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최저임금의 기본급, 20분의 점심시간,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고무줄 근무시간 등 반노동적인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 돼 있다. 콜센터 상담원 뿐 아니라, KT 계열사인 케이티스의 케이티씨에스의 노동자들은 소위 ‘퇴출’의 악몽에 시달린다.
KT에서 퇴출된 장기근속자들은 계열사인 케이티스나 케이티씨에스로 퇴출됐지만, 계열사에서 마저 사직서를 종용 당한다. 노조를 만들어 권리를 찾으려 해도, 복수노조 시행에 맞춰 이미 유령 노조가 설립 돼 있어, 교섭 요구도 거부당하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사랑합니다 고객님~” 상담원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1년차 계약직 연봉 약 2,300만원, 3년차 정규직 연봉 약 2,500만원’
KT자회사 케이티스의 100번 콜상담원들은 사측으로부터 위와 같은 연봉 설명을 듣고 입사한다. 하지만 2,000만원이 넘는 연봉은 좀처럼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이들의 기본급은 90만 2,880원. 2011년 40시간 사업장 최저임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수당이나 식비, 교통비 등의 임금이 포함된다. 근속수당은 1년차의 경우 5만원, 2년차 이상은 10만원을 받는다. 급식비는 출근일수에 따라 매월 10만원을 지급하며, 통근비로 약 6만 8천원을 지급 받는다. 그럼에도 야근, 주말근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면 월 임금은 11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대개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3년차가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만 이 같은 경우는 거의 드물다.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이직률이 높아, 비정규직인 채로 퇴사하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3년차 동기 24명 중 현재 4명이 남아 있으며, 1년차 동기 20명 중 현재 3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규상담사의 60%이상이 교육 후 100번 센터 배치 6개월 이내에 퇴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이직률, 좀처럼 고용이 안정화 되지 않는 악순환의 구조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요금주기가 몰리는 월말을 중심으로 한 달에 4~5회는 점심시간이 20분에 불과했다. 반발이 심해지자, 작년 12월, 군포 전화국 센터장은 “내년부터는 점심시간을 확실히 40분 준다. 20분 식사시간 없어질 테니 기뻐해라”로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도 이들의 점심시간은 주 3일 정도는 40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50분에 그친다. 40분을 점심시간으로 주는 경우에도 사실상 20분은 대기 시간이어서, 실제 점심시간이 20분에 불과한 것은 여전하다. 특히 당일의 점심시간의 길이와 제공시간은 센터장이 판단해서 구두로 통보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고무줄 점심시간’을 겪으며 눈칫밥을 먹는다.
회사 내에 휴게장소도 있고, 냉장고, 오븐, 안마기계도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콜 상태를 대기로 놓고 재빨리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 이외에는 휴게 시간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과도한 인센티브 제도로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한다.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머지 임금은 가점을 통한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자기완결 차감제도’라는 인센티브제는 10여가지의 평가 항목에 따라 매달 평가가 이루어져, 평가등급에 따라 매월 임금에 ‘업적 수당’으로 반영된다. 월 목표량을 못 채우거나, 아파서 결근하는 등의 경우는 모두 사유서 제출과 감점 처리로 당일 임금에 반영된다. 한 달 평균 2~3회 실시되는 시험결과 역시 등급에 반영된다.
뿐만 아니라 일일콜 목표량 110콜을 채우지 못할경우,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며 요금주기의 경우 150콜 이상의 과도한 목표량을 설정해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린다. 상담은 보통 1~3분이내 응대해야 하며, 3분을 초과할 경우 팀장으로부터 바로 쪽지로 압박이 들어온다.
퇴출, 또 다시 퇴출...‘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
20대에 국내 최대 통신사인 KT에 입사해 20년간 일해 온 A씨는, 50대에 들어 장기근속자라는 이유로 CP프로그램 대상자로 분류됐다. 신설동에서부터 혜화, 수원, 오산, 광주 등 수시로 전보발령과 업무전환을 겪으며 결국 명예퇴직을 강요당해 자회사로 전적됐다. 하지만 자회사로 퇴출된 지 3년. 그는 또 다시 퇴출의 악몽에 시달리게 됐다.
KT는 2008년, 500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자회사인 (주)케이티스와 (주)케이티씨에스등에 계약직으로 전환배치했다. 자회사로 전적된 노동자들은 A씨와 같이 3년간 고용보장을 받고 민원처리 등의 업무 등을 해 왔다.
하지만 KT가 지난 6월, 두 회사의 민원처리업무를 다시 본사로 회수함에 따라 자회사들은 일거리가 없어진 노동자들에게 사직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는 9월이 500여 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의 계약만료일이기 때문에, 두 자회사는 2008년 KT퇴직과정에서 약속한 3년 계약기간 만료일을 제시하며 사직을 강요하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등이 퇴출 대상 노동자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벌인 결과, 사직서 제출을 거부할 시 사측은 불이익한 인사발령을 내릴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방적인 원거리 인사발령으로 왕복 통근시간이 최대 6시간이 소요되는 노동자도 있었다.
또한 회사는 대상자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며 “사직서 제출 시 150만원의 위로금 지급과 퇴사일까지 재택근무를 발령하겠다”고 제시했다. 희망연대노조는 회사는 이런 식으로 월간 10억원의 예산을 직원 퇴출을 위해 소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당퇴출, 열악한 노동환경을 해결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해도 회사는 ‘복수노조법’을 내세우며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는 지난 6월 27일 케이티스 측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복수노조법을 제시하며 교섭을 거부했다. 케이티스에 유령노조가 존재함에 따라, 개정 노동법상의 교섭창구단일화 문턱 때문에 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를 문제삼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케이티씨에스의 경우에도, 노조의 4차 교섭 요구 중 한 차례만 거부의사를 밝힌 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KT계열사 위장된 정리해고 철회와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지원대책위원회’ 등은 15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KT계열사 노동자 노동인권 실태 발표 및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KT가 민영화 된 후 10년 동안 꾸준히 노동인권탄압 사례가 증가해 왔다고 주장했다. CP비밀퇴출프로그램 가동으로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고, KT노조선거 개입 등의 부당노동행위, 부당 전보 발령 징계 등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자리에서 최진수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 공인노무사는 “이후 케이티스와 케이티씨에스의 유령노조와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확보한 자료를 갖고 이후 대응을 재검토 해 나갈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밝혔다.
또한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콜상담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개선을 위해 근본적으로 아웃소싱 방식이 아닌 인소싱 정규 업무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저임금 개선과 합리적 노사관계 형성, 감시와 통제에 대한 합리적 기준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