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남행열차’

청소노동자, 남행열차 읊조리다 ‘경위서’ 작성...욕설 듣기도

29일 정오, 롯데손해보험빌딩 앞에는 분노의 ‘남행열차’가 울려 퍼졌다.


70을 전후한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 7명은 업무 중 ‘남행열차’를 흥얼거릴 수 없다.이들이 굳이 점심시간을 쪼개 건물 밖에서 남행열차를 열창한 사정 또한, 업무 중 노래를 불렀다가는 ‘경위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 조합원인 청소노동자 A씨는 업무 중 ‘남행열차’를 흥얼거렸다가 소장실로 호출됐다. 소장은 A씨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으며, A씨는 ‘일할 때 노래 부르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며 맞섰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욕설뿐이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노조 관계자는 “소장은 A씨를 부른 뒤,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며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이에 A조합원이 항의하자 소장은 ‘머리를 갈아버리겠다’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했다”고 밝혔다. 결국 A씨는 요구대로 경위서를 제출했다. ‘명령불복종’은 이들에게 ‘해고’라는 칼날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1980년, 가수 김수희가 발표한 후 30년 동안 국민가요로 사랑 받고 있는 남행열차가 이들의 입을 통해 ‘불온가요’로 낙인찍힌 이유는, 이들이 지난 14일 열린 ‘국민임투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투쟁 선포식’에서 개사한 남행열차로 공연을 벌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조는 사측의 노조 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는 지난 1월, 23명의 조합원들로 출범했지만 2달 만에 14명의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했다. 사측이 노조 결성 후 조합원 전원을 해고하고, 탈퇴 조건으로 현금 10만원과 상품권 10만원을 지급하는 등 회유와 협박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7명의 조합원들만이 단협체결,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이들의 싸움은 여전히 힘들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보류하는 조건으로 사측은 교섭에 나섰지만,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회사사정과 맞지 않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어 교섭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경지부 관계자는 “현재 사측은 청소노동자에 대한 업무 배치를 다시 구성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분회장을 포함한 조합원들에게 과중한 업무가 주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노조는 노동절을 전후해 투쟁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오후 1시, 롯데손해보험 빌딩 앞에서 사전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공공운수노조준비위 또한 서울역에서 1시 결의대회를 마친 뒤 롯데손해보험빌딩까지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다음 주부터는 중식집회를 포함한 투쟁 등을 통해 여론전의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서경지부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는 연대단체들의 결합을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쟁의권 확보 시점을 앞두고 여론전의 수위를 높여가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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