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비정규직 면담 대신 현수막 철거?

“이는 ‘진보’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비대위 반발

성공회대가 ‘성공회대 계약직 행정직원 정규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이름으로 교내외에 게시된 4개의 비정규직 관련 플래카드를 모두 철거했다. 비대위가 학교에 2차면담을 요청하고 시일을 넘겨가며 답변을 기다리던 차에 벌어진 일이다. 비대위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31일 학내에서 규탄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회대, 비대위 면담요청에 현수막 철거로 화답

성공회대가 30일 학내에 게시된 비정규직 관련 플래카드를 모두 철거했다. 이번에 철거된 플래카드는 비대위가 지난 4월 중순 학교 내에 게시한 것 2개와 지난 18일 학교 측이 학내 플래카드를 떼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학교 입구에 추가 게시한 것 2개까지, 총 4개이다.

  비대위가 지난 4월 중순 학내에 게시한 플래카드 중 하나. 30일 오전 사라졌다.

플래카드에는 각각 “우리는 2년동안 일한 열정으로 성공회대에서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총장이 책임지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라” “일방적인 행정개편 구성원과 소통하라” “친인척 채용 위해 비정규직 해고 했나”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으나 30일 오전에 모두 사라졌다.

비대위 측은 즉시 시설관리과에 철거 이유를 문의했으며 해당과 직원으로부터 “본인이 철거했으며 철거 조치는 총무처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성공회대 총무처장은 장기용 교수(신학)가 맡고 있다.

“이것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

이 같은 플래카드 철거에 대해 비대위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은숙 비대위 정책국장은 “이제 학교가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비대위가 직접적인 요구사항을 담아 2차 면담을 제안하자 학교는 이에 대해 침묵으로, 그리고 현수막 철거라는 물리적인 행동으로 답변하였다”며 “비대위가 걸었던 모든 표현물을 동의없이 철거하는 행동은 너무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표현물을 건드리는 것이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은 숱한 정치탄압을 극복하면서 정착된 우리 사회 상식”이라며 “이것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24일 학교 측에 2차면담 일정을 제안한 뒤 27일까지 회신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학교는 3일이 지난 지금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비대위는 답변을 듣기 위해 30일 학교 측 간사와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해당 직원은 현재 출장 중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이에 비대위 측은 31일 1시, 성공회대 피츠버그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학의 현수막 철거 및 면담 거부를 규탄할 예정이다. 이들은 “내용의 동의여부를 떠나 일방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학교 측에 대하여 분노한다”며 “학교가 진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1시간 30분의 단 한 차례의 만남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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