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운동장의 쓰레기를 주워 담고, 대걸레질과 왁스질로 교실 바닥을 문지르고, 구역질을 하며 화장실 쓰레기통을 비웠던 다소 난감한 추억은 기억의 귀퉁이 쯤에 있다. 그래서인지, 건물 귀퉁이에서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는 건물 청소 노동자들은 여간해서는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사무실 바닥과 복도, 비워져 있는 쓰레기통, 락스내가 나는 화장실 등은 엄연히 ‘청소노동자’의 존재를 증명한다. 학창시절을 겪어봐서 알겠지만, ‘청소’는 결코 ‘유령’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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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2011년 빌딩 청소노동자, 2006년 싸움을 이어 나간다
2011년 1월,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싸움이 사회적 이슈를 탔다. 60세를 전후한 청소노동자들의 50일간의 농성은 여론화와 연대세력의 결집이라는 성과를 얻어내며, 고용승계와 임금인상 등의 잃어버렸던 권리를 되찾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들의 50일간의 투쟁은 전 사회적으로 청소노동자의 존재를 알려내는 매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홍익대 투쟁이 일어나기 5년 전인 2006년, 80일을 훌쩍 넘기며 싸움을 이어나갔던 빌딩 청소노동자들이 있었다. 지금은 ‘서울스퀘어’라는 명칭으로 바뀐, 서울역 인근의 대우빌딩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고용승계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80일이 넘는 시간동안 싸워왔다. 거세고 지난한 싸움이었던 만큼, 용역과 경찰이 동원 돼 60세를 전후한 노동자들의 사지를 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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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하지만 그 격렬했던 싸움은 사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건물이 리모델링되고, 용역 업체가 교체되며 노동자들 역시 뿔뿔이 흩어졌다. 홍익대 투쟁이 발생하기까지의 5년의 시간동안, 그들은 또 다른 곳에서 청소 노동자가 되기도 하고, 일손을 놓기도 했다. 특히 그들이 남긴 싸움은 그들을 향한 뒤틀린 사회적 구조를 제대로 끼워 맞추기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대우 빌딩 싸움과 똑같은 싸움을, 또 다른 사업장에서 반복하고 있는 노동자도 있다. 현재 롯데손해보험빌딩에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A씨의 이야기다. 그는 6~7년간 대우빌딩에서 청소 일을 하다 건물 리모델링으로 2007년 퇴사했다. 그는 2006년 말에서 2007년 초까지 대우빌딩 싸움을 진행하며 고용승계를 얻어냈다. 하지만 리모델링과 업체 변경은 그들의 고용승계 약속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후 A씨는 9개월간 학원 건물에서 청소일을 하다 롯데손해보험빌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대우 빌딩에서의 격렬했던 싸움 때문인지, 또 다시 노조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또 다시 똑같은 요구조건을 내걸고 싸움에 나서게 된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그들의 고용 조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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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노조 활동? 안하려고 했지. 그거 하면 무섭잖아. 그리고 내가 나이도 많이 먹었는데 노조를 또 할 거라고 생각 했겠어? 이제 여기서 잘리면 받아줄 다른 곳도 없을 텐데. 근데 여기나 거기나 다른 게 없잖아.
일하는 것도 똑같아. 최저임금도 안 지켜. 지금 우리 75만원 받잖아. 노조 만들기 전에는 최저임금 안 맞춰 준다니까. 대우 빌딩 있을 때도 처음에는 최저임금 안 지켰어. 노조 만들고, 싸우고 그러고 나서야 지켰지. 일하는 시간도 그렇지. 여기 처음 소개 받았을 때는 주 5일 일하고 80만원 준다고 했어.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니까, 한 달에 2번, 토요일 근무랑 한 달에 1번, 일요일 근무를 하라는 거야.
너무 하잖아. 그런데도 노조 가입은 무서워서 안하려고 했어. 그런데 이전 분회장이 한 번 같이 해보자고 해서 결국 하게 된 거지. 지금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만약 내가 노조를 탈퇴하면 바로 모가지야. 그러니까 잘리지 않으려고, 끝까지 노조를 할 수밖에 없는 거지.”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 23명은 지난 1월 25일 노조를 결성했다. 하지만 용역업체인 휴콥은 노조 결성 3일 만인 1월 28일, 조합원 전원 해고를 통보해 왔다. 1월 30일 계약이 만료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2월 말에도 역시 전원 해고를 통보 했다.
