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진보신당이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뉴타운 토론회와 주민피해 증언대회에 참가한 피해주민 300여명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주민들 입장에서 뉴타운 사업 출구전략 모색을 살피는 토론회였지만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 백지화 외엔 출구전략은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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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토론회에서 이주원 재개발행정개혁포럼 사무국장이 “주민들은 뉴타운 해제, 재개발 반대 그 이상도 이하의 요구가 없다”며 “뉴타운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싸울 때 국토해양위원회에서는 오히려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합의해줬다. 여기 원혜영 의원이 나와 계시는데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 이 자리를 만든 진보신당과 전문가들이 주민들을 위한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내달라”고 강하게 말하자 주민들의 원성은 원혜영 의원에게로 빗발쳤다. 원혜영 의원은 민주당 ‘전월세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며 지역구는 부천이다. 이날 토론회엔 부천 뉴타운 주민들도 대거 참석했다.
급기야 일부 주민들이 원혜영 의원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원혜영 의원은 일어나 토론회장 밖으로 향했다. 원 의원이 나가려고 하자 주민들은 “붙잡아”, “한마디 하고 가라”등의 욕설을 던지며 원혜영 의원에게 반성을 촉구했다. 이날 주민들은 진보신당과 전문가들에게도 보다 강력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앞서 축사에 나선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 18대 총선 때 주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이용해 정치권이 너나할 것 없이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대거 당선되면서 이것을 약속했고, 총선이 사실상 묻지마 뉴타운 선거가 됐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아무도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지구지정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주민들을 위한 어떠한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승수 대표는 “뉴타운 완공된 지역 주민들은 노후화 주택 대신 초호화 으리으리한 건물이 들어섰지만, 원주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 졌다. 과도한 추가 분담금 때문에 빚더미에 올랐다”며 “진보신당이 지난 총선 때부터 뉴타운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는데 결국 그때 저희가 했던 얘기가 옳았다”고 평가했다.
심상정 상임고문도 축사를 통해 “여러분들은 평생 떡볶이, 연탄장사, 청소, 두부장사 등으로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작은 보금자리와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며 “그런데 그 보금자리를 다 빼앗기고 지금 노숙자로 전락하신 분 많다. 입주하신 분들은 추가 분담금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있다. 그걸 감당하지 못하는 분들은 변두리로 쫓겨나서 도시빈민으로, 그 나락으로 내쫓기고 있다.정치가 잘못돼서 그렇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심상정 고문은 이어 “2006년, 도시정비촉진법이 국회 상정됐다. 뉴타운을 만들어준다고 하면 표가 몰릴 것이라 생각하고 299명 의원 중에 뉴타운 도시개발촉진법이 서민대청소법이라고 주장한 곳은 우리 진보정당 밖에 없다. 너무 죄송하다. 저희는 299명 중에 10명밖에 없어 막지를 못했다”며 “여러분은 사기당한 것이다. 여러분이 고통에서 보상받으려면 이제 확실하게 정치인들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고문은 “도시정비촉진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하고 뉴타운 지정은 취소시켜야 한다”며 “적당히 사탕발림 가지고 공공부담금을 늘리겠다는 둥, 용적률을 늘리겠다는 둥 하면서 내년 총선을 적당히 넘어가려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진보신당 전 당원이 여러분들과 함께 뉴타운을 철회하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 평생 못 먹고 집장만 했는데...
토론회가 끝나고 본격적인 피해주민 증언대회가 시작되자 주민들의 분노와 울분은 더욱 세게 터져나왔다.
광명 뉴타운의 한 주민은 “우리나라에서 10번째 안에 드는 광명재래시장은 인구 4만이 이용하는 전통재래시장인데 이걸 뉴타운 인가를 줘서 없애고 50층 짜리 지상복합을 세워 지하로 재래시장 넣는 다고 한다”며 “선량한 주민에게 협박과 공갈로 금품을 살포해 동의서를 받고 있다. 전부 백지화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정부 간흥1동 한 주민은 “애 아빠도 없이 3남매를 넝마주이로 살고 밤에는 세탁하며 그렇게 해서 집을 장만했다”며 “그 집을 계약해 놓고 아침에 저녁으로 집을 만져보고 행복했다. 밀가루 감자죽만 먹으며 전세를 끼고 해서 집을 샀다. 전세금을 값으려고 형제들과 자식들을 버렸다는 얘기도 들으며 돈을 모았다. 그런데 이제 세도 좀 받고 병원도 다니며 살아볼까 했더니 뉴타운이란 소리를 듣고 이렇게 싫어졌다. 몸이 아파도 내집을 지키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약봉다리를 들고 나와 외치고 있다. 의정부 시장님 뽑을 때 기도하면서 뽑았다. 정치 잘하고 우리 시민위해 도움 되는 시장님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시장님이 뉴타운을 하겠다고 머리를 쓰고 있다. 시장 님은 우리 없는 시민을 위해 뉴타운을 취소해 달라”고 호소했다.
부천 원미구 원미 2동에서 온 주민은 “시장님이 재판을 걸면 재개발 조합 승인을 안 내주겠다고 했는데 재판 20일 만에 조합을 승인했다. 우리가 조합을 못하게 막으러 갔더니 깡패가 4-500명이 왔다. 그렇게 조합을 내줬다”며 “시장이고 뭐고 민주당은 거짓말쟁이다. 너무 억울해 부천시청에서 보름간 밤 낮을 안 가리고 농성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주민은 “없는 사람은 어디 가서 어떻게 살라고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조합을 내주는 지 잘 모르겠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뉴타운을 찬성한 사람들은 ‘무조건 헌집주고 새 집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문제점을 알려준 진보신당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의정부의 한 주민은 지난 4월 12일 뉴타운 반대 전단지를 나눠주다 뉴타운 찬성 측 남성에게 욕설과 뺨을 맞은 얘기로 눈물을 흘렸다. 72세인 이 여성은 “나보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과 함께 저제 따귀를 치고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아직도 가슴에 멍이 들어있다”고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