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경찰병력 투입 노동부에 물어봐라?

'노동법 모르는' 신속한 병력 투입 비판 일색...경찰, 사측 불법 침묵

[출처: 백승호 미디어충청 현장기자]

유성기업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을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 비난이 빗발친다.

노사 ‘대치’ 상황이었다는 점과 두 차례의 교섭이 결렬되었다는 이유로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경찰측의 성급한 판단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측은 병력 투입 24일 전인 23일, 24일 양일간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갖고, 경찰병력 투입을 결정했다. 노사 자율로 풀어야 한다면서도 노조(금속노조 소속 유성지회)가 ‘불법 공장 점거’를 했다고 강조했다.

대책회의를 열어 경찰병력을 투입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라고 본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묻자 경찰청 관계자는 <미디어충청>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대책회의는 일상적으로 하는 것으로 긴급하던 긴급하지 않던 할 수 있다”고 말을 돌렸다.

다시 ‘공권력 투입 여부와 시기’를 위한 대책회의가 ‘일상적’ 회의 일 수 있냐는 질문과 ‘대치’상황에서의 긴박성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이어 이 관계자는 “보도자료 내용 그대로”라며 노조의 ‘불법’을 지적했다.

경찰측은 24일 경찰병력을 투입하면서 보도자료를 내고 “유성기업 노조는 5월 18일 부터 7일간 공장을 불법점거한 채 관리직들의 출입 통제 및 폭력을 행사했고, 조업중단으로 인한 완성차 생산차질을 초래하여 국가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합법파업은 노사자율 원칙아래 불개입원칙 견지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찰측은 회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 ‘용역 투입’ 등 불법 논란에 침묵했다. 조정중지 명령으로 노조의 파업이 합법성을 얻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경찰청 관계자는 “담당이 아니므로 노동부에 확인”하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성기업 노사 관계와 상황을 확인하지 않지 않은 채 ‘불법’을 말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또 “사업장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불법 점거이다” “노동부에 물어봐라”고 다시 답변했다.

민노당 이정희 의원실 관계자도 경찰은 모르니 노사 문제는 노동부에 물어보라는 경찰측의 태도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24일 저녁 7시 이정희 의원과 아산경찰서장과의 면담 자리에 있었던 이 관계자는 “국가 기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와 불법인 공격적 직장폐쇄에 대해 경찰은 한결같이 ‘노동법을 모른다’ ‘노동부 문제다’고 말했다. 연행자 수조차 확인하지 못했고, 신원파악도 못했다. 무조건 잡아들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측이 독자로 병력 투입을 결정했다고 보기 힘들다. 누가 불법을 저지르는 줄도 모르고 병력을 투입했다. 현대기아차의 개입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민주노총 등 30여 개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으로 구성된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 준비위원회’는 “교섭 결렬 하루 만에 유성기업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규탄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뿐만 아니라 대전충북, 충남지역 지부, 노동 관련 단체도 성명서를 내고 경찰병력 투입을 비판했다.

[출처: 백승호 미디어충청 현장기자]

[출처: 백승호 미디어충청 현장기자]

“노사 평화, 자율 교섭 경찰이 가로 막아”

또, ‘노사 자율 원칙 아래 불개입을 원칙’으로 한다는 경찰측은 경찰병력 투입으로 개입하더니 이번엔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조현오 경찰청장은 25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여러 군데 드러났다”고 밝혔다.

더불어 “노사 문제가 원만하게 진행됐다면 (공권력 투입에 대해) 시간을 가졌겠지만, 외부세력의 개입 정황이 포착돼 조기 해결해야 된다고 판단했다”며 “외부개입 세력의 개념은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라든지 제3의 인물, 별도의 단체 등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논평을 내고 경찰청장의 외부세력 개입 발언은 “노조법상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정당한 쟁의행위를 진행하고 있는 유성기업 노조 파업의 본질을 훼손하고, 여론을 호도함으로써 경찰의 무리한 공권력투입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며 경찰청장의 즉각 사과, ‘편파적인 사측 편들기’ 중단, 조합원 석방을 촉구했다.

진보신당은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파업은 모두 사측에서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함으로써 그 빌미를 제공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노골적으로 회사 측을 옹호하며 공권력을 투입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병력 투입에 대해 “노사 간의 평화, 자율 교섭을 경찰이 나서서 가로 막은 것으로, 경찰 스스로 공정한 법의 집행자가 되는 것을 내팽개쳐 버린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경찰은 24일 연행한 506명 가운데 대부분을 훈방하고 101명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태그

유성기업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재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