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열악, 단체는 줄세우기'하는 여성가족부

여성폭력지원예산, 상위기관에만 인센티브 지원

여성폭력피해자시설에 대한 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여성가족부가 시설을 평가하고 상위권에 들어야만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자 여성단체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여성단체들이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성가족부 정책을 비판했다.

9일 늦은 2시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인센티브 예산을 피해자 지원예산으로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3·8세계여성의날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피해자 지원을 놓고 서로 실적경쟁을 시키는 인센티브 제도는 피해자 지원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올바른 피해자 지원정책과 예산집행을 촉구한다”라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여성폭력피해자 시설은 관련법에 근거해 정부등록하에 피해자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법에 따라 피해자 지원 책무가 있다. 그러나 현재 열악한 예산구조로는 쉼터 생활인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지원조차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쉼터의 특성상 피해자들이 거의 맨손으로 들어오는데, 이들에게 제공되는 생계비는 주·부식비와 취사연료비를 합쳐 1인당 월 12만 원, 피복비로 월 1만2천 원(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 현재의 물가수준을 고려할 때 이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금액이다. 쉼터지원이 이 정도니 의료지원이나, 직업재활지원이 열악한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열악한 현실은 버려둔 채 보여주기식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공동행동은 지적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인센티브사업을 위해 2억 원의 연구용역비를 들여 3억 원의 인센티브 사업을 벌였다. 여성단체들은 이 돈에다가 3억 원만 더한다면 가정폭력을 당한 비수급권 여성에게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까지 12억 원의 예산이면 비수급권 여성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하지 못했다며 예산확보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자지원시설들을 줄세우기 해 지원금을 차등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아 상임대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각 여성폭력피해보호시설 단체장들이 나서 예산정책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먼저. 전국가정폭력피해보호시설협의회 이영아 상임대표는 가정폭력피해자 지원 예산정책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이 상임대표의 발표자료를 보면, 현재 정부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사회복지통합관리망으로 관리하면서 자산조사까지 벌여 비수급권 여성에게는 쉼터입소를 막고 있다. 또한 쉼터에 입소하더라도 하루 생계비 지원이 4천2백80원에 불과해 영유아가 있는 여성의 경우 아이를 키울 수 없다.

이 상임대표는 “최고 많이 받은 시설이 700만 원 정도 받았고, 그렇다면 그 아래 등급인 시설들은 제대로 일을 안 한 것이 되는 셈인데 이런 정책들은 시설종사자들을 허무하게 할 뿐”이라며 인센티브제도를 꼬집고 “이는 1등한 시설에, 앞으로 윗선에 다른 소리하지 말라는 재갈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 송미헌 원장은 성폭력피해자 지원 예산정책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송 원장은 발표자료에서 지난해까지 일반회계로 지원되던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지원사업이 올해 신설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이관됐다. 사업주체는 여성가족부인데 운영주체는 법무부로 이원화되고, 모든 성폭력 피해자가 범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또한 2010년 기준으로 성폭력상담소는 연간 5천9백60만 원을 지원받는데, 각 기관이 이 돈으로 시설종사자의 임금문제와 시설운영을 해결하려다 보니 종사자 처우가 열악해 이직률이 높다.

시설생계비와 쉼터퇴소자 자립금은 여성가족부가 기획재정부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예산확보가 제대로 안 되었고, 피해자보호시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지원하는 학교생활지원금과 직업훈련지원금이 없거나 열악해 본인이 자부담해야 한다.

송 원장은 “여성가족부는 그동안 수차례 건의한 열악한 지원예산에 대한 확보 없이 인센티브로 줄세우기만 하고 있으며, 인센티브 받기 싫은 시설이 반납하겠다면 자의에 맡기겠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이는 현장의 어려움을 살필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임숙일 대표
인권희망강강술래 배임숙일 대표는 성매매피해자 지원 예산정책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배임 대표는 발표자료에서 예전에는 상담소 소견만 있으면 낙태수술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판결문을 제출해야 낙태수술이 가능해 일선병원에서는 시술을 거부하거나 엄청난 시술비를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술 및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성매매피해자들에게 간병비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자활지원의 경우 사업비 760만 원 한도로 제한돼 있는데, 법률과 의료비로 초기에 사업비를 다 쓰다 보니 피해 여성들이 기술교육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공동작업장 지원 기간도 최장 3년에 불과, 성매매피해자들을 다시 빈곤과 성매매피해의 악순환으로 몰아넣고 있다.

배임 대표는 “평가를 안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 사업비로 우선 열악하고 긴급한 부분을 지원하라는 것”이라며 “또한 평가를 하겠다면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현장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소장은 “얼마 전 지자체가 폭력피해자 치료비를 30~40% 삭감한다고 했는데, 지원 자체를 줄이면서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시설단체 간의 불신만 키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는 “오늘 우연히 다른 자리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났는데 ‘여성가족부는 민간기업이 하는 사업을 보조하는 개념’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엔지오 활동을 여성가족부의 하부조직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인센티브 제도의 철폐와 함께 “십수 년째 동결상태인 시설의 운영비를 현실화하고, 현재 단 한 푼의 지원비 없이 운영하는 수많은 기관의 지원 예산이 편성될 때까지 여성가족부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며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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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신드라

    여태까지 꿍쳐넣은 돈이있자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