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방통심의위원에 ‘언론탄압 인사’ 임명

언론노조 “민주당, 승리 심취해 정신 못 차려...반드시 심판할 것”

모처럼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민주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언론노동자를 탄압해왔던 김택곤 전 전주방송(JTV) 사장을 임명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 언론노조)이 최근 재보궐 선거에서 선전한 데 이어 2년 만에 정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지르는 등 겹경사를 맞은 민주당을 ‘심판’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재보선에서 최문순 민주당 후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표명을 하기도 했던 언론노조가 이처럼 ‘심판’을 거론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지난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 야당 추천 몫으로 김택곤 전 전주방송 사장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김택곤 전 전주방송 사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의 재임 기간 동안 부당인사, 노조 탄압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지난 2007년 10월, '지역방송 사수! 언론 공공성 강화! 공정방송 쟁취! 김택곤 전주방송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한 언론노조 전주방송지부가 상경투쟁을 벌이는 모습. [출처: 전국언론노동조합]

황수영 전주방송 지부장은 “김택곤은 지역방송의 존재가치를 무시하고 언론 노동자들이 양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을 강요해온 인사로 김 전 사장의 만행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례로 김 전 사장은 2007년 8월, 회사의 독단적인 결정에 비판적 발언을 해온 당시 언론노조 전주방송 부지부장을 부당해고 했다. 전주방송에서 10년 동안 일해온 해당 조합원은 2년 4개월의 투쟁 끝에 2010년이 되어서야 복직했다. 2009년 12월에는 단체협약 갱신을 위해 노조와 교섭 중 일방적으로 단협해지를 통보해 노조와 언론단체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본인 동의 없이 PD를 기자로 전직시키거나 또 연봉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현장에 있는 보도국 팀장의 보직을 해임하고 한직인 4층 ‘선임 기자실’로 발령을 내 내부의 반발을 샀으며 지난해 1월에는 업무 중 발생한 장비 파손에 대해 ‘감봉2개월, 200만원 변상’이라는 중징계를 내려 카메라 기자인 김 모 씨가 부당징계에 항의하며 할복을 시도하는 일도 있었다.

황 지부장은 “김 전 사장은 보통 12월, 1월 쯤 패악질을 저질러 회사에 문제를 일으키고 3월 주총에서 ‘내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없다’는 논리로 연임해 왔으며, 또 연임을 위한 단기 수익에만 집착해 방송시설에 대한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방송환경을 가장 뒤처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11일, 황수영 전주방송지부 위원장이 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의 김택곤 방통심의위원장 임명을 규탄하고 있다.

이에 그간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김택곤 방통심의위원 내정에 우려를 표해왔던 언론노조는 11일 영등포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김택곤 임명을 강하게 비판하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김택곤 전 사장을 선정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추궁도 이어졌다.

탁종렬 언론노조 조직쟁의실장은 “방송의 공정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김택곤을 박지원 원내대표가 ‘친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추천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이런 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하면 전주고 출신을 KBS 사장으로 내려앉히고 개인 인맥을 동원해서 MBC 사장을 임명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언론노동자의 뜻과 의지를 무시한다면 언론노조는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난 3년간 MB의 언론장악에 맞서 싸운 뚝심과 의지로 민주당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대환 지역방송협의회 의장은 “김택곤은 예산절감을 명목으로 다음날 뉴스를 전날 녹화해 내보내는 발상을 하는 인간”이라며 “이런 사람이 언론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방송을 심의하는 꼬락서니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MB가 개각, 인사할 때마다 회전문 인사니 보은인사니 별 소리를 다 해놓고 이런 개 같은 인사를 한 박지원은 가면을 벗고 이 자리에 나와 공개사과와 더불어 임명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황수영 전주방송 지부장은 지역민들의 분노를 모아 반드시 표로 심판하겠다고 일갈했다. 황 지부장은 “지금 지역의 언론, 시민단체들은 김택곤이라는 지긋지긋한 이름을 다시 듣게 된 데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이 상황이 시정되지 않는 한 앞으로 총선, 대선에서 전북 시민들이 민주당에 표를 주는 일은 없을 거다. 김택곤은 즉각 사퇴하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응당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역인맥 챙기기에나 몰두하는 구태를 벗어나 진정한 수권정당, 대안정당으로서의 일신된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책임있는 민주당’이 보여야 할 인사정책의 모습”이라며 민주당에 김택곤 추천 철회 및 민주적 내부협의를 통한 최선의 인물 재추천을 촉구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민주당과 박지원 원내대표의 변함없는 불통이 계속될 경우 김택곤의 낙마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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