조합원들을 향한 직, 간접적인 노조 탈퇴 공작도 치열했다. 노조는 지난 2월 9일 이후 6회에 걸쳐 단체교섭을 요청했으나, 업체는 단 한차례의 교섭에도 응하지 않았다. 조합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하며 탈퇴를 회유하기도 한다. 결국 14일, 한 명의 노동자가 해고 됐고 건물 안 진입을 막기 위해 용역이 동원됐다. 다른 조합원들에 대해서도 해고의 칼날은 여전히 유효하다.
집계되지 않는 ‘빌딩 청소노동자’... 그들의 싸움은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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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특히 사회적으로 알려진 대학이나 병원 등 큰 규모의 사업장 이외의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수는 압도적으로 많다. 2006년, 인권위원회의 ‘청소용역 노동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연구 자료에 따르면 10~29명 규모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은 남자 25.1%, 여자 27.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높은 분포도를 보인 사업장은 1~4명이 종사하는 소규모 사업장(남자 16.8%, 여자 17.1%)이다.
특히 빌딩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만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형태역시 비공식적인 측면이 강하다. 사적 빌딩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중 근로계약서 체결에 있어, 회사와 본인이 한 부 씩 소유하는 경우는 공적 대학(25.6%)이나 공적 건물(38.7%)보다 훨씬 낮은 5.6%에 불과했다. 특히 빌딩 청소노동자들은 구두로만 계약하는 경우(15.2%)가 다른 사업장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빌딩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집계하는 것 은 어려운 일이다. 근무 환경 조사에 있어서도 대형 빌딩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강하다. 때문에 소규모 사업장의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형태를 조사한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빌딩 청소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김태완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청소노동자가 5명도 채 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데 이들이 개별적으로 무엇을 주장할 수 있나”며 “그렇다고 이들을 조직화 한다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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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실제로 인권위 연구자료에 따르면 빌딩 청소노동자들은 원청 사용자보다 용역 관리자에 의해 많은 업무 지시를 받는다. 폐쇄적인 빌딩 구조 속에서, 용역 업체의 무소불위한 업무지시와 인사 결정은 이들의 노동 현장을 더욱 폐쇄적으로 만든다. 이는 이들의 근무 환경이 외부로 드러날 수 없도록 하는 요인도 된다.
그러다보니 여론화나 연대세력의 결집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김태완 조직부장은 “대학 같은 경우, 개방적인 공간으로서 학생들이나 사회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대형 빌딩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직원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원청의 업무지시를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서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청의 지시를 받지 않는 사무직 직원들이라 해도, ‘빌딩 청소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권태훈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대학은 지역 운동의 센터 역할을 하며, 수많은 출신 학교 졸업생들과 지역 세력을 결집시키지만, 빌딩의 경우 일반 시민들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아 연대 세력을 조직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공공운수노조(준), 청소노동자 실태조사와 조직화 사업 준비
집계되지 않는, 때문에 조직화되기 어려운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공공운수노조(준)가 노동환경 실태조사와 대책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이들은 오는 4월 4일부터 29일까지 조사원과 네티즌 조사를 통해 청소노동자 노동환경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도개선요구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류남미 공공운수노조(준) 정책국장은 “지역과 특성을 고려해 서울 지역의 100여개의 사업장을 선정한 후, 조사원이 직접 방문 면접 조사로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며, 네티즌 조사를 통해 무작위 건물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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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학교, 병원을 비롯해 마트, 극장, 건물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노동 실태를 조사한 후, 미조직 사업장들의 현장 조직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류남미 국장은 “하지만 실태조사 한번으로 현장 조직화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4월에서 5월이 넘어가는 시점을 기해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며 미조직 현장들을 모아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폐쇄적이고 산발적인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사업은 강한 동력과 전략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해 권태훈 부장은 “강남이나 여의도 쪽 빌딩 밀집지역을 선정해, 상담과 선전전 등을 통한 조직화 사업을 구상중이지만, 시간과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노조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비교적 여론의 집중을 받고 있는 대학 청소노동자 투쟁으로부터 전체 청소노동자의 싸움으로 여론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대, 고대, 이대 등의 집단 교섭과 조직화된 서울 지역 대학 사업장의 투쟁이 성공할 시, 건물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와 여론화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태훈 부장은 “서울지역 대학 40여개 중 8~9개의 사업장의 투쟁이 성공하게 되면, 건물 등의 청소노동자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 것”이라며 “또한 전략조직화 사업을 통해 조합원을 확대시켜, 이후 직고용 문제로 대정부투쟁에 나선다는 큰 틀의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