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언론 검열을 가능하게 하는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언론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 직원들이 방송사를 출입·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명문화한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신설 조항인 ‘85조 2’에서 방송사업자, 중계유선방송사업자, 음악유선방송사업자, 전광판방송사업자, 전송망사업자에 대해 ‘금지 사항’을 정해놓고 이들 사항의 위반 여부에 대한 사실 관계 조사가 필요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공무원이 해당 사업자에 출입해 조사를 할 수 있게 해놓았다.
법안이 금지하고 있는 사항에는 △정당한 사유없이 다른 방송사업자의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설비에 대한 접근을 거부 중단 제한하거나 채널 편성을 변경 △적정한 수익 배분을 거부, 지연, 제한하는 행위 △부당하게 다른 방송사업자의 방송시청을 방해하는 행위 △부당하게 시청자를 차별하여 현저하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요금 또는 이용조건으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이용 약관에 위반하여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다른 내용으로 이용요금을 청구하는 행위 △방송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알게 된 이용자의 정보를 부당하게 유용하는 행위 △방송의 다양성, 공정성, 독립성 또는 시청자의 이익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8개 언론단체들은 14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사 사찰을 합법화하는 법률안”이라며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언론 검열의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결사저지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방송사에 상주해 조사라는 명목으로 방송대본과 프로그램을 사전검열 할 수 있고, 입맛에 안 맞으면 방송을 금지시키거나 프로그램을 없앨 수도 있다”며 “헌법이 금지한 검열의 길을 터주었고 대통령령과 방통위의 재량행위가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조사 대상이 되는 행위를 ‘방통위’가 판단하게 한 데 대해서도 “언론장악의 사령실로 전락한 방통위에게 이를 맡기는 것은 한마디로 사기꾼에게 통장을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언론 통제, 사찰의 다른 한 축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방통심의위원으로 내정된 3명 중 2명이 공안검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8일 심의위원에 박만 변호사(법무법인 여명), 최찬묵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 박성희 교수(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를 내정했다. 박만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출신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장과 서울지검 차장 검사를 지냈으며 2003년에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바 있고, 최찬묵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나와 서울지검 부장검사, 부산지검 공안부장을 역임했다. 박성희 교수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언론노조는 이로써 “공안 라인이 구축된 방통심의위가 제재를 가해 명분을 만들어주면 방통위가 방송사로 들어가 조사를” 하는 “촘촘한 협업체계가 구축”됐다고 비판하고 “언론검열 법안을 즉각 철회할 것”과 “공안검사 출신자의 방통심의위원 내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들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무능력을 가리고 부도덕이 밝혀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명박 정권의 천박한 인식이 사찰과 검열을 통해 관제언론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권 연장을 위해 언론을 장악하고 역사를 되돌리려 한다면 언론인들의 부단한 저항과 국민의 준엄한 심판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방송법 개정안을 15일 또는 21일 상정해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