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고공농성, 비정규직 1만명 선언운동으로 이어져

조선활동가대회, 원청사용자성 사내하청 정규직화 결의

"노동자의 삶이 자본의 이윤보다 소중하다."

지난 3월7일 새벽 2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하노위) 강병재 의장이 대우조선 남문 옆 고압송전탑에 오르면서 외친 절규다.

하노위 강병재 의장은 15만4000 볼트 고압송전탑 위에서 29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강의장은 고압송전탑 고공농성을 통해 대우조선 1만7000 하청노동자들의 고통스런 삶을 폭로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해고한 대우조선을 규탄했으며 제조업 모든 비정규직은 불법파견이라며 대우조선이 하청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

위험한 철골과 좁은 안전발판 위에 강병재 의장이 서 있었다. 의지할 곳 하나 없이 맨몸뚱이 하나로, 깃발처럼 우뚝 서 펄럭이고 있다.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비닐막도 포장도 하나 없다. 비수처럼 속살을 파고 드는 겨울바람을 맨 몸으로 맞이해야 한다. 지친 몸 위로 내리는 비는 송곳처럼 몸을 찌른다. 침낭과 안전띠 하나에 의지한 채 29일 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강병재 의장은 대우조선이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차선으로 대우조선 내 하청업체에 고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노동조합은 7일부터 고압송전탑 아래 천막을 치고 고공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음식물 반입과 소통 등 지원을 하고 있고 대우조선과의 실무 협상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폐업한 협력업체와의 문제일 뿐'이라며 원청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있고 강병재 의장이 대우조선을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이승렬 부지회장은 "하노위 강병재 의장의 고압송전탑 고공농성은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오른 것'이 아니다. 투쟁하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지돼야 한다. 강 의장의 송전탑 고공농성은 대우조선 1만7000여명 하청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이며 노동3권과 원청사용자성 쟁취 등 하청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이며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라'는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조선사업장으로 도입하기 위한 가교"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병재 의장은 고압송전탑 위에서 맨몸뚱이로 비바람을 견디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송전탑만 쳐다보고 강병재 동지만 의지해서는 안된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원청사용자성 쟁취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 대우조선 1만7000 하청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문제는 오롯이 지상에 남아 있는 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조선활동가대회 "고압송전탑 위에서 가능성을 봤다"

조선사업장 활동가들이 고압송전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대회를 열어 "원청사용자성 인정,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활동가모임 '소통과 연대'는 2일 오후 3시20분 대우조선 남문 옆 송전탑 앞에서 '원청사용자성 인정, 하청노동자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조선활동가 결의대회'를 열어 원청사용자성 쟁취,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을 결의하고 조선사업장 공동출퇴근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아울러 비정규직노조 설립을 위한 하청노동자 10만명 선언과 현장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이날 조선활동가대회에는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위장, 창원마산산추련, 부산가족모임, 현대중공업해복투,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현대미포조선 현장의소리, 현장투, 삼호중공업 현장투, 대우조선 현민투, 대우조선노동조합, GM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 사노위 울산.부산위원회 등에서 참여했다.

현대미포조선 현장투 김석진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강병재 동지의 투쟁은 개인투쟁을 넘어서 대우조선과 전국의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투쟁의 초석을 다지는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강 동지가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다. 이 투쟁에는 어떤 이유와 명분과 부정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강병재 동지의 투쟁을 현장에서 이어받아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투쟁을 향해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강병재 동지가 높은 곳에 혼자 올라가 있어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고 왔다. 강병재 동지는 하청노동자로 일하면서 하청노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다고 들었다"며 "송전탑 투쟁의 의미는 한 번 더 노동자들이 힘차게 일어나 싸울 것을 촉구하는 깃발이다. 강병재 동지가 저 높은 곳에서 투쟁의 깃발을 힘있게 지키고 있는 것이야말로 조선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고 더 큰 의미로 현실화될 것"라고 힘줘 말했다.

사노위 부산위원회 하계진 회원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분쇄하기 위해 크레인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또 다시 거제도에서 송전탑에 올라서 투쟁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곳에서 들불처럼 투쟁이 확대돼야 한다. 송전탑 고공농성은 더 먼 곳을 비추기 위한 것이다. 당장 불이 타오르고 있지 않고 많은 노동자들이 당장 나서지 못하더라도 가슴 속에는 불길이 올라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투쟁의 심지에 불이 붙는다면 자본의 탄압과 회유를 넘어 힘차게 타올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활동가모임, '소통과 연대' 남영란 간사는 "비정규직 철폐는 현실의 요구인 바가 없었다. 항상 구호이자 슬로건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싸웠다. 지금 이곳에서 실현해야 할 당면 목표로 싸웠다. 점거농성 해제 이후 한 풀 꺾였지만 그러나 결코 꺾일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라며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의 가능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이곳 송전탑 고공농성에서부터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시작한다는 각오로 투쟁하자. 여기에 모인 조선활동가모임 동지들이 바로 하청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끝장내기 위한 주체"라며 투쟁을 호소했다.

