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 도입, “민주당의 대국민 사기극”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민주당 영리병원 묵인에 ‘분노’하는 사람들

제주 영리병원 도입이 포함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법)’이 4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될 조짐이다. 이에 따라 제주 영리병원을 첫 신호탄으로, 전국적인 의료민영화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의료민영화를 반대해 왔던 시민단체와 노조 등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30일 오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제주 영리병원 저지를 위한 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오는 4월 2일에는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과 결의대회 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불과 3개월 전, ‘의료민영화 저지’ 민주당에 무더기 감사패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무엇보다 민주당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작년 2010년,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 공동투쟁에 돌입했던 민주당이 올해 들어 제주 영리병원 도입 저지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 심지어 제주 영리 병원 도입을 위해 민주당이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난 2009년부터 2010까지 약 100여개의 시민사회, 노동, 농민, 지역본부, 보건의료 단체들은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를 결성하고 투쟁을 이어왔다. 범국본에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의료연대 등의 단체 외에도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사회당 등이 참가했다.

특히 범국본은 제 1야당인 민주당과의 공조에 공을 들여왔다. 이들은 지난 2010년,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 보고대회에서 ‘승리’라고 자축하며 “의료민영화 추진을 위한 입법 단계를 막아주신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과 소신 있는 여러 국회의원님들의 의정활동의 승리”라고 추켜세웠다. 또한 이 자리에서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11명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무더기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민주당은 노조 및 단체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다. 범국본은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3월 4일과 7일 총리 면담을 통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안에 합의하고자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고, 국회 행정안전위 백원우 민주당 간사도 민주당 내부의 당론 위배 행위를 방조하거나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비난했다. 백원우 간사는 작년 12월, 범국본의 투쟁보고대회에서 감사패를 받은 민주당 의원 중 한명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MB정부의 영리병원 도입에 대해 큰 저항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단체와 노조는 민주당이 영리병원 도입을 방조하거나 협조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민주당 제주출신 의원들이 당 내에서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며 민주당의 행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무상의료’를 당론으로 발표했던 민주당이 영리병원을 묵인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민주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제주 영리병원 도입, 민주당의 대국민 사기극”

때문에 범국본 상임대표인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복지부나 국회보다 민주당이 더 가관”이라며 “얼마 전까지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의료보건단체와 함께 무상의료 의제를 당론으로 정하며 국민의 환호를 이끌어냈던 그들이, 얼마 되지도 않아 제주자치법을 핑계로 영리병원 도입을 승인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서 나 위원장은 “민주당의 무상의료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으며, 결국 표만 더 받으려는 대국민 사기극임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민주당을 ‘거짓말쟁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의료민영화 안하겠다며 반성했던 MB도, 청문회 때 의료민영화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힌 진수희 장관도, 당선 전 이들과 똑같이 말했던 우근민 제주 도지사까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며 “특히 복지국가를 위한 무상의료를 들먹이면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민주당은 거짓말 투성이”라고 강한 분노를 표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제주 영리병원 저지에 소극적인 민주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2월 국회에서 제주도특별자치법이 법안심사소위로 상정됐을 때, 곽 의원이 행안위 관련 민주당 의원들에게 영리병원 문제를 저지하자고 간청했지만,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곽 의원은 “행안위 관련 민주당 의원은 ‘지금 일단 4월 국회로 시간만 넘겼다’는 입장만 전달해 왔다”며 “이는 민주당이 잠깐 시간을 벌다가, 4월 국회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통과시키려는 술수”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제주 영리병원 도입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의료민영화가 실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내 경제자유구역이 확산되면서, 영리병원을 비롯한 의료민영화의 전국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을 비롯해, 인천 송도의 국제병원 추진이 급물살을 예고하며 불안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 및 국내영리병원 저지 제주대책위원회의 김아현씨는 “제주영리병원의 도입은 전국적 의료민영화를 가동시킬 것이며, 때문에 현 국면은 전국적인 의료민영화 싸움에 돌입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제주 영리법원이 도입될 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정부는 제주도민과 국민, 그리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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