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에게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것"

[인터뷰] 성서공단노조 네팔 이주노동자 K 조합원

15일 오후 대구성서공단노조 사무실에서 이 노조 조합원인 네팔 이주노동자 K씨를 만나 고 갈레 던 라즈씨의 죽음과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K조합원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

네팔 이주노동자 K조합원은 "고용허가제는 21세기 노예 시스템이다. 이주노동자들 한국에서 일하면 1년 계약을 해야 한다. 1년 동안 사업주가 동의 안하면 꼼짝 못한다. 힘들어도 이탈하지 못한다. 고용허가제가 이렇게 만들어놨다. 이제 사장 마음대로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3년 동안 그 사업장에서 꼼짝 못한다. 이것은 사람한테 하는 짓이 아니라 노예한테 하는 짓"이라며 "이 나라가 민주주의 나라가 맞느냐? 노동한만큼 받아야 하는데 최저임금도 못받고 옮기지도 못하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스스로 목숨 끊는 것밖에는 없다"고 절규했다.

이어 "노조 가입하고 나서 많이 알게 됐다. 인권이 뭔지, 노동자 권리가 뭔지 알게 됐다. 이제까지 우리가 노예처럼 살았구나 깨달았다. 노조 가입 안했으면 몰랐을 것"이라며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 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말자. 인간답게 살아보자. 언제까지 노예처럼 살 것인가? 우리 권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우리가 소리 좀 치자. 이 정부에게 우리도 사람이라고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고 갈레 던 라즈씨가 죽기 전에 노조사무실에 찾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했나?

죽기 전날 한 이야기는 "내가 미치지 않았다. 힘들다"고 했다. 무엇 때문에 힘드냐고 물었을 때 여러가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함께 친구 집으로 갔다. 아침에 일을 나가야 해서 이야기를 못했다. 저녁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이 잘못됐다"고 했다. 곧바로 성서공단노조 임복남 사무국장에게 전화로 소식을 알리고 가족들에게도 전화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어떤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한국 이주노동자들은 전혀 인권이 없는 사람들이다. 임금이나 노동조건도 차별받고 사람도 차별받는다. "니 피부색깔 검다. 같이 일하면 나도 피부색이 검어진다" 이런 쓸 데 없는 이야기를 한다. 밥 먹을 때도 "따로 먹어라. 같이 밥 먹으면 피부색이 검어진다. 가라"고 한다.

이런 모욕을 당할 때마다 화가 난다. 하지만 이야기 속도가 느리니까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고 그냥 참는 경우가 많다.

라즈씨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고용허가제다. 고용허가제는 21세기 노예시스템이다. 이주노동자들 한국에서 일하면 1년 계약을 해야 한다. 1년 동안 사업주가 동의 안하면 꼼짝 못한다. 힘들어도 이탈하지 못한다. 고용허가제가 이렇게 만들어놨다. 이것은 사람한테 하는 짓이 아니라 노예한테 하는 짓이다. 이제 사장 마음대로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3년 동안 그 사업장에서 꼼짝 못한다.

그래서 이것은 노예 시스템이다.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데 이 한국 땅에서 이주노동자들은 14~15시간 일하고 월급도 못 받고 차별받는다. 이 나라가 민주주의 나라가 맞느냐? 노동한만큼 받아야 하는데 최저임금도 못받고 옮기지도 못하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스스로 목숨 끊는 것밖에는 없다.

주위에 미등록 노동자들이 많은가?

고용허가제 시스템 때문에 미등록 노동자들이 많다. 들어올 때는 일하는 현장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처음에 하는 말은 "일 쉽다. 단순한 일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 와 일할 때는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3D 일만 한다. 한국사람 하는 말이 이주노동자 때문에 우리 일자리 빼앗겼다 말한다. 어떻게 그 말이 나오는가? 한국 사람이 죽어도 안하는 일을 하는데 말이 되는가?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이 되고 싶어서 미등록 되는 것이 아니다. 고용허가제 시스템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들어올 때 브로커에게 1000만원의 돈을 준다. 3년 동안 이 돈 못 번다. 한국정부가 사람이 필요해서 들어오게 하고서는 이주노동자들을 쓰다 버리는 쓰레기 취급을 하고 있다.

던 라즈 형 들어온 지 9개월 밖에 안되는데, 한국 땅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고생하러 왔는데 자기 스스로 이 땅에서 목숨을 버렸다. 회사에서 "미친 놈 같다"고 대사관에게 이야기했다. 만약에 미쳤다면 병원에 가서 진단받을 수도 있다. 왜 의사에게 가지 않았겠느냐? 라즈 형 편지에는 "내 잘못은 없다. 왜 다른 눈으로 보느냐? 잘못된 일이 있으며 내게 이야기해라. 문제가 있다면 검증해보자"고 했다. 뭐가 문제인지 말해달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비방했다.

미등록 노동자들의 삶은 어떤가?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브로커 빚 못 갚으니까 계속 미등록으로 살 수밖에 없다. 어업 비자로 들어 오는 사람들은 하루 14시간씩 일해서 100만원도 못 받는다. 땅도 못 밟고 바다에서 살아야 한다. 그렇게 일해서 100만원 받는다. 힘들어 다른 업종으로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가 없다. 처음 어업비자로 들어오면 계속 이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미등록이 될 수밖에 없다.

성서공단노조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있나?

임금 안주고 일만 시키고 어디 도와줄 곳 없나 찾아봤다. 성서공단노조 가서 상담해보라고 했다. 상담해보니까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였다. 이 문제를 전국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조 가입하고 나서 많이 알게 됐다. 인권이 뭔지, 노동자 권리가 뭔지 알게 됐다. 이제까지 우리가 노예처럼 살았구나 깨달았다. 노조 가입 안하면 몰랐을 것이다.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이 3900원이다. 최저임금도 안된다. 이것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모른다. 노조 가입하고 동지들한테 들으니까 알게 된 것이다.

노조에서 배운 것을 네팔 친구에게 이야기해주고 내가 모르면 성서공단노조 소개하고 상담받으라고 이야기해준다.

한국정부와 이주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사람은 똑같다. 차별하지 마라. 자기 편하자고 데려와서 쓰다 버리는 쓰레기 취급하지 마라.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 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말자. 인간답게 살아보자. 언제까지 노예처럼 살 것인가? 우리 권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우리가 소리 좀 치자. 이 정부에게 우리도 사람이라고 보여주자.

또 라즈 형 죽음의 원인에 대해 솔직하게 밝혀야 되고 성서공단노조에서 대책위 활동하고 있다. 우리도 같이 이 문제를 솔직하게 시민들에게 알려야 되고, 만약에 나중에 이런 사건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해결해야 한다. 반드시 우리 투쟁할 것이다.
태그

이주노동자 , 성서공단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조성웅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애송이들

    아직도 철부지네 세상을 모르는 애송이들..

    불쌍한 이상주의자는 자기고집과 주관에만 사로잡혀

    현실을 볼줄 모르거든.. 먼저 사람이 돼라 다문화

    매매혼 선동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