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강매까지...우리가 노예인가?”

[인터뷰] 건설노조 한라레미콘 오병운 분회장

건설노조 충북지부 한라레미콘분회의 천막농성이 10일째 진행되었다. 운전대를 놓은지도 이제 2달이 되었다. 오병운 한라레미콘분회장을 만나, 도급화ㆍ물건 강매ㆍ근로조건 등 노사 갈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라레미콘분회장 오병운

회사에서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일한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 중에는 90년 정도에 회사에 들어온 분이 10명 정도 되는데, 나머지는 10년이거나, 그 이하 정도 되었다. 대부분이 한라엔컴으로 바뀌기 전의 회사인, 고려레미콘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한 직장에서 20년 정도 일했으면 한 평생 다 바친거다.

도급에 대해 설명을 해 달라

우리가 쓰는 차량 가격이 1억이 넘는데, 비싸니깐 지입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차주고, 개인사업자 입장이 되는 것이다. 이런 비싼 차를 사가지고 들어가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는게 아니다. 우리가 지입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회사에서 우리에게 지원해 주는 것은 기름뿐이다. 운송을 하면서 사용하게 되는 타이어ㆍ엔지오일ㆍ각종 소모품ㆍ보험비 등 아무것도 지원해 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직고용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도급이 되면서 힘든 점은

회사가 고려레미콘일 때는 회사차를 운전하는 기사로 일했다. 하지만 사측이 기사 관리가 힘드니깐, 관리하기 쉽게 개개인에게 불하를 주기 시작했다. 도급이 되니 일단 수입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월급으로 돈을 받게 비수기가 없어 수입이 안정이 되는데, 도급이 되고 나니깐 비수기에 돈을 적게 벌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여름의 장마기나, 1~2월 겨울이 비수기가 되는데, 이때는 일을 많이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시기의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또 기름 말고 우리가 받는 건 하나도 없다. 월급을 받던 때에는 차량보수비나 타이어를 받았으나, 도급이 되고 나서는 보험금도 우리가 내고, 퇴직금도 안 나오고, 모든 것을 우리가 해결한다.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

우리는 수입을 1회차당 계산에서 받는데, 이를 운반비라고 한다. 2010년의 월평균 회전수가 90회전 정도였으며, 최근 2년간 이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수기에는 30~40회차 정도가 나오는데, 이 정도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작년에 내가 차에 들어간 유지비를 대충 계산하면, 1년에 천여만 원 정도 나가는 것 같다. 차가 노후화 되면 이 금액은 더 많아 진다.

운반비가 36km를 기준으로 1구간ㆍ2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 28,000원ㆍ29,000원이다. 그런데 50km를 가도 29,00원 인거다. 무조건 천원만 올라가는 거다. 멀리 가게 되면 소모품은 더 들어가게 된다. 타이어, 엔진오일 등등 전부다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거다. 그러니깐 우리는 계속 손해가 늘어난다.

그런데 회사 측에서는 구간 구분 없이 29,000원으로 합의를 보자는 거다. 건설 중장비 중에서 레미콘이 도급비가 가장 적다. 또한 지역의 많은 레미콘 회사들의 운반비 수준 또한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한라엔컴은 기름 값을 주지 않고 현물로 제공하는데, 이러한 회사가 거의 없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세금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기름 값을 받아서 쓰면, 부가가치세의 혜택을 볼 수 있는데, 그걸 회사가 가져가는 것이다. 이게 액수가 아주 클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사업자이기 때문에, 기름과 관련된 부가가치세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회사가 그걸 가져가는 것이다.

구정 지나서 협상을 시작했는데, 10회차 정도 진행하였다. 처음에 우리가 31,000원ㆍ32,000원 정도 요구하다가, 내리고 내려서 1,000원 만 올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공장문 닫으니 차를 빼라고 한다. 이와 같은 내용증명을 집에다가 보냈다. 사측에 우리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겠다고 엄포를 놔도 아무반응이 없다가, 노동조합을 만드니깐 공장 문을 닫겠다고 하는 거다.

