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표현의 자유를 말해야 하는 서글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출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기소, ‘쥐 그림’ 기소, 미네르바 기소… 이명박 정부 들어 퇴행에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에 제동을 걸고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배수진을 쳤다.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25개 시민사회단체가 21일 정동 프란체스코회관 2층 강당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표현의자유연대)’의 공식 출범을 선언한 것.

이들은 이날 취지문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는 날이면 날마다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과 관행, 규제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운동”을 제안했다.


“박정희 망령이 다시 살아난 듯 두렵다”

표현의자유연대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호중 서강대 교수(법학)는 “표현의 자유 침해가 광범위하게 현실화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이런 맥락을 분석하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 담론을 생성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표현의자유연대에서는 앞으로 각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된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수집, 분석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안적 담론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적 규제 △매체별 표현의 자유 △공무원, 군인, 수형자, 학생 등 특별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 △노동운동 및 소비자운동 관련 표현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선거 시기 표현의 자유 △반인권적 표현행위에 대한 제한 △표현의 자유를 위한 보장 등 의제별로 모두 8개의 연구팀을 구성해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모든 제도를 검토할 계획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 방안을 담은 정책제안서를 생산할 예정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전방위적 의제를 빠짐없이 다루고 결과물을 생산해 명실상부하게 제도를 바꿔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후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적어도 표현의 자유만큼은 보장된 나라, 그래서 모든 담론 주장이 동등하게 싸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표현의자유연대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한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70년대 박정희 정권은 헌법 개정을 요구하면 영장 없이 체포해 많은 학생들이 희생됐는데, 오늘날 이런 구시대의 망령이 다시 살아난 듯한 두려움이 느껴진다”며 “지금은 민주주의가 됐다고 자만할 게 아니라 다시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 위해 명예훼손 형사처벌 폐지돼야”

한편 이날 출범식 이후 진행된 ‘형사상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 기획 포럼에서는 형사상 명예훼손죄가 사실상 권력의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위해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예훼손은 개인 간의 일로서 현대사회의 공동체 이익과 무관한 민사적 사안에 불과한 것이지 국가 형벌권으로 해결한 일은 아니”라며 “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누군가는 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를 목숨이나 실명보다 명예를 더 높게 여기는 영예로운 법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결국 그 법이 누구를 보호하는지 봐야 한다”며 명예 개념의 계급적 성격을 지적하기도 했다. 법의 보호 대상은 “보호할 명예가 있는 사람, 즉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 되기 마련”이며 “실제로도 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는 권력자가 변호사 비용도 들이지 않고 국민의 세금으로 자신의 비판 세력을 탄압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또 “기본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를 강화할수록 검찰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에 자발적으로 봉사하게 될 것이고 그런 봉사활동은 명예훼손 형사처벌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적어도 검찰 권력이 한 사람의 명예를 보호하는 데 투입되는 일이 없도록 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에 대한 폐지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와 관련해서는 프랭크 라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이미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했던 라뤼 보고관은 ‘모든 인권과 발전권을 포함한 시민·정치·경제·문화적 권리의 증진과 보호: 한국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서 “명예훼손이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형사상 범죄로 남아 있어 본질적으로 가혹한 조치이며 표현의 자유권에 부당하게 위축효과를 야기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형법에서 명예훼손죄를 삭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특히 공무원, 공공기관 및 기타 유력 인사들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여 비판적 의견을 수용하는 문화를 조성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게 촉구하며, 이러한 문화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으며, 이 보고서는 지난 3일 개막한 제17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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