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조가 공동으로 주최한 ‘요즘 지상파방송 시사․보도 프로그램 어때요?’ 토론회에서 최근 방송 언론 저널리즘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발제를 맡은 김완 언론연대 정책위원은 “조중동이 언제나 ‘편향적’이라며 문제 삼는 것은 방송의 ‘PD저널리즘’이지 ‘기자저널리즘’이 아니”라며 “조중동이 방송을 공격하며 ‘PD저널리즘’만 줄기차게 타작해 온 이유는 지상파 방송 보도국에서 만드는 뉴스가 조중동이 그리는 세상에 배치되지 않는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자 특색 없는 방송 뉴스는 조중동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 중심 편성, 의제 연성화...뉴스 존재의 자기부정
김 정책위원은 ‘기자저널리즘’의 실종을 먼저 “탐사와 심층적 취재를 배제한 ‘스트레이트’ 중심의 편성”에서 찾았다. 그는 “지난 2008년 5월부터 7월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 집회에 관한 보도 분석’을 보면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가 차지한 비중이 지상파 3사의 경우 96.4%였고, 쌍용차 사태 관련 보도에서 노사 주장을 단순 전달하거나 노-사, 공권력 간의 물리적 충돌을 묘사한 스트레이트 기사 비중이 64%에 이르렀다”며 “실제로 방송 뉴스는 어떤 이슈에 대해 무엇이 문제이고 왜 논란이 빚어지는지를 말하는 데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정책위원은 방송뉴스의 이러한 보도 관행이 “스스로의 존재를 사회적 이슈나 갈등을 해결하는 데 별다른 구실을 하지 못하는 불능의 존재로 만들고 사회적 의제를 주도해가는 힘을 내려놓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방송뉴스가 사회적 유의미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기자저널리즘 실종 상황은 방송 뉴스의 의제설정에서도 드러났다. 김 정책위원은 “연초 이례적 한파가 닥쳤을 때 방송 3사는 며칠간이나 뉴스의 절반 가까이를 날씨 관련 보도에 할애하는 등 보도국이 ‘생활밀착형 아이템’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가고, 2011년 1월 초 이명박 정부 들어 초유의 ‘레임덕’ 파문이 일어나는 등 정치 관련 뉴스의 편성 비율이 가장 높았어야 마땅한 때에 관련 뉴스의 편성 비율은 채 10% 남짓이었던 데 반해 연성 아이템 비율은 50% 안팎의 수준이었다”며 “방송 3사 뉴스가 연성 아이템으로 도배되고 있다. KBS와 MBC가 스스로에게 ‘뉴스는 무엇이고, 무엇이 뉴스여야 하는가’의 질문을 던져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참극’의 원인으로 이제 “MB 때문”이라는 ‘핑계’를 이제 그만 댈 것을 주문했다. 김 정책위원은 “이명박으로 대변되는 거시적 정치권력은 절반의 진실, 타협적 핑계일 뿐”이라며 “지금 뉴스의 질적 저하는 시청률이라고 하는 경영상 논리에 굴복해 버린 내부 구성원들에게서 비롯된 문제가 더 크다”고 일침을 가했다.
“시청률 떨어져서 ‘MB뉴스’도 좋은 자리에 못 넣는다”
이 같은 발제자의 진단과 원인 분석에 방송 3사 관계자들도 동의를 나타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훈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편집간부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시청율”이라며 “MBC 내부구성원으로서 뉴스의 연성화에 MBC도 적극 나서고 있고, 시청율에 대한 집착 때문에 MBC 뉴스가 질적으로 하락했다는 것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간사는 “심지어 시청률 때문에 ‘MB뉴스’도 좋은 자리 못 받는다. MB가 나오면 시청율이 갑자기 2% 정도 빠지는데, 그런 것이 워낙 확연히 드러나서 편집하는 사람도 좋은 자리에 배치 안하고 거의 뒤쪽에 있다”며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이라고 보기보다 시청률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는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내부 언론인들의 결의, 보도의지를 강조하기보다 공정 보도를 위한 시스템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재호 KBS새노조 공정방송위원회 간사는 “과거 10년 동안 마련했던 방송법 편성규약이 내부에서 싸움의 근거가 되고 있다”며 “보도 방송의 세세한 기준, 규약들이 명시적으로 마련되어 있으면 정치권력이 변화해도 공영방송이라는 내부의 보도가 엉망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중동 방송의 출범을 대비해야 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최선호 S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위원장은 “종편이 ‘웰메이드’ 방송이 아닌 선제적 의제설정에 승부수 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위원장은 “지상파 3사들이 제작능력 우위만으로 조중동 방송을 이길 수 없고, 방송뉴스의 의제설정기능에서 변화가 강제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를 대비해서 노동조합 단위를 넘어서는 총체적 저널리즘 단위의 연구와 노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