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원 노동자들의 총파업 214일, 노동자들의 요구는 단지 고용승계와 단체협상 체결임에도 이 긴 시간 동안 사측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출처: 참소리] |
수만 볼트의 전력이 흐르는 작업현장. 건설노조 건설기계지부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죽음의 배전현장을 바꾸고자 시작했던 민주노조의 명운을 이제 25M 한전 철탑, 그 현장에 걸고자 한다.
배수의 진을 치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15년간 맺어왔던 단체협상교섭에 성실히 임하라”는 것이다.
안성수 지회장, “절박한 심정으로 올라왔기에, 해결되기 전에는 내려올 일 없다”
안성수 지회장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올랐다”면서 “사측이 교섭을 자꾸 피하니 마지못해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심정을 밝혔다.
▲ 남원 전기원노조 김희근 사무장(좌), 한전 철탑농성에 들어간 안성수 지회장(우) [출처: 참소리] |
20년간 맺어왔던 임단협. 전기원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현장에서 노동하기에 동료와의 호흡과 신뢰가 중요하다. 이런 신뢰는 사업주와도 마찬가지였다.
안상수 지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전국적으로 노동자를 탄압하는데, 전기원노동자를 핍박하고 압박하는 것은 그들에게 손해이다. 그동안 우리 노사는 공존관계였다. 사측은 이런 분위기를 올해 갑자기 깼다”면서 “사측이 많은 이득을 취하려고 태도를 보임에도 우리는 많은 것을 양보했다. 그런데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 것에 지금은 안타까운 심정이다”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임단협 투쟁 승리와 남원의 고용승계가 되지 않으면 여기서 내려갈 일은 없을 것이다”고 단호한 결의를 밝혔다.
수만 볼트의 전류는 안성수 지회장과 통화 중에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안상수 지회장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지지직거리는 소리는 전파를 타고 귓가에 들렸다.
“유도전류가 위에서 흐르니 머리가 띵하고 힘도 많이 소진된다. 전자파가 심하니까, 생각보다 힘들다. 실제 올라오니까 장난 아니다”
건설노조와 민주노총 전북본부, “최후통첩이다. 곡기를 끊고 기다리겠다”
전기원노동자들이 25M 한전 철탑 고공농성에 들어간 즈음, 전북건설노조 류영필 본부장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정광수 본부장도 한국전력 전북본부 현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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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한국전력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 노조를 파괴하려는 배전업체들을 오히려 감싸고 있다. 배전업체들은 3억 원의 어음을 묻고 노조와 개별 접촉하는 업주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조약까지 만들어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는데, 한전은 아직도 제 3자라고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단식농성의 이유를 설명했다.
언제까지 단식을 할 거냐는 정보과 형사의 물음에 이들은 한마디로 응수한다. “해결될 때까지”
기존의 단체협상을 지키려고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세상
하루 14시간 노동, 지난 2년간 목숨을 잃은 노동자만 50명. 전기원노동자의 노동현장을 죽음의 배전현장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깨려는 사측의 움직임에 목숨 걸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과 단체협상은 죽음의 배전현장을 바꾸고 전기원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단체협상을 지난 1월 12일, 1차 교섭 이후 지난 4월 30일까지 총 9차례,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위 2차례 등 수십 차례의 교섭과 대화가 시도되었지만,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건설노조는 “단체협상에서 핵심이 되는 쟁점 사항에 의견을 모아가다가 사측은 작은 꼬투리를 잡아 협상을 질질 끌었다. 그것이 여태껏 오게 되었다”면서 사측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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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중인 정광수 본부장도 “지난 19일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결렬됐다. 우리는 내일이라도 좋으니 교섭을 하자고 했으나 29일 다시 만나자는 것으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26일 사전협의를 하고 사측에 공문을 넣어 교섭을 재차 요청했다. 사측에서 교섭 하루 전날 연락이 왔다. 8월 2일에 총회를 하니까 그날 통보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29일 교섭거부통보를 하면서 8월 2일 업체대표회의에서 지난 19일 논의한 내용을 가지고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건설노조에 통보했다. 그리고 계속 교섭을 할 건지, 안 할 건지도 오늘 논의를 한다고 통보했다.
정광수 본부장은 “당황스럽다. 노동조합도 잠정합의를 하고서야 조합원 찬반을 묻는다. 그런데 사측은 무슨 합의도 안 됐는데, 인준을 받아야한다고 하면 도대체 교섭은 언제 완료하려고 그러냐”고 답답해했다.
건설노조 전기원지회가 맺으려는 단체협상은 기존의 단체협상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지난 1월, 사측은 약 50%의 수정을 요구하고 단체협상 해지를 통보해 현재까지 난항 중에 있다.
전기원노동자, 이들도 비정규직
2년에 한 번씩 배전업체와 계약을 맺는 전기원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이다. 배전업체들은 이 노동자들이 만든 노조를 깨기 위해 업체끼리 수천만 원짜리 어음을 묻어놓고 노조탄압을 담합했다.
건설노조는 배전업체에 일을 주고 관리 감독해야 하는 한국전력이 이런 상황을 묵인하고 있어 일이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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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전기원노조 김희근 사무장은 “한전 앞 농성장도 전기를 끊은 한국전력이다. 그리고 배전현장에서 지침과 맞지 않게 돌아가고 있는데, 묵인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전은 배전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묵인하고,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배전현장상황을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라고 한전을 비판했다.
총파업 214일 차,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전기원노동자들은 사측과 한전에 절박하게 던졌다.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요즘, 사측과 한전은 전기원노동자의 ‘함께 살자’는 외침에 답을 해야 할 때이다. (기사제휴=참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