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이 드러낸 MB언론장악의 실체

“초라한 MBC, KBS...경찰 앵무새 넘어서야”

2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장자연 씨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가 2009년 사망 당시보다 소극적이어 졌다는 지적과 함께, 이것이 방송장악과 방송구조개편이 빚어낸 공영방송 추락의 방증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자연 사건과 언론보도’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민주노동당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이영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재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장자연 사건이 드러낸 MB언론장악의 실체

발제를 맡은 김 사무처장은 “SBS의 보도 이후 대부분의 언론들은 ‘실체적 진실 규명’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경찰 발표에 기대 ‘편지 조작 여부’, ‘필적 감정 결과’를 중계하는 데 머물렀다”며 “SBS가 ‘장자연 편지’를 보도한 후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취재에 나섰다면 설령 국과수가 ‘편지의 필적과 장 씨의 필적이 다르다’고 판단했더라도 경찰이 이토록 쉽게 ‘재수사 불가’를 천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 사무처장은 “KBS와 MBC는 7일부터 16일까지 각각 7건, 6건의 관련 보도를 했는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경찰 발표를 따라갔고, KBS의 경우 마지막 보도에서 경찰 수사결과와 함께 그래도 남는 의혹과 논란을 언급한 반면 MBC는 최소한의 지적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KBS‧MBC의 이 같은 보도 태도가 “장자연 씨가 남긴 ‘문건’에 “신문사 유력 인사”(KBS), “유력 일간지 대표”(MBC)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등의 보도를 했던 2009년과 비교해 더욱 ‘무기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2009년과 비교했을 때 더욱 공세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2009년 당시 문건에 자사 사장이 언급된 데 대해 그야말로 ‘입도 벙긋’ 하지 못하도록 했던” 조선일보가 “자사 사장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사, 자사 사장의 명예가 훼손된 데 대한 책임 추궁을 주장하는 기사, SBS의 ‘오보’를 비난하는 기사를 9건 싣”는 등 “자사 사장의 ‘결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자신들을 ‘부실수사와 악의적 루머의 피해자’로 설정하는 프레임을 만들어” 내는 한편 “‘부실수사의 빈틈을 비집고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세력들이 조선일보를 공격해 명예를 훼손했다’,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도”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장자연 편지’ 국면을 돌파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번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공영방송’ KBS와 MBC가 ‘경찰의 입’을 바라보는 것 말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초라한 존재감을 드러냈다”며 이것은 “‘공영방송의 추락’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과 방송구조개편이 빚어낸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결국 ‘오보’가 되긴 했지만 장자연 씨 사건을 놓고 공세적인 보도 태도를 취한 SBS와 여기에 공세적으로 대응한 조선일보의 긴장과 갈등의 국면에서 다른 언론들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핵심은 국과수 발표가 아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국과수의 감정결과와 상관없이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윤상 소장은 “핵심은 국과수의 친필 감정 발표가 아니라 여성연예인의 인권”이라며 “성접대의 ‘관행’이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이고 어느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는 사실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그것이 친필이든 아니든 수사기관은 2년 전의 부끄러운 행보를 반성하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 역할을 하겠다는 수사의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변호사는 “편지 진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필적만이 아님에도 이번에 이루어진 수사에서는 편지 내용의 사실여부에 대한 수사는 일절 이루어지지 않은 채 국과수의 결과만을 기다렸다”며 수사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변호는 “설령 편지 가짜라고 하더라도 사건에 대해 의문 제시한 국민의 요구는 가짜가 아니”라며 “경찰은 완결된 증거를 들이댈 것을 조건으로 재수사를 운운하지 말고 상식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과 순서로 여느 범죄를 수사하듯 수사를 개시하라”고 촉구했다.

최영묵 교수는 “국과수의 필적감정만 보고 보도가 끝난다면, 국과수라는 감정기관만 있으면 되지 언론사나 검경은 왜 있어야 하느냐”며 “언론사나 검경은 사건에 대한 검증을 하고 수사하고 보도함으로써 그들이 작동하며 하는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순 위원장은 사건 해결을 위한 특검제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고 장자연 사건 이후 연예계의 여성연예인에 대한 술접대, 성상납 강요 등이 속속 밝혀졌음에도 2009년 사건을 제대로 밝히고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여성연예인에 대한 인권유린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경찰에 면죄부를 줬다”며 장자연 씨 사건에 특별검사제 도입 외에도 △노예 계약, 성상납 강요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연예기획사의 계약에 대한 법구조 개선 △연예인 노조와 연예인 협회 등을 통한 연예인 상담활동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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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하고 짝짜꿍해서 MB정권 이후에도 잘나가던
    유창선이 말 한 번 잘못해 MB정권에 쫓겨난 유창선.
    이 자리에 참석했으면서도 이 지면에 유창선의 목소리가 소개되지 않은 점이 민언련과 참세상이 보는 유창선에 대한 관점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