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성추행 피해자 “가해 학생들 마주칠까 두렵다”

피해자 심경 밝혀... 누리꾼, “가해 학생 출교조치 해야”

고대의대 성추행사건 피해자가 가해 학생들과 다시 학교에서 마주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토로했다.

피해 학생, “가해자와 학교 같이 다녀야 한다면 내가 학교 떠날 수밖에”

2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피해자 A씨는 “그들과 학교를 다닐 자신이 없다. 저는 학업을 포기하면 1년을 다시 다녀야 하는데 그때 혹시 그 학생들과 마주칠까봐 정말 악에 바쳐 살고 있다”며 “가해자와 학교를 같이 다니게 된다면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심정을 전했다. A씨는 그 사건 이후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으며 매일 밤 수면제를 먹어야 잠에 드는 상황이다.

A씨 상태가 이런데도 가해 학생들 처벌에 학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학교에서는 성추행사건 가해자에 대한 재판 진행과 별개로 징계절차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징계가 오히려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A씨는 “8월 19일 교수님이 강의실에서 '가해 학생들이 다시 돌아올 친구니까 잘해줘라'라고 얘기했다고 들었다”고 말해 학교당국은 가해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출교가 아닌 제적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제적처분은 학교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출교와는 달리, 학교측의 허락만 있으면 한 학기 후에라도 학교에 돌아올 수 있다.

누리꾼 1만 명, 가해 학생들 출교 요구

피해자가 직접 방송을 통해 심경을 밝히자, 곳곳에서 학교당국이 가해자에 대해 출교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1일에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이 5일로 예정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가해자 출교 및 학교 당국 규탄안건’을 발의했다. 2일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에서도 ‘성추행 가해 의대생 즉각 출교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가해학생들에 대한 출교조치를 요구했다. 지난 8월부터 받기 시작한 출교요구 서명운동엔 약 18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출교요구가 조직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다.

네티즌들도 트위터를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트위터 이용자 'imsusanna'는“피해자 보호는커녕 어떻게 피해자가 직접 말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는지, 고려대에 분노하고, 이런 사회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jymjeong'는 “성폭행 가해학생들이 돌아오면 잘 대해주라는 고대의대 교수님들, 제가 그 가해학생들에게 '청출어람'이라고 하면 실례인가요?"라며 학교당국을 비판했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출교 요구 서명에는 약 1만여 명 가까운 네티즌들이 참여했다.

최근 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성 설문을 돌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피해자 A씨는 “가해학생이 병원과 학교에다 제가 평소 생활이 문란했다는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힘들지만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방송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A씨는 “내가 가해자들과 사귀는 관계였다든가 잠자리를 한다는 소문을 내며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학교에 갔을 때 인사를 해도 애들이 저와 눈도 마주치지 않아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최영희 민주당 의원도 출연해 “대부분 2차피해가 발생한다.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겠냐”고 말하며 “의료인 결격사유로 성범죄를 추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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