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14일 자신의 누리집에 경찰의 강압수사를 고발하는 글을 올린 데 이어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일 경찰에 연행된 72명의 학생들에 대해 강압적이고 반인권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며 “특히 광진경찰서에 입감된 한 여학생에게는 브래지어를 벗도록 하고, 다시 입지 않은 상태에서 남자 경찰관이 조사를 진행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인권적 조사가 논란이 되자 홍영화 광진경찰서장은 14일 오후 3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학생이 돌출행동을 보였다”고 해명했다. 홍영화 서장은 “해당 여학생이 화장실에서 스타킹을 벗고 유치장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등 돌출행동을 보여 안전을 위해 여경이 브래지어를 스스로 벗도록 했다”며 “이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대련은 이 같은 홍여화 서장의 발언이 “거짓과 왜곡으로 학생들에게 2차 인권침해와 폭력이 되었다”며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대련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30년 경력의 유능한 여성 경찰관으로서 안경과 브래지어 착용은 입감 시 사실상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떠한 거짓과 왜곡으로도 경찰의 강제속옷탈의와 성적수치심 유발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경찰이 폭언과 폭행은 기본, 묵비권 유린, 거짓 영장 발부, 미란다 원칙 불고지, 인권위 진정 방해, 유래 없는 휴대폰 압수수색 강제집행, 여대생 브래지어 탈의 강요 등에 이어 2차 폭행이 될 거짓내용 기자회견까지 했다”며 홍영화 서울광진경찰서장의 즉각 사퇴와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인권단체들도 16일 오전 10시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정책국장은 “브래지어를 안 하면 욕먹는 한국사회의 상황에서 속옷을 벗기는 것은 여성의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연행과정에서 여성이 안정적이고 당당하게 조사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속옷 탈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마포경찰서에서 연행된 학생들에게 신원을 묵비한다는 이유로 연행자들의 얼굴을 채증한 것은 영장주의 위배이고, 송파경찰서에서 영장을 집행함에 있어 제시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용산경찰서에서 영장의 내용을 보여주지 않고 읽어주기만 한 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며 “경찰은 유치인 처우에 있어서 적어도 7~8개 이상의 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권단체들은 “집회에 대한 사실상 허가제 관행, 집회 참여자들에 대한 보복적 출석요구서 발부는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소수자의 권리요구와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여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며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15일 촛불집회 연행 대학생 인권침해 논란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직접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인권위에 속옷 탈의 관련 사안뿐만 아니라 폭언, 폭행, 영장 미제시, 미란다 원칙 불고지 등 한대련 측이 주장하는 모든 인권침해 사례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와 관련해 경찰청 장신중 인권보호센터장(총경)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권위 조사결과 우리가 고칠 게 있으면 고치고 책임도 져야 하지만 경찰의 인권침해가 없었다고 결과가 나오면 허위의 사실로 여론을 몰고 간 쪽에도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