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망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권리 찾는 것"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하청노동자 공동요구로 단결투쟁하자"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의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이 두 달이 넘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현대중공업 정문을 돌면서 출퇴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관리자들의 감시와 사진채증, 경비들의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을 지지하는 하청노동자들의 격려문자와 나눠 준 블랙리스트 철폐 스티커를 현장 곳곳에 붙이는 소중한 행동들이 조직되고 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하창민 부지회장은 "철옹성 같은 현대 중공업을 향해 변화를 외친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마음의 준비도 나름 많이 했고 쓰러지지 않으리라 굳은 결심을 했건만 생각했던 만큼의 변화가 있었는지,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와 분노를 제대로 대변했는지 반성과 새로운 결심을 해본다"며 "나의 소망은 현대 중공업에서 무권리 상태로 신음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권리와 상식을 우리의 힘으로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8시 정각에 체조하고 토요 유급화로 주5일 실현하고 잔업과 특근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임금, 비오면 일하지 않을 권리,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현장, 이 모든 것을 노동조합을 통해서 요구할 수 있는 현장, 노동조합에 가입해도 블랙리스트 만들지 않는 현장, 이것이 법이고 상식"이라고 힘줘 말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도 수 많은 고민과 자신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결단이 필요했다.

하창민 부지회장은 "현장에 일할 때 나름 자부심도 있었고 일 잘하는 관리자라는 소리를 줄곧 들었다. 월급도 적은 편은 아니라 집에서도 최소한 평범한 가장 구실은 하고 살았다. 그렇게 10년을 보냈다"며 "그러나 마음속에 불덩이는 세월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뜨거워졌고 불꽃을 뿜어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 그 답을 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어느 날 문득 다람쥐가 쳇바퀴 속에서 주는 먹이에 만족하며 앞만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었다. 자존감, 미래, 희망이라고는 없는 쳇바퀴 속에서 먹이를 받아먹다 결국 병든 몸으로 생명을 마감하는 다람쥐 인생. 바로 내 모습이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애들도 중학생이고 학비도 많이 들어갈 것이고 청약 저축도 넣어야 하고 각종 생활비며 매달 부치는 아버지 생활비에 평생 돈만 벌어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애들 다 키우고 그 때 하고 싶은 일 하고 살 수 있을까? 그 때 까지 살아나 있을까? 번민과 갈등 속에서 선택이 필요했다"며 "가족들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했다. 내일 당장 죽음이 닥쳐도 후회하지 않는 인생,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세상,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해 결단이 필요했다. 돈 버는 기계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인간선언이어야 했다. 쳇바퀴에서 뛰어내려 큰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픈 마음을 작은 갈등과 두려움이 막을 수 없었다"고 결단의 시간을 토로했다.

아울러 "나의 선택에 추호도 후회는 없다. 물질적으로 제약이 따르고 세상의 변화가 생각대로 더딜지라도 그것은 긴 역사의 작디작은 조각일 뿐"이라며 "인간으로서의 자존감, 변화에 대한 열정, 탄압과 억압에 굴종하지 않는 신념, 잘못된 것을 향해 소리 지를 수 있는 용기, 욕심을 버림으로써 내가 얻은 이런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돈으로 환산하겠는가"라고 결의를 밝혔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하창민 부지회장의 고뇌와 결단, 실천투쟁은 온전하게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것이다. 그들도 오늘 하창민 부지회장처럼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방법을 찾고 선택하고 결단할 수밖에 없는 시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하창민 부지회장의 외침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단결과 직접행동을 만들어내는 다리가 되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지난 두 달 동안의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 과정에서 확인한 현장으로부터의 지지와 작지만 소중한 행동들, 4.27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하청노동자들의 변화의 징후를 읽어내면서 요구안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최대 흑자를 냈다고 떠들었고 올해 정몽준 대주주는 574억의 배당을 받았다. 그런데 하청 노동자들은 임금 원상회복은 물론이고 임금 인상도 묵묵부답이다. 하청 노동자들은 임금삭감, 수당 삭감, 토요무급화를 보충하기 위해 물량이 늘어나자 잔업과 특근으로 녹초가 되고 있다"며 "사내하청 지회는 임금 인상, 토요 유급화, 하계휴가 동일적용, 산재은폐 근절, 성과금 동일 적용과 근속연수 차등 지급 폐지 등 다양한 의견을 모아내려고 한다. 하청 노동자 여러분! 하청노동자 공동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단결해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비정규직 신분보장 승인하라

금속노조 신분보장기금 심의위원회는 지난 5월 4일 회의를 열어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동성기업 조합원들에 대한 신분보장을 거부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1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금속노조 신분보장기금 심의위원들의 이러한 결정은 구체적인 투쟁의 정세를 배제한 채 지극히 실무적이고 조합주의적이며 관료적인 조치"라며 "이 결정은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라'는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점거파업의 의의를 훼손하고 있다. 더군다나 근본적으로는 "현장파업권"에 대한 원천봉쇄를 향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금속노조가 신분보장을 한다는 것은 그 투쟁의 정신과 목표 전술의 정당함을 인정하고 공동으로 책임지겠다는 뜻"이라며 "금속노조의 강령과 규약을 실현하기 위해 그 선두에서 희생을 각오하고 투쟁한 동성기업 조합원들의 신분보장을 거부한 것은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현대차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고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모욕하고 훼손하며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중사내하청지회는 "금속노조 58차 중집자료집에는 기금운영규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18일 중앙위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개별적인 판단에 의한 활동에 대해 엄격히 판단하고 심의 해서 오직 조직적으로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만 지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취지이다. 이는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현장파업을 규약을 통해 봉쇄하겠다는 명백한 관료주의적 개악"이라며 "금속노조 신분보장기금 심의위원회의 동성기업조합원들에 대한 신분보장 거부와 금속노조의 결정과 지침이 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의 제도화가 동일하게 현장파업권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라면 금속노조는 투쟁하는 민주노조로서의 성격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우리는 신분보장 심의위원들의 '거부'라는 결정이, 모든 것을 걸고 투쟁에 나선 동성기업 동지들에 대한 모욕이며, 이 땅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절망을 주는 명백히 잘못될 결정"이라며 "당연히 잘못된 결정에 대한 금속노조의 사과와 재발방지가 강구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18일 있을 금속노조 중앙위에서 구 동성기업 조합원들에 대한 신분보장이 승인 될 수 있도록 호소한다. 그것이 유일하게 잘못을 바로잡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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