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성희롱 피해자에 성희롱 상황 재현 요구

"산재 인정과 2차 가해 예방 위한 성희롱 피해자 조사지침 필요"

지난 1일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가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부당해고 사건 조사와 문답 과정에서 성희롱 당시 상황 재현을 요구하는 등 피해자를 고려치 않는 조사과정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당시 조사관은 남성조사관이었다.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여성노동자 상경농성 지원대책위'(대책위)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에 대한 수치심 유발한 근로복지공단 규탄’과 ‘성희롱 피해자 보호하는 산재조사 지침 마련’을 요구했다.


권수정 피해자 대리인은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산재 여부 조사라면 평소 성희롱이 일어나는 직장인지, 사내에서 성별 권력관계와 위계가 존재하였는지, 성희롱 예방 교육이 실시되었는지를 조사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9월 1일 작성된 문답서를 보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조사 과정에서 이미 국가인권위가 판단한 성희롱 여부를 다시 조사했다. 피해자에게 주량은 얼마냐, 이혼은 왜 했느냐, 성희롱은 어떻게 당했느냐 등을 물어보며 성희롱 경험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은 조사를 진행했다. 피해자가 진술한 정신적 고통들도 모두 삭제됐다”고 근로복지공단 조사과정의 문제점을 밝혔다.

이날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 산업재해 여부 조사에 대해 △산재 여부 조사 과정의 부적절함 △직장 내 성희롱 후유증에 대한 산재인정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를 고려한 산재 조사 실시 등이 담긴 의견서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효리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상담을 요청하는 피해자의 30% 정도가 직장 내 성폭력 상담이다. 그만큼 직장 내 성폭력이 문제가 많다.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는 여성노동자가 직장 내 근로의욕을 상실하지 않도록 직장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인권위에서 성희롱 여부를 이미 판단했음에도 근로복지공단은 성희롱에 대한 판단을 또 하려고 해 피해자에게 심리적 고통을 안겼다.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재조사로 산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으로는 2차 가해를 예방할 수 있는 성희롱 피해자 조사 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피해 여성에게 2차 가해를 한 조사관의 사과와 시정 △피해자 보호 조사지침 마련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근로복지공단 민원실에 '피해자 보호 성희롱 사건 조사 매뉴얼' 이 담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이 성희롱 피해자 보호 조사 지침이 담긴 항의서한을 근로복지공단 직원에게 제출하고 있다

한편, 지난 23일 대전지방노동청 국정감사에서도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부당해고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김용구 자유선진당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정을 했으면 어느 기관에서도 인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 성희롱 부당해고 건은 고용노동부의 업무이니 해결하라”고 질의하자 이재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은 “노력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26일로 성희롱 피해자와 대책위는 116일째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중이다. 이날 근로복지공단 아산지사는 산재 여부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한다. 국가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가운데 국가기관의 성희롱 사건에 대한 대처와 피해자 원직복직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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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

    피해자의 인권보호는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 문제는 한국정부의 여성인권지수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