  한라레미콘분회는 한라비발디 모델하우스옆에서 10일째 천막농성을 진행중이다.

회사에서는 한라레미콘의 기사들의 운반비가 충북지역에서 가장 많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한라엔컴은 물량도 밑에서 놀고, 운반 거리도 멀고, 운반비도 밑도는 수준이다. 일을 많이 해야 상위권이지만 액수도 적고 일도 적은 것이다.

레미콘은 15톤이나 되는 아주 큰 차다. 1톤짜리 용달도 시내에 배달을 한번 가면 3만원 받는다. 그러데 우리는 타이어 10짝 달린 차를 끌고 30~40km를 움직이는데, 삼만원이 안 된다. 이건 뭔가 잘못 되도 크게 잘못 된 거다. 그리고 해마다 물가는 인상되는데, 그걸 반영해서 운반비를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5년 동안 동결되었다.

근로조건은 어떠한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새벽에 나오라고 하면 새벽에 나가고, 날새라고 하면 그렇게 한다. 덤프나 굴삭기는 저녁에 늦게 일하면 OT수당(시간외근무수당)이나 그런 게 붙는데 우리 레미콘 노동자들은 그런 것도 없는 것이다. 오로지 운반비로만 계산되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개념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또, 현장이 아파트 공사현장 같은 이동하기 좋은 곳만 있는 곳이 아니라, 산 같은 곳도 올라간다. 차가 넘어가면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고, 우리가 다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터도 아닌데, 올라가기 힘든 곳을 죽어도 가라고 그런다. 우리를 인간자체로 안보는 거다. 목숨을 담보로 해서 한탕ㆍ한탕 28,000원 벌기 위해서 일하는 데 이런 건 전혀 생각해주지 않고, 우리를 노예 취급했다. 지네들 이득만 채워주는 일만 해주고 있었던 거다. 일하다가 차가 넘어가면 그 수리비를 일하는 우리들이 돈을 모아서 지원해준다. 회사에서 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현장의 환경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동네 주민들이 민원을 많이 넣었다고 한다. 현장 주변에서는 먼지가 아주 많이 날리는데, 원래 이게 자체 정화되어서 내려가야 되는데 대책마련이 되어 있지 않다. 우리도 그런 분진가루를 마시면서 일하고 있다. 충북 지역에 잘되어 있는 몇몇 업체는 마당에 돌 하나 떨어져 있지 않다.

회사에서 물건을 강매했다고 하던데?

조합원 중 삼분의 이 이상이 에어컨, 정수기를 샀을 거다. 사측에서는 재계약 시기가 되면, 우리를 볼 때 마다 물건을 사라고 하고 전화로 끊임없이 연락이 온다. 재계약을 할 때 마다 그게 염려스럽고 걱정이 되어 마지못해 물건을 산다. 또한 부당하게 나만 먼 거리를 배당 받을까봐 두려워 물건을 사게 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돈을 줬으면 물건이 와야 하는데, 물건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조합원이 몇 명된다. 이게 강매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리고 우리가 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운반비를 받을 때 거기서 제한다. 120만원인 정수기를 샀는데 한 달에 20만원씩 꼬박 6개월간 운반비에서 빠져나갔다. 또, 우리가 받은 이 물건들은 허다하게 고장이 나고, A/S 센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도 일단 회사에서 일하는 반근로자 인데, 복지나 그런 문제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 화장실ㆍ대기실이 지저분하고 엉망이다. 식대가 2,500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우리는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 대부분이 11시부터 밥을 먹으며, 빨리 먹고 건설현장으로 간다. 그 때 먹지 못하면 2시~3시에 먹는다. 식사는 우리가 알아서 챙겨먹어야 한다. 이런 것들도 좋아졌으면 좋겠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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