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철도노조가 집계한 KTX사고만 11번. 지난 2월 6일 부산출발 서울행 KTX열차의 배터리 고장으로 대체 열차가 투입됐으며, 같은 달 11일에는 광명역 인근에서 탈선사고가 발행하는 등 2월에만 7번의 사고 및 고장이 발견됐다. 3월 들어서 역시 벌써 4번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오전 5시에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던 KTX열차가 통신시스템 이상으로 연착하기도 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갑자기 열차 사고가 급증한 이유로 노조는 ‘인력감축’과 ‘외주화’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철도 공사 측은 잇따른 사고의 책임을 현장 직원들의 실수로 돌리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력 감축과 돈벌이 위주의 상업화, KTX사고 키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4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 사고 원인에 대한 근본적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잇따른 철도 사고의 원인이 철도공사의 현장 유지보수 인력의 대폭적인 감축과 외주화 등 돈벌이 상업화 등에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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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지난 2009년 4월, 5천 115명의 정원을 일괄감축하고, 2012년까지 초과현원을 정리하기 위해 ‘업무 효율화’를 명분으로 인력감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력감축 대상 중 약 3천 여 명이 유지보수, 정비업무 인력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안전정비를 진행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철도공사는 KTX철도차량 정비주기를 기존 3천5백Km 운행점검 규정에서, 5천Km로 조정해 정비를 축소한 바 있다. 또한 KTX의 2단계 개통이후 기존 15분, 30분이었던 열차출발간격을 각 5분, 10분 간격으로 축소해 차량정비 부담이 2배로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신호설비 점검 역시 기존 2주 주기에서 월 단위 점검으로 축소하고, 무선설비에 대한 일일점검을 폐지하기도 했다. 역무자동설비에 대한 월 1회 점검은 3개월 점검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철도공사가 인력축소를 위해 화물열차의 입환업무와 정비업무를 통합해 운영하려는 편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철도 현업 직원들의 업무하중은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섰다”고 토로했다.
인력 감축 뿐 아니라 공사가 추진하는 외주화 등의 상업화 정책 역시 열차 사고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철도공사는 경춘선 및 전라선 시설유지보수업무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경기도 춘천과 덕소, 전라남도 구례 등의 시민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공사의 경영효율화 지침에 따라 진행되는 외주 또는 위탁화가 철도시설 유지보수분야 및 철도차량 정비분야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철도 안전은 철도 운영자에게 있어 지상과제이지만, 현재 경영진은 ‘경영효율화’, ‘비용절감’을 통한 이윤확보와 수익확보만을 지행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철도 운행의 기본인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근본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철도공사, 직원들에게 책임 전가...노사공동 토론회도 거절
철도공사는 이 같은 노조의 비판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공사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철도공사는 현재 철저하게 안전 위주로 나아가고 있다”며 “철도노조는 국민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지 말고 안전을 확보하는데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열차 사고에 대해 정밀 진단 및 정비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전시성 행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론의 비난은 여전히 거세다. 공사는 연이어 KTX 열차 사고가 발생하자, 직원들을 소집해 안전결의대회를 열고 안전서약서를 제출받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왔다.
노조 관계자는 “공사는 직원들을 모아 안전결의대회와 안전서약서를 제출하면서 그간의 사고가 마치 직원 개개인의 안전 문제인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특히 직원의 언전의식 불철저, 규정 위반 등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노조는 지난 18일, 공사 측에 공문을 보내 철도안전 확보를 위한 노사공동 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공사는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해 왔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철도공사는 노사공동 토론회 제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재고해야 한다”며 “또한 철도사고의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공동대책팀의 구성을 공사 측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편 철도노조는 오는 4월 6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철도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철도 안전 대책 수립을 의한 국회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번 토론회에 철도 공사와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토론회 패널 참석을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철도공사가 철도안전 확보를 위한 사회적 논의의 장에 나서길 재차 촉구한다”며 “또한 노사공동대책팀 구성에 대한 철도공사의 긍적적 답변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