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일방처리 안한다 했지, 일방상정 안한다 안했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 한미 FTA 미 의회 상정 확실할 때 투표로 상정 제안

31일 오전 10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에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정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한나라당은 외통위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한미 FTA 여야정 협의체에서 최소한의 결과라도 얻고 나서 상정을 하던지 검토를 하던지 해야 한다며 일방적 상정은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이다.

  31일 오전 외통위 전체회의장을 찾아온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에게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왼쪽)이 몸싸움을 하지 못하도록 도자기를 놨다고 보여주고 있다.

이에 앞서 외통위 상정이 기정사실화 되자 야당의원들은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실을 찾아 비준안 상정반대의사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2009년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날치기로 상정하면서 본회의가 전쟁판이 됐다.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해도 정부여당 의도에 따라 어찌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남경필 위원장은 “상정은 처리가 아니기 때문에 상정은 해야 한다”며 “상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전체회의에서 상정하게 되면 사전에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외통위 전체회의에선 비준안 상정을 두고 여야 의원들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여야정 협의체 논의도 불충분한 상황인데 긴장감 속에서 비준안을 상정하면 국론이 분열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신중해야 한다”며 “미국에서도 백악관과 공화당이 FTA 비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우리는 그 사이에 여야정 협의를 여유 있게 할 수 있는데 무리하게 상정을 해서 갈등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고 비준안 상정을 반대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도 “한나라당은 일방처리를 안 한다고 해놓고도 날치기를 한 적이 많다”며 “협정문 번역 오류는 치명적이다. 한글로 어떻게 번역 된지도 모르고 뜻도 모른 채 협상한 것 아닌가. 번역오류 고친부분의 정오표부터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런 기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상정할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며 “상정도 처리의 일부분이다. 일방 처리, 날치기 처리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남경필 위원장은 “일방처리를 안 한다고 약속했지 일방상정을 안 하다고는 약속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은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2개월여 6차례 회의를 했다”며 “이 회의에서는 경제적 효과, 손익계산, 보완대책을 검토 한 바 있다. 이제 외통위에서 상정하고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상정을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은 소위 ‘10+2’ 재재협상 안으로 당론을 정했다”며 “앞 10개중 9개는 2007년 6월 노무현 정부에서 체결된 한미 FTA 안과 동일하다. 이런 주장은 발효시기를 늦추어 폐기 하겠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다. 발목잡기 시간끌기용”이라고 반박했다.

  31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 도중 유기준 한나라당 외통위 간사(왼쪽)가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여야정 협의체는 6번 회의를 하면서 경제적 효과분석, 보완대책을 보고 받고 농수축산분야 1조원 추가 투입 설명 외엔 어떤 성과도 없다”고 반박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미국 의원들이 만약 한국이 먼저 통과시키고 나면 처리를 하자고 하면 미국 의회는 권위가 실추된다.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상정 된 이후에 하자는 것은 일종의 사대주의고 국회명예 실추”라고 말했다.

이렇게 여야 의원들이 상정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자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의회에서 구조조정지원법과도 연계되어 있고 미중 위안화 문제도 얽혀 있어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며 “한미 FTA 비준안의 미국 의회 제출이 객관적으로 확실시 된다면 외통위에서 투표를 거처 상정여부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송민순 의원의 제안을 놓고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송 의원의 제의는 100% 맘에 들지는 않지만 타당성은 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남경필 위원장은 간사 논의를 위해 정회를 선언했다. 송민순 의원 제안대로 외통위 투표로 결정 할 경우 야당보다 한나라당 의원의 숫자가 더 많기 때문에 상정은 기정사실화가 된다.

또 송민순 의원의 제안은 상임위에 비준안 상정 일정을 언제 할 것인가의 기준만을 잡아놓은 것이라 협정 내용 검토 등이 빠져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노동, 농민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 할 수 있다. 이미 이날 오전 노동자, 농민 단체들은 국회 본청앞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소극적인 비준동의안 처리 반대에 대해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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