GM창원비정규직지회 진환 해고조합원은 "경총이 올해 노사관계를 전망하면서 두 가지를 지적했는데 하나는 복수노조 문제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눈에 띄고 예의주시해야 하는 문제로 하청노동자 투쟁이 조선소로 번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걸 자본가들은 잘 알고 있다. 대우조선 현장은 화약고다. 불똥이 떨어지면 폭발할지 모른다고 자본가들은 두려워 하고 있다.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원하청 연대투쟁으로 2만여 하청노동자들을 투쟁의 불꽃으로 조직하는 싸움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현장중심의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현민투) 김종호 부의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현민투는 사활을 걸고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다시 한 번 현민투가 더욱 야무지게 투쟁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투쟁을 마지막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야무지게 싸우려고 하고 있다"며 "현민투는 제조직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려고 하고 있고, 조선사업장과 같이 연대해서 싸울 수 있는, 승리할 수 있는 싸움을 고민하고 있다. 한 판 큰 싸움을 조직해보고 싶다. 하청노동자들을 노조로 결집시키는 실천투쟁을 전개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화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는 투쟁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결의했다.

조선활동가대회는 고압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강병재 동지의 힘찬 결의 발언으로 절정에 달했다.

대우조선 하노위 강병재 의장은 "대우조선에 1만7000여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있다. 이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를 모르고 자기 권리를 모르겠는가? 송전탑에 처음 올라왔을 때 하청노동자들이 지지해주고 철탑을 방문하기도 하고 투쟁이라고 외쳐주기도 했다"며 "저 안에 있는 하청노동자들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어떻게 조직하고 단결로 이끌어내는가의 문제다. 하나씩 준비해가고 실천해가는 사업들을 배치해나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 철탑에서 가능성을 봤다"며 투쟁을 결의했다.

이날 조선활동가대회는 집회 참가자들의 결의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조선활동가들은 결의문을 통해 "기륭전자, 동희오토, GM대우비정규직,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압도적 다수의 하청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조선업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강병재 동지의 고공농성은 조선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는 투쟁의 시작이다. 이제 강병재 동지의 목숨을 건 송전탑 고공농성에 대해 대우조선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조선업종 노동자들이 자신의 현장에서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라'는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결의했다.

대우조선 현민투, 비정규직노조 설립 위한 1만명 비정규직 노동자 선언운동 조직


하노위 강병재 의장이 3월7일 고압송전탑 고공농성에 돌입하자 대우조선 현민투는 3월9일부터 대우조선 비정규직노조 설립을 위한 1만명 비정규직 노동자 선언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현민투는 지난 3월9일 "비정규직노동자의 임금, 복지, 산업안전, 고용, 노동강도 등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대우조선 2만 사내하청비정규직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함께할 것을 선언"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성과배분 직영 하청 동일지급 △중식 전 중회와 퇴근 전 석회 및 중식식당 시간지키기 현장통제 즉각 중단 △하청업체 폐업 시 대우조선에서 전원 고용승계 △고공농성 해결을 위해 대우조선 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 등 4가지 현안문제 해결을 대우조선에 촉구했다.

아울러 대우조선비정규직노조 설립을 위한 1만명 비정규직노동자 선언을 위해 인터넷과 핸드폰 문자를 통한 참여를 제안했다. 현민투의 제안은 폭발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문자가 폭주해 지역별로 담당자를 추가로 선임할 정도였다.

현민투 강봉우 교육부장은 "1만명 비정규직 노동자 선언하고 나서 주4회 유인물을 배포했다. 수 백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문자를 보내왔고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문자와 답장들이 오고 이것은 다시 유인물을 통해 나가고 있다. 한 번은 행동지침을 문자로 보냈는데 현장에서 집단적으로 행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 선언운동이 3주가 지나고 있다. 정규직을, 현민투를 믿을 수 있는가라는 하청노동자들의 의구심이 있다. 지금 현민투에서는 각 문 퇴근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퇴근 때 하청노동자들이 피켓 문구를 주의 깊게 읽으면서 걸어오고 또 피켓을 지나면서 눈인사로 서로를 확인하고 있다. 보안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선언운동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선언운동이 2000명을 넘어선다면 그들이 중심이 돼 비정규직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신중하지만 끈기있게 선언운동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현민투의 '비정규직노동자선언'운동은 고압송전탑 고공농성에 대한 지상의 실천적 화답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인터넷과 휴대폰 문자로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작지한 소중한 실천을 조직하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 휴대폰 문자를 통한 소통에 머물고 있지만 하청노동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확인하고 하청노동자들과 정규직 활동가들이 서로를 확인하며 신뢰를 쌓아간다면 비정규직노동자 선언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스스로의 직접행동의 시간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비정규직노동자선언과 하청노동자 직접행동의 시간 사이에 하노위 강병재 의장의 고압송전탑 고공농성이 자리잡고 있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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