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연속2교대 해보니, 삶이 바뀌더라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로 노동자 건강권 회복

캄캄한 밤, 멈춰선 자동차 생산 공장을 상상 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경쟁력을 책임지는 한국사회에서, 생산이 멈추는 건 국제시장으로부터 직격을 받아 국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두원정공에서는 주간연속2교대로 전환하면서 야간노동을 없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야간노동 철폐, 상상이 아닌 노동자들의 삶의 요구

두원정공은 노사합의로 2010년 9월 21일 ‘주간연속2교대’를 시행했다. 임금체계로 ‘월급제’로 전환했다. 짧은 시간 안에 이같이 근무형태가 바뀐 건 아니다.

1998년 현대자동차 노조가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제시한‘주간연속2교대제’는 동종 사업장에 영향을 끼쳤다. 완성차 사업장은 물론 부품업체 사업장까지 ‘주간연속2교대제’준비를 위해 사측과 공동연구모임을 결성해 차근차근 준비에 들어갔다.

두원정공도 여기에 속한다. 5년의 기간 동안 조합원 설문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고, 지부간부들은 조합원들의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발로 뛰어 다녔다. 그리고 두원정공의 상황에 맞는 근무형태를 연구해 나갔다.

두원정공 노조(금속노조 소속 두원정공지회)가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하려 한 이유는 ‘야간노동철폐로 노동자의 건강권확보’와 ‘고용안정’, ‘시급제를 월급제로 전환해 안정적 생활임금 확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있었다. 그리고 도입요구의 내면에는 ‘인간다운 삶’을 ‘함께 살자’는 두원정공 노동자들의 바람이 있었다.

이중 무엇보다 중요하게 제기되었던 것은 ‘야간노동철폐’와 ‘월급제로 생활임금 확보’하자는 요구다.

두원정공 노동자들은 그동안 주야 맞교대로 근무를 했다. 기본급만으로는 생활임금을 확보 할 수 없는 임금구조 때문데, 잔업, 특근 등 야간노동은 계속 되었다. 공장은 주말에도 쉼 없이 돌아갔고 장시간 노동은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10년, 20년 두원 정공 노동자들은 심야노동을 했고, 심야노동으로 질병과 스트레스, 근골격계 질환 등을 달고 살았다. 집에서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었고, 여가 시간을 보내고 가족이 모여 밥 한 끼 먹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주간연속2교대 시행, 노동자의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

두원정공에서 16년 동안 재직한 PE제조팀 J씨는 10년간 심야노동을 해왔다. 주야 10시간 맞교대로를 하면서도 기본급으로는 4식구의 생계를 꾸리는 생활임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J씨는 잔업과 주말 특근을 하면서 쉼 없이 노동해 왔다. 그 결과 J씨는 심각한 고지혈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주간일 경우 오후 5시20분까지 정규근무를 하고, 2시간 잔업을 했다. 잔업이나 특근은 임금과 직결되기 때문에 빠질 수 없었다”며, “잔업을 해야 생활임금이 되는 구조”였다고 한다. 잔업 뒤 퇴근해 저녁 먹고 나면 9시가 넘어버리니 주간근무 때에도 여가 시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야간일 경우에는 오전 6시 20분에 퇴근을 했다. J씨는 “잠시 자면 12시에서 1시 정도에 일어난다. 더 자고 싶지만, 한 낮에는 숙면이 어렵다. 야간을 뛰고 나서는 항상 토막잠을 자게 된다. 피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채로 심야노동을 반복해서 해야 했다. 더군다나 주말에 특근을 하게 되면, 아이들도 쉬고 아내도 쉬고 하는데, 똑같이 심야 노동을 하는 셈이었다.”며 심야노동이 고통스러웠음을 토로 했다.

두원정공은 주간연속 2교대를 ‘8시간+8시간’으로 하고 있다. 오전 근무자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 퇴근, 오후 근무자는 오후 4시에 출근해 오전 12시 퇴근한다. 오전 근무가 1조로, 오후 근무가 2조로 되어 있다. 근무 조는 일주일에 한번 씩 바뀌게 되어 있다.

건강 회복, 가족과의 시간 늘어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여유로운 삶’과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 J씨는 “처음에는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낯설었다. 몸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제 8개월 정도 하니까. 예전에 어떻게 그렇게 일을 했었나? 하고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그는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과 주말에는 소풍도 가고, 밥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즐거워했다. 동호회 활동도 시작했다.

J씨는 “처음에는 5시 정도에 집에 가니까 아이들이 집에 아빠가 있는 모습을 굉장히 낯설어 했다. ‘아빠 오늘 출근 안했어?’라고 물을 정도였다. 지금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 한다. 아이들하고도 많이 놀고, 저녁준비도 하고, 같이 밥도 먹고, 근처 초등학교에 산책도 나가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볼링동호회도 시작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할 수 없었던 걸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 J씨는 심야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몰라보게 몸이 좋아졌다’며 노조에서 이야기한 ‘건강권 확보’가 옳았음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밤 12시에 퇴근하고 오전8시, 9시에 일어나면 정말 잠을 잔 것 같다. 예전의 수면의 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숙면을 취하게 됐다. 정말 신기한건 살이 빠졌다. 고지혈증이 있었는데, 수치가 900대라 약을 먹을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0대로 떨어 졌다. 별로 한 게 없는데 그렇다. 하는 거 라곤 런닝머신에서 잠깐 걷거나 집근처 산책 정도인데, 건강이 정말 좋아졌다. 신체리듬이 변화가 몸으로 느껴진다”며 건강의 변화를 놀라워했다.

두원정공 지회 관계자는 “근무형태 변경 뒤 변화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수면의 질 상승은 60%, 근무피로도가 줄었다는 70%가 나왔다”며 “심야노동을 오래한 사람일수록 신체 적응 속도가 느리게 나왔다”고 했다.

조합원 응답에 따르면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횟수와 시간이 증가했고, 집안일을 함께 하는 빈도가 증가했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 심야노동 철폐로 노동자들의 건강이나 삶의 질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주간연속2교대, 노동자 건강권 중심으로 사고해야

전국적으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금속사업장에서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몇 년 째 논의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성기업은 주지하다시피 사측이 구체안을 거부하면서, 직장폐쇄를 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렇다면 두원정공 사측은 어떨까?

J씨는 “회사도 일단은 심야의 고정관리비가 줄고, 조합원들의 근태도 좋아졌다고 하고,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현재 주간연속2교대제를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야노동이 없어지니 너무 좋다. 꼭 주간연속2교대제 쟁취하자”고 말했다.

두원정공지회 관계자도 “전기료와 관리노무비가 절약되고 근태가 좋아서 생산성이 높아졌다. 회사도 이런 부분은 인정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원정공은 긴 시간동안 노사 간의 논의 과정을 통해 철저히 준비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각 사업장에서도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위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노동자 건강권을 우선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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