고 현장의 동력을 보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퇴각해야 한다. 이 퇴각은 결코 아비규환의 패주가 아니라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3개 지회가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비정규직 3개 지회 공동투쟁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더 큰 투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바닥을 짚고 올라가는 투쟁을 결의하자”고 호소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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